說2). 잡상 맨 앞의 것은 대당사부다. 아니다 손행자다.
2008년 숭례문이 불에 탔을 때, 문화일보라는 신문이 “숭례문 추녀마루 지키던 대당사부”라는 제목 하에
"화재로 소실된 숭례문 1층 누각 지붕 추녀마루 끝에 하나만 남은 잡상이 꿋꿋이 버티고 있다. 남아있는 잡상은
삼장법사를 형상화한 대당사부로 궁성과 궁전건물 지붕에서 길상의 상징으로 추녀마루를 지키던 잡상들 맨
앞쪽에 자리한다."는 친절한 설명과 함께 아래의 사진을 게재했습니다.
감상적 헤드라인과 감성적 사진으로 독자들을 자극하는 데는 성공했는지 모르지만 과연 이 기사대로 사진에
보이는 잡상이 대당사부인지는 의문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닐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이런 헷갈림의
가장 큰 원인은 1920년경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상와도(像瓦圖)〉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래는 <상와도>에 나오는 잡상의 그림과 명칭입니다.
신문에 게재된 사진 속의 잡상과 상와도에 대당사부로 소개된 형상이 거의 같아 보입니다. 기자가 상와도를
참고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자문을 구한 상대방이 상와도를 근거로 기자에게 정보를 제공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과연 이 상와도에 실린 그림에 붙여진 명칭이 맞느냐 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한국박물관연구회 자료에는 잡상에 대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 19세기 이후 것만 실자료로 남아있는데,
선인상 또는 대당사부 현장상이 아예 없으며 손오공상이 가장 앞에 놓여 있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타원형 챙이 돌려진 모자를 쓰고서 퍼질러 앉아 두 다리가 벌어졌으며, 두 팔은 내밀어 무릎 위에 얹고 있다.
미늘1을 나타낸 두툼한 갑옷차림에 코는 크고 넓적하며, 둥글고 튀어나온 큰 눈은 『서유기』에 나타난 이른바
화안금정(火眼金睛; 앉아서 천리를 봄)의 꼴이며 모자와 갑옷은 용왕에게 빼앗은 자(紫)금관, 황금갑옷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고 손오공상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덧붙이고 있습니다. 설명을 보면 지금 대부분의 궁궐
지붕 위 잡상 맨 앞자리에 앉아있는 그 모습이고 상와도에 대당사부라고 적힌 그 토우의 모습입니다.
또한 몇 년 전 명지대의 김모 교수가 "삼장법사 현장이 갑옷을 걸친다는 게 정상인가"라는 일갈과 함께 잡상의
맨 앞에 있는 것은 대당사부가 아니라 손오공"이라는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아울러 상와도 그림 중 대당사부는
손오공으로, 손행자는 손오공의 시종인 손행자매로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상의 사실들로 보아 손행자매까지는
몰라도 상와도에 대당사부로 소개된 토우는 손행자(손오공)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또 하나의 '썰'이 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그래! 사악함을 막는다고 했으니 손오공이 앞에 앉아 천리를 내다보며 악의 기운이 어디서 몰려오나 살피는
것이고 그 뒤의 늘어선 잡상들이 몰려오는 사악한 기운에 맞서 싸우고 그것도 안 되면 뒤에 있는 용두의 험악한
위용으로 물리친다는 게 논리에 맞겠다......."
說3). 잡상의 숫자는 홀수다.
잡상에 관한 설명에는 거의 대부분 잡상의 숫자가 3,5,7,9 의 홀수라는 문구가 들어있는데 이것 또한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덕수궁 중화전(10개), 경복궁 자경전(4개), 수원 팔달문(4개)2 같이 짝수인 경우도 있습니다.
시기를 알 수 없는 흥인지문의 사진에는 잡상이 8개만 보이는 예도 있습니다. 하지만 잡상의 수는 절대적으로
홀수인 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중국의 경우는 황제가 있는 건물은 잡상이 11개, 태자가 있는 건물은 9개,
기타는 7개 이하로 정해져있었다고 합니다만 조선에서는 특별한 원칙은 없고 건축균형미에 맞추는 선에서
잡상의 숫자를 정한 것이란 주장이 지배적입니다. 예를 들어 정전(正殿)의 경우에도 궁궐에 따라 중화전은
10개, 근정전(경복궁)은 7개, 명정전(창경궁)은 5개로 일정하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추녀마루의
길이에 따라 지붕의 균형미를 살리는 목적으로 개수 조절을 했을 것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황혼을 배경으로 한 취두, 용두, 잡상의 실루엣 사진을 끝으로 그만 지붕에서 내려갑니다.
'우리 옛 건축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 옛 건축물 10 (공포 - 도리와 보) (0) | 2016.06.12 |
---|---|
우리 옛 건축물 9 (공포 - 처마의 무게) (0) | 2016.06.08 |
우리 옛 건축물 7 (지붕장식 3) (0) | 2016.06.05 |
우리 옛 건축물 6 (지붕장식 2) (0) | 2016.06.02 |
우리 옛 건축물 5 (지붕장식 1) (0) | 2016.06.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