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건축물

우리 옛 건축물 6 (지붕장식 2)

從心所欲 2016. 6. 2. 21:20




<경복궁 야경>


[무량각]


궁궐 건물 중에는 지붕에 용마루가 없는 건물들이 있습니다. 아래 두 사진에서 보듯 경복궁 교태전이나

강녕전의 지붕에는 용마루가 없는데 이런 건물 지붕을 무량각이라고 합니다.



<경복궁 교태전>


<경복궁 강녕전>


위의 두 건물 뿐 아니라 창덕궁의 대조전, 창경궁의 통명전에도 용마루가 없습니다. 이처럼 용마루가 없는

전각들은 대부분 왕 또는 왕비의 침전으로 쓰였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왕의 침전에 용마루가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왕은 용(龍) 인데 왕이 자는 침실에 용이 또 있는 것은 한 집에 두 마리의 용이 있는 격이라 용마루가

없다는 설(說)과 왕, 왕비가 장차 왕이 될 왕자를 생산해야 하는데 용마루에 이미 용이 있으면 새로운 용이

태어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설 등이 떠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두 설 중에 고르라면 저는 후자 쪽입니다.

왜냐하면 왕의 정전과 편전에는 용마루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쨌거나 이런 무량각지붕에는 용마루 부분에 양쪽을 넘어가는 특수한 모양의 기와가 사용됩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는 기와를 평와(平瓦)라고 부르는데 대하여 이 기와들은 곡와(曲瓦)라고 하는데 드물게는 궁와

(弓瓦)라고도 한답니다. 이 기와들은 양쪽 지붕이 만나는 지붕 꼭대기 부분을 비가 새지 않게 덮어 막도록

만들어지는 특수기와로 암키와는 말안장처럼 생겼으며 수키와는 소의 목에 거는 멍에처럼 생겼다고 합니다.



[취두, 용두]


창경궁의 정문인 홍화문입니다.



<창경궁 홍화문>


사전 지식이 없는 경우, 처음 보면 지붕마루 위에 여기저기 새가 앉아있는 듯한 모습들이 보입니다.  지붕 맨 위

용마루 양쪽 끝에 얹히는 조형물은 장식기와의 일종으로 취두(鷲頭)라고 합니다.  용마루에 얹혀있으니까 

개중에는 용두로 착각하는 분들도 있고, 심지어는 사전에서 조차 용두와 혼동되어 설명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조선시대 이전에는 치미(鴟尾)라고 부르는 새 날개나 물고기 꼬리모양의 장식기와들이 사용되었다가 고려 중기

부터 취두가 사용되기 시작하여 조선시대에는 취두로 정착되었다고 합니다. 한문 그대로 해석하면 치미(鴟尾)는

올빼미 꼬리라는 뜻이고 취두(鷲頭)는 독수리 머리라는 뜻입니다. 그런 까닭에서인지 취두의 모양을 설명하는

글에는 ‘괴상하게 생긴 새머리 모양’이는 표현도 있는데 아래 취두 그림을 보면 반드시 그렇다고 말할 수만은

없어 보입니다. 그림처럼 취두의 옆면에는 용의 그림이나 귀면이 새겨져 있는데 조선시대 이전의 취두에는 새

모양이 그려져 있기도 했다고 합니다.


<취두>


아래 사진은 미술사학자 강우방 선생이 서울신문에 게재하고 있는 [세계의 조형예술 龍으로 읽다]에 용과

보주에 대한 설명의 글에 첨부된 사진입니다.



<중국 원통사 용마루>


중국 곤명(昆明)의 원통사(圓通寺)의 용마루 사진이라고 하는데 벌려진 용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보주가

지붕의 용마루를 이루고 있는 형태입니다. 마치 용마루의 어원을 설명해 주는 듯한 느낌을 주는 모습이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용마루 모퉁이에 조각된 용의 형상은 용의 머리만이 아니라 전체 모습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용두(龍頭)는 말 그대로 용머리 모양의 장식기와입니다. 통상 용이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을 무섭게 표현하여

사악한 기운을 쫓아내는 목적의 장식물입니다. 보통은 추녀마루 위쪽에 얹히지만 때로는 내림마루의 하단부에

얹히기도 합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오른쪽에 내림마루에 얹혀있는 용두의 입 벌린 모양이 비교적 선명하게 보입니다.





 

아래의 남한산성 행궁의 지붕마루 사진에는 각기 내림마루 끝과 추녀마루의 시작부분에 용두가 얹혀있는 것이

보입니다. 이러한 용두와 취두는 고려시대부터 제작되기 시작하여 조선시대에 성행하면서 궁궐이나 관청 같은

건물의 지붕마루를 장식하는데 사용되었습니다.



< 남한산성 행궁 지붕마루 위의 용두 >



반면 일반 민가에서는 암막새를 세워놓은 망와로 지붕마루를 장식했습니다. 아래 사진의 내림마루 끝에 혀를

위로 내민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망와(望瓦)로, 다른 말로는 망새라고도 합니다.



망와 부분을 좀 더 가까이 살펴보면 ,암키와를 쌓아올려 지붕마루를 만들면 지붕마루 끝에는 암키와를 쌓아올린

단면이 드러나게 됩니다. 이 지붕마루의 마구리를 숫키와 두장을 옆으로 세워 막아주는 것을 머거불이라고

합니다. 망와는 이 머거불 위에 올려집니다. 너새기와는 맞배지불 건물의 측면이나 합각부분에 놓이는 기와로

일명 날개기와라고도 합니다.



취두, 용두에 이어 세 번째로 등장하는 지붕위의 장식물은 잡상(雜像)입니다. 위의 흥국사 대웅전과 남한산성

행궁 사진에서 용두 아래편으로 주르르 보이는 작은 조형물들이 모두 잡상입니다.

잡상에 관한 설명에 앞서 먼저 ‘어처구니’라는 말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어처구니‘는

맷돌짝 가운데에 위치해 윗맷돌과 아랫맷돌이 서로 어긋나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심. 또는 더 흔하게는

윗맷돌 옆에 달린 손잡이가 어원인 것처럼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또 한편에서는 지붕 위에 놓인 잡상이

’어처구니‘의 어원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어사전에는 맷돌 손잡이나 잡상과 관련한 어원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상상 밖으로 큰 물건이나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나와 있습니다.

수 년 전 어느 대학교 국문학과교수가 어처구니의 어원을 연구한 결과가 신문에 보도된 적이 있는데 그 교수의

결론은 19세기 말에 ’어처군이‘로 쓰인 것까지는 확인했는데 그 이상은 더 알 수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 때에 쓰인 ’어처구니‘라는 말의 의미는 지금 사전에 나와 있는 의미에 더 가까웠다는 것입니다.

또한 국립국어원에서도 위의 교수분 연구결과와 유사한 대답을 내놓고 있으니 더 이상 어처구니의 어원으로

맷돌 손잡이나 잡상을 들먹이는 것은 무의미한 일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