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건축물

우리 옛 건축물 7 (지붕장식 3)

從心所欲 2016. 6. 5. 06:44



[잡상(雜像)]


추녀마루에 올라있는 여러 가지 잡다한 모양의 형상들을 잡상(雜像)이라고 하는데 좀 어렵게는 와제(瓦製) 토우

(土偶)라고 합니다. 잡상은 중국과 우리나라에만 있고 일본에는 없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주로 궁궐건축에서

쓰였고 ‘중국에는 궁궐·문루·관아·능사(陵祠)·사찰의 지붕 위에 모두 잡상이 보이나 우리나라 사찰 지붕에는

그 예가 없다’는 기록으로 보아 요즘 사찰 건물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잡상들은 모두 조선시대 이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전에는 잡상의 역할에 대하여 길상(吉祥)과 벽사(辟邪, 왜 피사가 아니고 벽사라고 하는

지는 의문입니다)의 의미를 갖는다고 소개들을 하고 있는데 길상보다는 화마로부터 건물을 보호하는 벽사의

의미가 더 크지 않을까 합니다. 잡상은 지붕마루의 장식적 역할도 담당합니다.


지붕 장식기와들의 명칭을 다시 한 번 정리하면 아래 사진과 같습니다.


 


왼쪽의 토수라는 것은 예전에 추녀나 사래 끝에 신발을 신기듯이 장식기와를 사용해 빗물을 막았던 것으로,

토수(吐首)는 이무기 머리모양이라고 하며 그림 자료에 의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잡상과 관련하여서는 여러가지 설(說)들이 분분합니다.

說1) 우선 '잡상은 <서유기>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조형화한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이 설의 근원은 20세기

초에 쓰여진 <조선도교사>에서 “궁궐의 전각과 문루의 추녀마루 위에 놓은 10신상(神像)을 일러 잡상이라

하는데 이는 소설 ≪서유기 西遊記≫에 나오는 인물 및 토신(土神)을 형상화하여 벌여놓아 살(煞)을 막기

위함이라 한다”고 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그런 예가 많기는 하지만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일예로 경회루의 잡상들처럼 맨 앞의 손행자를 제외하고는 사자, 해치, 용, 봉과 같이 동물들의

형상이 잡상으로 사용된 경우도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경회루 잡상 사진인데, 멀리서 보면 그게 다 그거 같아서 앞에서 보신 남한행성 잡상과 다른 점을

알아보기가 쉽지 않지만, 모두들 그렇게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조선 광해군 때 어우당 유몽인이란 분이 지은 우리나라 최초의 야담집 《어우야담》에 이 잡상들을 십신(十神)

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하면서 신임관(新任官)이 선임관들에게 첫인사를 할 때 반드시 대궐문루 위의 10신의

이름을 단숨에 10번 외워야 받아들여진다는 일화를 기록했는데, 여기에 거명된 잡상들은 대당사부(大唐師傅),

손행자(孫行者), 저팔계, 사화상(沙和尙) 등등 입니다, 대당사부는 삼장법사 현장이고, 손행자는 손오공,

사화상은 사오정을 가리킵니다. 그런데 불과 25년 뒤인 인조 때(1647)의 조선시대 건축준공보고서인

《창덕궁수리도감의궤》에 등장하는 잡상은 손행자, 손행자매, 준견, 준구 등으로 손행자를 제외하고는 앞의

《어우야담》에 등장하는 것들과는 이름이 많이 다릅니다.


“썰이 또 썰을 낳는다”는 속된 농담대로 한편에서는 또 준견이 저팔계, 준구는 사화상이라는 주장을 하는 쪽도

있습니다. 만일 이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실상 경회루 외의 현존하는 우리나라 잡상들은 모두 다 <서유기>와

연관된 것들일 것입니다. 그러면 왜 하필 <서유기>의 등장 캐릭터냐? 왜 경회루의 잡상은 다른 것들과 다르냐?

하는 의문들이 제기됩니다. 물론 거기에도 각기 나름의 주장들이 있지만 그 내용은 학문적 연구의 결과라기

보다는 그저 돌아다니는 속설 수준의 얘기들입니다.

첫 번째 의문에 대한 썰은 조선시대에 <서유기>가 유행했기 때문이라는 막연하고 난데없는 얘기부터 특이하게 

중국 당(唐) 현종의 고사(古事)와 연결한 얘기도 있지만 가져다 붙인 듯해서 소개는 생략합니다.

두 번째 의문에 대한 썰도 뜬금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경회루에서 중국사신을 대접하는 것을 의식해서 잡상의

수를 중국 황제를 상징하는 11개에 맞추고 그 위에 올린 잡상도 중국식으로 동물의 형태를 따랐다는 것입니다.

중국의 잡상들도 시대에 따라 변천이 있었을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중국의 대표적 잡상의 명칭은 선인(仙人)을

필두로 용, 봉(鳳), 사자, 해치 등 동물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습니다. 따라서 선인상과 손행자의 차이만 뺀다면

경회루 잡상의 구성과 거의 비슷하기는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