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 옛 건물의 특징
우리나라 고궁이나 사찰에 가면 크기만 다르지 그 건물이 다 그 건물 같아 보입니다.
한 마디로 단청을 한 기와집.
그래서 건물 하나를 보고나면 그 다음 건물부터는 대충 건물 안만 들여다보고 오게 될 정도로 우리나라
고궁이나 사찰은 건물 외관이 거의 비슷하고 건물의 배치도 일정한 원칙을 따르기 때문에 장소에 따른
특색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그 비슷해 보이는 건물들은 멀게는 신라, 백제 때부터 시작해서 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치는 오랜
역사를 통해 각기 나름의 특색을 유지해온 건물들입니다. 그래서 어떤 건물들은 국보로 또 어떤 건물은
우리나라의 보물로 또 어떤 경우는 지방문화재로 지정된 것입니다. 이런 옛 건물의 기본구조를 이해하면
모두 비슷해 보이는 건물들 사이에서도 나름의 차이점과 특이한 점을 발견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우리의 옛 건물을 이해하는 깊이가 달라지고 더불어 느끼는 즐거움도 달라지게 됩니다.
맞배지붕.
주심포 형식.
배흘림기둥.
유홍준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라는 책에서 수덕사 대웅전(국보 제49호)을 소개하는데 등장하여
유명세를 탄 덕분에 이제는 크게 낯설지 않은 말들입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지붕의 형태, 포(包)의 형식과
기둥 양식 등이 우리 옛 건물을 특징짓는 중요한 요소들입니다.
건축구조는 사용되는 건축 재료를 어떠한 형태로 얼개를 만드느냐 하는 결구방식에 의해 구분됩니다.
예를 들어 벽돌집은 조적식이라고 하는데 건축 재료인 벽돌을 접착제(시멘트)를 이용해 쌓는 방식으로
결구하는 구조법입니다.
반면 일체식은 콘크리트 구조와 같이 접착제 없이 한 덩어리로 이루어진 구조방식을 가리킵니다.
반면 목조 건물은 이음과 맞춤에 의해 결구되는 방식을 택하는데 이를 가구식(架構式)이라고 합니다.
시렁 가(架)에 얽을 구(構)를 썼으니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시렁을 얽는 방식이 되겠지만 쓰이는 의미로
보면 ‘목재를 얽는 방식’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 가구식은 또 부분적으로 결구방법의 차이에 따라
보식과 천두식으로 나누어집니다. 천두식(穿斗式)은 말 그대로 기둥에 구멍을 뚫어 목재들을 관통시켜
기둥을 서로 연결하는 구조법으로 초기의 가구법으로 보고 있습니다.
천두식은 기둥을 촘촘히 세우고 기둥 사이를 가로 부재로 수없이 엮어 망처럼 구조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 구조법은 기둥이 많아, 실내공간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취약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기둥을 줄여나가면서
그로 인한 건물의 구조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한 방법으로 보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탄생한 것이 보식
가구법으로 보고 있습니다. 보식은 기둥과 보와 도리 등이 이음과 맞춤에 의해 결구되는 건축구조법입니다.
동양 삼국의 목조건축은 대부분 보식으로 목조건축의 가장 보편적인 구조법이기도 합니다.
경북 영주의 부석사 무량수전(국보 제18호)도 수덕사 대웅전과 같은 고려시대 건물입니다. 수덕사 대웅전과 마찬가지로 돌로 된 기단(基壇)위에 건물이 세워져 있음을 보게 됩니다. 기단은 건물터를 잡고, 터를 반듯하게 다듬은 다음에 터보다 한층 높게 쌓은 단을 가리킵니다. 기단을 만드는 목적은, 첫째 기둥 밑에 기초로 받쳐 놓은 주춧돌(초석)로부터 전달되는 건물의 하중을 지반에 골고루 전달하기 위한 것이고, 둘째는 빗물과 지하수 등으로부터 건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며, 셋째 건물을 집터보다 높게 보이게 하여 건물에 장중함과 위엄 등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기단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인지는 확실히 알 수는 없으나, 남아있는 자료들로 미루어 삼국시대부터는 뚜렷하게 축조되어 온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 이후 기단은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건축에서 가장 기본적인 구성요소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기단의 종류는 쌓는 재료에 따라 흙으로 쌓은 토단(土壇, 토축기단), 벽돌로 쌓은 전축기단(塼築基壇), 돌로 쌓은 석축기단(石築基壇), 벽돌과 돌을 섞어 쌓은 석전병용기단(石塼倂用基壇) 등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토축기단은 주로 농가(農家) 건축에 사용되었고, 궁궐과 사찰 건물에 가장 널리 축조된 것은 석축기단입니다. 사진을 보면 수덕사 대웅전 사진이나 부석사 무량수전 모두가 석축기단 위에 세워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붕이나 기둥은 누구나 다 알지만 주심포형식이라는 단어는 우리 건축물에 새롭게 관심을 갖는 분들께는 많이 생소할 수도 있습니다. 위의 수덕사 대웅전 사진이나 부석사 무량수전의 사진에서도 주심포형식이라고 할 때의 포(包)는 잘 드러나 보이지 않습니다.
아래 부석사 무량수전 실측도를 보면 이 포(包) 부분이 좀 더 명확히 드러납니다.
각 기둥 위에 선비 사(士)字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것을 포(包) 또는 공포(栱包)라고 부릅니다.
건물을 실제로 봤을 때는 화려한 나무 장식과 단청으로 가장 눈이 많이 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공포의
한자 공(栱)은 두공 공이고 포(包)는 쌀 포입니다. 두공은 ‘기둥 위 방형의 나무’를 뜻하니까 공포는 기둥
머리 위 방형의 나무를 여러 가지 부재가 둘러싸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포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설명을 드리겠지만 한국·일본·중국 등지의 전통 목조건축에서 처마 끝의 하중을 받치기 위해 기둥머리와
기둥머리 사이에 짜 맞추어 댄 나무 부재로 건물의 가장 중요한 의장적(意匠的) 표현으로서 장식의 기능도
겸하고 있습니다. 이런 포가 기둥 위에만 설치되어 있는 형식을 주심포식(柱心包式)이라고 부릅니다.
그림에 나타나듯 우리 건물들은 기단 위에 기둥이 서고 기둥위에 지붕의 무게를 분산해서 받아주는 포가
자리하며 그 위에 지붕이 올라서는 형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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