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건축물

우리 옛 건축물 9 (공포 - 처마의 무게)

從心所欲 2016. 6. 8. 10:54



4, 공포(栱包)


[공포의 기능]

우리나라 궁궐이나 사찰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가장 많이 뺏는 곳은 뭐니 뭐니 해도 처마 밑일 것입니다. 하지만

온갖 색색의 단청을 입힌 화려한 나무 장식들에 정신을 놓다보면 그 특이하고도 복잡한 나무 형상들이 모두

건물을 장식하기 위한 요소로만 보아 넘기기 십상입니다. 화려한 화장을 벗겨낸 처마 밑의 민낯을 보겠습니다.



기둥과 처마1 사이의 현판이 걸린 높이에 다소 복잡한 모양의 나무 구조물들이 보입니다. 이 나무 구조물들이

공포(栱包)라고 불리는 부분입니다. 공포에 대하여 두산백과에서는 “전통 목조건축에서 처마 끝 하중을 받치기

위해 기둥머리 같은 데 짜 맞추어 댄 나무 부재”라고 설명하고 있고 <한국 미의 재발견> 이라는 책에서는

“처마의 무게를 받치기 위해 주두, 소로, 살미 첨차 등으로 짜 맞추어 댄 부재들을 통틀어 일컫는 말로, 간단히

포(包)라고도 한다”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즉 공포의 우선되는 기능은 처마의 하중을 받치기 위한 것입니다.


<지붕 위 적심과 보토>


기와지붕은 단순히 서까래 위에 기와를 얹는 것으로 단순히 생각하기 쉽지만 서까래 위에 기와가 놓이기까지는

중간에 여러 재료가 들어갑니다. 먼저 서까래 사이에 개판(蓋板)이라는 판재를 끼거나 싸리나무나 수수깡 등을

새끼로 엮어 까는 산자(散子)가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서까래를 눌러주고 지붕물매2를 잡아주기 위해 중도리3

부근에 잡목들을 채워주는데 이를 적심이라고 합니다. 적심은 잡목이나 치목 후 남은 목재를 넣기도 합니다.

적심 위에는 단열과 지붕곡4을 고를 목적으로 일정 두께의 흙을 깔아주는데 이를 보토라고 합니다. 보토 위에

바로 기와를 얹을 수도 있으나 최근에는 방수를 위해 백토에 생석회를 섞어 강회다짐을 하기도 합니다.

그 위에는 먼저 암키와를 잇는데 기와 밑에는 진흙을 차지게 이겨 깔아나갑니다. 이처럼 암키와 아래 암키와의

접착을 위해 까는 진흙을 알매흙 또는 새우흙이라고 하며 암키와 위에 수키와를 이으면서 수키와 아래에는

암키와와 접착을 시키기 위하여 또 홍두깨흙을 채워줍니다. 또 막새를 쓰지 않는 처마 끝에서는 홍두깨흙이

보이기 때문에 와구토라고 하여 백토에 강회를 많이 섞어 하얗게 마구리를 발라줍니다.

이렇게 많은 흙과 부재가 지붕에 올라가기 때문에 기와지붕의 하중은 생각보다 훨씬 무겁습니다. 또한 처마의

길이가 늘어남에 따라 무게는 더욱 가중됩니다. 처마는 건물의 벽체와 출입문을 눈비로부터 보호하고 여름에

집안으로 들어오는 직사광선을 차단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처마가 길게 나올수록 그러한 효과가 커지는 것은

당연하며, 건물의 규모가 커질수록 처마도 그에 어울리게 깊어져야 건물의 외관적 균형을 이룰 수가 있습니다.

아래는 처마를 밑에서 올려다본 사진입니다.


<홑처마>


서까래가 처마를 받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처마를 깊이 빼려고 위에서 밑쪽으로 경사지게 걸린 서까래를 길게

늘이면 처마가 낮아질 뿐만 아니라 채광과 건물외관이 나빠질 것은 뻔합니다. 그래서 처마를 늘릴 때 이 서까래

끝에 다시 또 짧은 서까래를 얹어 처마 끝이 위쪽으로 올라가도록 아래 사진처럼 덧붙여 줍니다.


<겹처마>


이렇게 덧붙인 짧은 서까래를 부연5이라고 합니다. 서까래는 둥근 나무를 쓰지만 부연은 각진 나무를 쓰며,

부연이 있는 처마를 겹처마라 하고 부연 없이 서까래로만 구성된 처마를 홑처마라고 합니다. 처마의 길이가

늘어난 데다 무게도 더 무거워지니까 시간이 지나면 처마 끝이 처질 가능성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 길어지고 무거워진 처마를 밑에서 받쳐주는 것이 바로 공포의 역할입니다. 공포는 벽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손을 벌려 서까래를 떠받치고 있는 형국을 구조적으로는 더 단단하게, 장식적으로는 더 아름답게

보이도록 만든 건축적 장치인 것입니다.



위의 사진에서 서까래 밑에 파란색의 5각형이 위 아래로 세 개씩 세 줄이 보이는데 바로 그 부분이 건물 정면에서

보는 공포부분입니다.



  1. 처마 : 건물의 외벽면 밖으로 돌출된 지붕 [본문으로]
  2. .지붕물매 : 지붕의 경사진 정도 [본문으로]
  3. 도리 : 서까래를 받치기 위하여 기둥 위에 건너지르는 나무. 도리는 놓이는 위치에 따라 그 명칭이 주심도리(柱心道里)·중도리(中道里)·종도리(宗道里) 등으로 달라진다 [본문으로]
  4. 지붕처마곡선이라고도 하는데 3차원적 곡선으로 입면상 귀쪽이 위로 휘어 오른 앙곡과 평면상 귀쪽이 휘어져 나온 안허리곡으로 나타남 [본문으로]
  5. .부연 : 한문으로는 뜬 서까래라는 뜻의 浮椽, 여자 서까래라는 뜻의 婦椽, 덧붙인 서까래라 는 뜻의 附椽이 섞여 쓰임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