우리 옛 그림

문인화 3

從心所欲 2018. 9. 21. 18:31

물(水)만큼이나 문인화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가 소나무다. 지금도 소나무는 지조와 절개의 상징물로 낯설지

않지만 중국 고전에 나타나는 소나무와 지조에 대한 칭송의 역사는 길다. 추사의 세한도를 통해 더욱 익숙해진

‘날씨가 추워진 뒤라야 송백이 뒤늦게 시드는 것을 안다 (歲寒然後 知松柏之後彫也)’는「논어」의 구절을

비롯하여「장자」에는 ‘하늘이 차고 눈서리가 내려서야 송백의 무성함을 알게 된다(天寒旣至霜雪旣降

吾是以知松柏之茂也)’는 구절이 있다. 「순자(荀子)」에도 ‘추운 계절이 아니면 송백을 알 수 없고 어려운

일이 없으면 군자를 알 수 없다(歲不寒無以知松柏 事不難無以知君子)’는 구절이 있고「예기」에는 ‘소나무와

잣나무는 깊은 뜻이 있어 사시절 내내 가지가 변함이 없다(松柏之有心也 貫四時而不改柯易)’는 구절이 있다.

 

절조(節操) 뿐만 아니라 소나무는 탈속(脫俗)의 분위기를 나타내기도 한다. 시가(詩歌)나 회화에서는 탈속의

상징으로 소나무가 소재로 등장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림에 은사(隱士)나 고사(高士) 또는 노승(老僧)

등의 인물이 그려지는 경우 소나무나 대나무가 배경에 같이 등장함으로써 탈속의 분위기를 더하게 되는 것이다.

소나무가 갖고 있는 절조와 은일(隱逸)의 상징성은 동양의 선비들이 추구하는 가치관과 일치하였기에 꾸준하게

문인화의 소재가 되어왔다.

 

소나무 그림은 단순히 경관을 그린 것, 지조나 절개를 표현한 것, 장수를 염원하여 그린 것, 또 탈속이나 풍류의

상징으로 그려진 것 등이 있다. 소나무 그림에 인물이 등장하는 그림을 흔히 ‘송하(松下)인물도’라고 부르는데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로는 오랜 전통 방식으로 소나무 아래에 신선이나 고승(高僧)과 같은 도석인물

(道釋人物)1을배치하는 그림이다. 두 번째 유형으로는 소나무 아래 은일자, 고사를 배치하는 것으로 구체적

전거가 있는 인물이 표현되기도 하나 관념적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더 많다. 문인화의 경우 작자의 의취를

기탁하여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는 소나무 아래에서의 휴식, 놀이, 음주 와 같은 풍속화 유형이다.

 

[이경윤(1545 ~ 1611), <송하담소도(松下談笑圖)> 31.1 x 24.8cm 고려대학교 박물관]

 

 

[윤두서(1668 ~ 1715), <송하관폭도(松下觀瀑圖)>. 견본수묵, 18.5×19 cm, 개인소장]

 

 

[이인상(1710~1760) ,〈송하관폭도(松下觀瀑圖)〉담채, 23.8 x 63.2cm, 국립중앙박물관]

 

 

[이인상〈송하관폭도(松下觀瀑圖)〉세부]

 

 

[강세황(1713 ~ 1791) 「표암첩(豹菴帖)」중 <송하인물도>]

 

 

 

[이인문(李寅文, 1745~1821) <송하한담도>2 1805 지본담채 109.5 x 57.4cm, 국립중앙박물관]

 

[김홍도(1745 ~ 1616이후),〈송하선인취생도(松下仙人吹笙圖)〉지본채색, 109 x 54.5cm, 고려대박물관]

 

 

<송하선인취생도(松下仙人吹笙圖)〉의 화제(畵題)는 당나라 시인 나업(羅鄴)의 칠언율시인 ‘제생(題笙)’의

첫 구절이다.  ‘제생(題笙)’은 ‘생황에 대하여 짓다’는 의미이다.

 

"筠管參差排鳳翅  月堂凄切勝龍吟

 들쭉날쭉한 대나무 관, 봉황의 날개 펼친 듯한데

 달빛 드린 집에 나는 소리 용 울음보다 처절하네"

 

[장승업(1843 ∼ 1897) <송하노승도>, 견본담채 136 x 35.1cm, 호암미술관]

 

 

 


이 글은 한국의 미술가(2006. (주)사회평론), 한국민족문화대백과(한국학중앙연구원), 꽃으로 보는

한국문화3(2004. (주)넥서스) 등을 참조하여 작성된 글입니다.

 

 

  1. 도교(道敎)와 불교(佛敎)에 관계되는 초자연적인 인물들 즉 선인상(仙人), 죽림칠현(竹林七賢), 거사(居士) 등 신선의 경지에 이른 도인(道人)과 석가여래, 보살, 유마(維摩),·나한 등을 가리킴 [본문으로]
  2. 이인문이 그리고 김홍도가 글을 썼다. 역시나 평소 즐겨 인용하던 왕유(王維)의 종남별업(終南別業)이란 시를 화제에 썼는데 자신을 취화사(醉畵士)라 칭할 만큼 평소 술을 좋아했던 단원이 술이 취했는지 시의 두 번째 구절과 셋째 구절을 바꾸어 쓰고 중간에 글자도 빼놓아 나중에 첨자를 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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