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건축물

우리 옛 건축물 3 (지붕 2)

從心所欲 2016. 5. 30. 16:20



맞배, 우진각, 팔작의 3가지 지붕가운데 전후 지붕면이 사다리꼴이고 양측 지붕면은 삼각형인 우진각지붕이

가장 원초적인 지붕형태로 원시 움집에서부터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초가집 대부분이 우진각지붕이며 기와집

중에서도 살림집 안채는 우진각집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러나 사찰이나 궁궐 등의 권위건축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는데 이로 미루어 권위건축에서는 팔작지붕을 으뜸으로 사용하고 우진각은 살림집이나 성곽 등

특수용도에 사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숭례문>


우리나라 경복궁의 정전인 근정전은 팔작지붕입니다.


<경복궁 근정전>


그러나 우리와는 달리 중국에서는 권위건축에서도 우진각지붕이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중국은 오히려 우진각

지붕을 위계가 높은 지붕형태로 여겼다고 합니다. 유명한 자금성의 정전(正殿)인 태화전도 우진각지붕입니다.



<자금성 태화전>


중국 자금성의 태화전은 우리나라의 우진각지붕 건물에 비하여 처마 끝에서 용마루까지의 높이가 높은데

그래서 그런지 훨씬 웅장한 느낌이 들기는 합니다. 건물의 크기가 커서 넓어진 지붕에 빗물이 고이지 않도록

경사를 고려한 실용적 이유와 함께 건물을 더 위엄 있게 보이도록 하는 효과도 노렸을 것으로 보입니다.

크기와 건물이 주는 위압감을 우선으로 하는 입장에서는 근정전이 태화전에 비하여 무게감과 장중함이 부족해

보인다는 지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역으로 보면 태화전은 비대해 보이는 반면 근정전은 다이어트를 제대로 해

군살 없이 날렵한 모습이라는 해석도 가능할 것입니다.


<창덕궁 돈화문> 


위의 근정전 사진을 보면 지붕이 마치 새가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오르려는 모습 같고 돈화문의 정면 사진은

정말 ‘날아갈듯이 날렵한’ 모습 그 자체라는 느낌이 듭니다.


우리나라 기와지붕이 이처럼 날렵하고 가벼워 보이는 데는 나름의 know-how 가 있습니다.

바로 안허리곡과 앙곡입니다. 앞선 지붕의 와복도에는 위에서 본 지붕의 모습이 장방형에 가깝게 그려졌지만

실제 우리나라 지붕의 모습을 하늘에서 내려다본다면 아래 그림에 더 가깝습니다.


<안허리곡 개념도>


추녀가 나와 있는 지붕의 네 모서리가 앞으로 뾰족하게 나와 있음을 보게 됩니다. 우리나라 추녀의 길이는

처마 길이보다 보통 1~1.5자(30-45㎝) 정도 더 길게 나온다고 합니다. 그래서 추녀 끝과 추녀 끝을 연결하는

처마의 선이 위의 그림처럼 곡선의 모습을 띠게 되는데 이것을 안허리곡이라고 합니다.


앙곡은 입면에서 볼 때 나타납니다.


<앙곡 개념도>


앞에서 보는 처마선이 일직선이 아니라 가운데 보다 양쪽 끝이 치켜 올라가 마치 웃는 아랫입술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처마의 곡선 형태를 처마곡이라 부르고, 처마곡에 따라 처마의 정면 중앙보다 양쪽 추녀 끝이

위로 올라가는 것을 앙곡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처마곡을 만들기 위해서는 추녀와 추녀를 연결하는 가늘고 긴

곡선부재가 필요한데 이를 평고대(平交臺)라고 하며, 평고대는 건물 건축을 시작하면서 처마곡에 맞는

곡선부재로 만들기 위해 미리 재료를 구해 양쪽을 고정시키고 가운데에 돌을 매달아 자연스럽게 처지도록

만든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평고대가 이루는 곡선은 만유인력에 의해 만들어진 곡선인 셈입니다. 또한 용마루

부분을 보면 이것도 또한 일직선이 아니라 가운데가 약간 낮은 곡선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지붕곡이라

하기도 하고 현수곡선(懸垂曲線)이라고도 합니다. 이처럼 우리 기와지붕은 잘 드러나지 않는 여러 곡선의

조화를 통하여 검정색의 무거운 기와를 얹고 있음에도 가볍고 날렵한 모습으로 비쳐지는 것입니다.

아래 사진은 덕수궁 중화전인데 안허리곡이 선명히 드러나 보입니다.



<덕수궁 중화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