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 약사, 아미타 삼세불상은 조선시대에 가장 많이 유행한 대표적 삼불상으로 조선시대 불전(佛殿)을
대표하는 큰 대웅전에 봉안되어 왔다. 석가불은 이 세상인 사바세계(娑婆世界)의 교주이고, 약사불은
약사유리광세계의 교주이며, 아미타불은 극락정토세계의 교주이다. 즉 석가불은 현세이면서 이 세계의
부처님이고, 약사불은 동방(東方)의 부처님이면서 과거의 부처님이며, 아미타불은 서방(西方)의 부처님
이면서 미래의 부처님이어서 시간적인 세(世)는 과거, 현재, 미래세이면서 이 세계, 동방세계, 서방세계 등
공간적인 세(世)도 되는 것으로 시·공간적인 삼세의 부처님이라는 뜻이다. 반면 법화사상에서의 삼세불은
정광불(定光佛)이 과거불 , 석가불이 현재불 , 미륵불이 미래불이다.
불상을 모신 법당을 대개 대웅전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 절에 가보면 대웅전이 아닌 다른 현판이 걸린
경우도 많다. 이는 고려 이후부터 전각에 모신 부처님의 성격에 따라 전각의 명칭을 달리 부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개 천태종 계열 사찰의 법당은 대웅전, 화엄종 계열은 대적광전, 법상종 계열은 미륵전, 정토종
계열은 극락전을 두어 각기 사찰의 성격을 나타냈다.
우리나라 사찰에 가장 많이 모셔진 부처는 석가모니불이다. 대웅은 현세불인 석가모니불의 존칭 중 하나라,
석가모니불을 모신 불전을 대웅전(大雄殿)이라고 칭한다. 대웅전의 격을 높여 대웅보전(大雄寶殿)이라고 할 때는
석가모니불 좌우에 아미타불과 약사여래를 모시고 다시 그 좌우에 협시불을 봉안한다. 그리고 건물도 정면 5칸
건물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때로는 3칸이면서도 이름만 대웅보전으로 높여 부르는 경우도 종종 있다.
대적광전(大寂光殿)은 연화장세계의 교주인 비로자나불을 본존불로 모신 법당이다. 주로 화엄종파에서 본전으로
삼는다. 비로자나불의 협시불은 문수와 보현을 모신다. 비로자나불을 모시기 때문에 비로전(毘盧殿)이라고도 하며,
비로자나불의 광명이 모든 곳에 두루 비친다는 의미로 대광명전(大光明殿) 또는 광명전(光明殿)이라고도 한다.
극락전(極樂殿)은 극락세계를 관장하는 아미타불을 모신 전각이다. 우리나라의 법당 중에서 대웅전 다음으로 많다.
아미타불은 범어(梵語)로 아미타유스(amita-yus)인데 ‘무량한 수명을 가진 자’, ‘한량없는 광명을 지닌 자’라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어 무량수(無量壽), 무량광(無量光) 등으로 의역되어 아미타불을 모신 전각을 무량수전
(無量壽殿)이라고도 한다. 아미타불의 협시불로는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 또는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이 모셔진다.
약사전(藥師殿)은 약사여래를 모신 전각이다. 중생들의 육체적 질병과 마음의 고통을 치료해주는 역할을 하는
부처로 우리 민족이 선호하는 5대 부처 중 하나이다.
[송광사 영산전 내부1, Korearoot.net 사진]
부처님께서 묘법연화경을 설한 영산회상의 장면을 그린 영산회상도를 모신 전각을 영산전(靈山殿)이라고 한다.
영산회(靈山會)란 석가모니가 노년에 영취산(靈鷲山)에서 제자들을 모아놓고 가르침을 베풀던 모임이다.
석가모니불의 일생을 여덟 단계로 구분하여 표현한 모습을 팔상(捌相)이라고 하고 팔상도를 모시고 있는 전각을
팔상전(捌相殿)이라고 한다. 대개 팔상전에는 중앙에 석가모니부처를 모시고 둘레에 팔상탱화를 봉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5층 목탑인 법주사 팔상전이 대표적이다.
사찰에는 이외에도 여러 이름을 가진 전각들이 있다. 미륵전(彌勒殿)은 용화세계에서 중생을 교화하는 것을
상징화한 미래의 부처인 미륵불을 모신 법당이고, 명부전(冥府殿)은 지옥세계에서 중생들을 구제하는 지장보살을
모신 전각이다. 지장보살을 모셨기 때문에 지장전(地藏殿)이라고도 한다. 또 지장전에는 유명계(幽冥界)의 시왕을
봉안하고 있기 때문에 시왕전(十王殿)이라고도 한다. 응진전(應眞殿)이나 나한전(羅漢殿)은 모두 부처의 제자를
모신 전각으로 중생들 가까이에서 중생들의 소원을 이루어주는 역할을 한다. 부처의 16제자를 모신 전각을
응진전이라 하고, 500제자를 모신 전각은 나한전이라고 한다.조사전과 국사전은 선종사찰에서 만들어지는 전각으로,
조사전(祖師殿)은 각 선종사찰에서 으뜸으로 모시는 선승의 영정을 봉안한 전각이고, 국사전(國師殿)은 고려
시대부터 나라의 스승이 될 만한 스님을 국사(國師)로 모셨는데 그런 스님들을 모신 전각이다. 의상대사를 모신
부석사의 조사당(祖師堂)과 보조국사를 포함해 16국사를 모신 송광사의 국사전이 유명하다.
[부석사 조사당벽화((祖師堂壁畵)2, 영주시민신문 사진]
요사채는 스님들이 기거하면서 생활하는 건물이다. 요사채에 승당(僧堂)과 승방(僧房)이 겸해 있는 경우도 있고
별개의 건물로 짓는 경우도 있다. 승당이나 승방은 부처님의 계율과 선법 및 교법을 닦는 곳이다.
간혹 절 뒤편이나 한 구석에서 산신각이나 독성각, 칠성각, 삼성각 같은 전각들을 마주치기도 한다. 이런
전각들은 불교가 우리나라에 토착화하면서 고유의 토속신앙과 합쳐져 생긴 신앙을 반영하는 전각들이다.
삼성(三聖)은 각각 재물과 수명과 복을 관장하는 존재로서, 산신(山神)은 한국의 토속신인 산신령에
해당하는 호법선신(善神)이고 칠성(七星)은 수명장수신(壽命長壽神)으로 일컬어지는 북두칠성을 뜻하는데,
본래 중국의 도교사상과 불교가 융합되어 생긴 신앙이다. 나반존자(那畔尊者)라고도 불리는 독성(獨聖)은
십이인연(十二因緣)의 이치를 홀로 깨달아서 성인의 위치에 올라 말세 중생에게 복을 내린다는 존재이다.
삼성각(三聖閣)은 이 셋을 모두 한 곳에 모실 때 붙여지는 전각 이름이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불교 본연의
것이 아니라 하여 ‘전(殿)’이라 하지 않고 반드시 ‘각(閣)’이라는 명칭을 붙인다. 산악숭배사상 때문인지
산신각은 거의 모든 산사에 있는 편이다.
인도의 불교사원은 해가 뜨는 동향으로 건축되어 있는 반면 중국의 사찰은 남쪽을 향해 있다. 중국에서는
변함없이 북쪽을 지키는 북극성의 축을 따라 천자는 북쪽에서 남쪽을 향해 앉는다는 방위 개념이 생겼고
중국의 사찰도 이 법칙을 따랐다. 우리나라의 궁궐이나 사찰 도 대체로 이 원칙을 따르고 있다. 그래서
불상을 모시는 법당은 남향이고 그 안에 모셔지는 불상도 남쪽을 향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부석사
무량수전은 남향임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모셔진 소조여래좌상(塑造如來坐像)3은 일반 사찰과 달리
법당 중앙의 정면이 아닌 서쪽에 마련된 불단에 자리를 잡고 동쪽을 향하고 있다. 이 불상은 아미타불이다.
아미타불이 서방극락정토를 주관하시는 부처이기 때문에 무량수전의 서쪽에 앉아 동쪽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참조 : 시공 불교사전(곽철환, 2003, 시공사), 두산백과. 한국민족문화대백과(한국학중앙연구원),
문화원형백과(2004., 한국콘텐츠진흥원), 알기쉬운 한국건축 용어사전(김왕직.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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