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건축물

우리 옛 건축물 5 (지붕장식 1)

從心所欲 2016. 6. 1. 17:53


<경복궁 근정전 야경>


3. 지붕장식


[양상도회]

예전에 멀리서 고궁 건물을 볼 때마다 늘 눈에 거슬리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위 사진에 지붕마루 선을 따라

허옇게 드러나 보이는 부분들입니다. 이 야경 사진에서는 그래도 지붕의 선을 드러내주면서 기와의 검정바탕과

대비를 이루어 오히려 멋스러워 보이기도 합니다.




<경복궁 근정전>


하지만 낮에 보면 이런 모습이라 딱 시멘트로 땜질해놓은 것처럼 보여 궁궐 지붕의 품격을 망친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아마도 수학여행 때 많이 보고 익숙했던 사찰건물들의 지붕이나 민가 기와지붕의 이미지에 익숙해서

그랬던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래 사진처럼 사찰 건물이나 민가의 지붕에는 고궁 건물에서의 시멘트 땜질처럼 보이는 것들이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서야 그 시멘트 땜질처럼 보이는 것의 명칭이 양성(바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문헌에는

양상도회(樑上塗灰)로 기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한문을 곧이곧대로 해석하면 들보위에 회를 발랐다는 얘깁니다.

궁궐이나 도성의 문과 같이 규모가 있는 건물에서 지붕의 크기가 클 때, 지붕마루도 따라서 커지게 됩니다.

이런 경우 지붕마루를 기와로만 쌓기에는 구조적으로 불안정하게 되므로 양쪽으로 하얗게 회반죽을 발라서

지붕마루를 만들기도 하는데, 이것을 양성(兩城 혹은 양성바름)이라고 합니다. 궁궐건축이나 바람이 센 남부

해안지역에서는 지붕마루 전체를 회로 감싸 바르는 경우가 있는데 단순히 회만 쓴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삼물(三物)이라고 하여 백토와 세사에 생석회를 섞은 것이 주재료라고 합니다.



그러면 이제 당연히 양상도회를 하기 전의 지붕마루는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지는 게 순서일 것 같습니다.



사진을 보면 각 지붕마루마다 여러가지 기와가 층층이 쌓여 있습니다. 지붕마루에 쌓여있는 이 기와들은

각기 나름의 명칭들이 있습니다.



위 그림은 용마루의 한 부분입니다. 지붕마루를 만들 때 제일 아랫단에는 수키와와 암키와에 의해 만들어지는

기왓골에 늘어난 삼각팬티 모양의 특수기와가 놓이는데 이를 착고(기와)라고 합니다. 용마루를 비롯하여 각

지붕마루에 연결되는 부분인 기왓골 상단에는 어쩔 수 없이 일정한 공간이 생기게 마련이고, 착고는 그 공간을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아래는 착고(기와) 사진입니다.



용마루에서는 착고 위에 수키와를 옆으로 눕혀 한 단을 올리며, 이를 부고(기와)라고 합니다. 부고 위에는

암키와를 뒤집어 여러 장 겹쳐 쌓는데, 이를 적새라 하고 암키와 맨 위에는 수키와를 한 단 놓으며, 이를 숫마루장

이라고 합니다. 양상도회는 착고부터 숫마루장까지를 모두 위에 말씀드린 삼물로 감싸 바르는 것입니다.

우진각지붕의 추녀마루와 맞배지붕의 내림마루는 중간까지 숫마루장을 보이게 하고 잡상이 놓여질 부분부터는

전부 감싸는 형태로 바뀌는 것 같습니다. 양상도회는 마지막으로 표면에 들기름을 발라 마감을 합니다.

지붕마루를 이렇게 양상도회함으로써 빗물이 새드는 것을 막는 것과 거센 바람으로부터 기와를 보호하는 효과

외에 제가 처음 느꼈던 것과는 달리 궁궐건축에서는 치장적 이유도 있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창덕궁 인정전

용마루부분의 양상도회에는 조선황실의 문장인 오얏꽃 문양 다섯 개가 붙어있는데 궁궐 용마루 부분에 문양이

있는 것은 인정전이 유일하다고 합니다.


<창덕궁 인정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