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그림

이인문 - 산수인물도

從心所欲 2020. 8. 6. 08:54

[전 이인문 <산수인물도> 지본담채, 38.1 × 59.1cm, 국립중앙박물관, 흔히 ‘큰 집에서의 아취(雅趣)있는 모임‘이라는 뜻인 <대택아회(大宅雅會)>로 소개되나, 국립박물관 소장목록은 <산수인물도>이다.]

 

[이인문 「산정일장도」중 제5폭. 110.2 × 39.7㎝, 이상향을 그린 산수화로 일본에서 발견되었다.]

 

[이인문 <수로한거도(樹老閑居圖)> 지본담채, 26.5 x 33.0㎝, 한양대학교박물관]

 

[이인문 <고사산수도(高士山水圖)> 지본담채, 20.8 x 30cm, 2013년 서울옥션 경매에 나왔었다]

 

[이인문 <목양취소(牧羊吹簫)>, 지본채색, 30.8 × 41.0㎝, 간송미술관]

 

'양을 치면서 피리를 불다'라는 뜻의 이 그림에는 웃통을 벗은 소년이 바위에 앉아 피리를 불고 있다. 인물의 모습이나 그림의 색감이 얼핏 요즘 그림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이 그림은 고사(古事) 인물도이다. 그림 속의 인물은 도교에서 적송자(赤松子)로 불리는 신선이다. 중국 진(晉)나라 때 황초평(黃初平)이라는 인물이 있었는데 출신이 빈한하여 8살 때 가축을 치는 일을 했다. 15살 때 양치기로 일하던 어느 날, 한 도사가 황초평을 보고 그의 솔직한 성품에 반해 강소성에 있는 금화산(金華山)으로 데리고 갔다. 그로부터 40년 동안 황초평은 가족에게 아무런 소식도 전하지 않고 오로지 수행에만 매달렸다. 그러자 형인 초기(初起)가 동생을 찾아 긴 여행을 떠난 끝에 동생을 만났는데 예전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동생의 말 한마디에 초원 여기저기에 놓여 있던 흰 돌들이 순식간에 수만 마리의 양으로 변신하는 것을 보고 동생이 선술(仙術)에 통달했다는 것을 안 형도 금화산에 그대로 눌러앉아 술법을 배워 역시 신선이 되었다고 한다.

 

[이인문 <선동전약((仙童煎藥)>, 지본담채, 30.8 × 41.0㎝, 간송미술관]

 

그림 속의 인물이 도사나 신선은 아니지만 거대한 소나무와 소나무 아래의 영지버섯, 사슴 등에서 도교적 신선세계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제시는 “너와 사슴이 다함께 잠들면, 약 달이는 불길이 시간을 넘기리라(汝與鹿俱眠 缿藥之火候過時).”이다.

 

이인문이 관념적인 사의산수화(寫意山水畵)만을 그린 것은 아니다. 한양의 중인계층들이 인왕산 아래의 옥류동(玉流洞) 송석원에 모여 갖던 시사(詩社)를 그린 것도 있고 자신이 참석했던 아회를 그림으로 남기기도 했다.

 

 

[이인문 <송석원시사아회도(松石園詩社雅會圖)>, 1791년, 지본수묵, 25.5×32cm. 한독의약박물관]

 

[이인문 <누각아집도(樓閣雅集圖), 지본담채, 57.7 x 86.3cm, 국립중앙박물관]

 

<누각아집도>는 이인문이 76세 때인 1820년에 그린 그림이다. 임희지, 김영면, 서영수라는 인물들과 어느 누각에서 아회를 가진 것을 기념하여 그린 것이다. 김영면, 임희지는 중인 출신의 여항화가이고 서영수는 규장각에서 근무했다는데 직책은 알 수 없다. 신분과 나이를 초월한 이들 네 사람이 죽림칠현의 고사를 본 따 소나무가 우거지고 계곡물이 흐르는 누정에 모였다. 그림 상단에 있는 글이 그 날의 상황을 설명해준다.

 

[<누각아집도(樓閣雅集圖)> 부분확대]

 

【늙은 소나무 몇 그루 있어 흐르는 물이 그 가운데를 뚫고 가니

소나무는 푸르고 물은 차가워 골짝 가득 바람 인다.

높직한 헌창(軒窓)에 구름과 아지랑이 영롱한 사이에

안석에 의지하여 축을 펴는 이는 도인(道人)이요,

손에 화전(畵箋)을 들고 들여다보는 이가 수월(水月)이며,

거문고를 놓아두고 난간에 기댄 이는 주경(周卿)이요

걸상에 걸터앉아 길게 읊조리는 이가 영수(潁叟)이니

이 네 사람은 가히 죽림칠현과도 대적할 만하구나.

그런데 문득 이끼 낀 시내 둔덕 위로

이야기하며 나란히 오는 이들은 누구인가.

이 또한 호걸의 기풍 있는 사람일 것이다.

도인 76세 늙은이가 그림을 그렸고

수월은 보고 영수가 증언하고 주경이 평을 하였다.

때는 경진년(庚辰年) 청화월이다.】

▶도인(道人) : 이인문, 수월(水月) : 임희지, 주경(周卿) : 김영면, 영수(潁叟) : 서영수

▶청화월(淸和月) : 음력 4월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이인문의 실경산수화도 몇 점 있다.

 

[이인문 <총석정>, 지본담채, 21.2 × 33.8cm, 간송미술관]

 

[이인문 <단발령망금강(斷髮嶺望金剛)>, 지본담채, 23 x 45cm, 개인]

 

[이인문 <피금정>, 지본담채, 21.5 x 35.5cm, 개인]

 

[이인문 <도봉원장(道峯苑壯)>, 지본담채, 26.5 x 33cm, 개인]

 

<도봉원장(道峯苑壯)>은 도봉산 계곡 안에 있는 원장의 풍경을 그린 진경산수화이다. 계곡 안에 위치한 원장과 마을의 풍경을 사실적인 경관을 토대로 하면서도 담백한 필치로 생략적으로 재현하였다. 전체적으로 담채를 사용하였지만 때로는 먹의 대비를 통해 담담한 화면에 변화를 주는 이인문 특유의 정취가 잘 나타나 있다는 평을 받는 그림이다.

 

 

 

참고 및 인용 : 국립중앙박물관, 도교의 신들(이만옥 옮김, 2007, 도서출판 들녘),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그림(박은순, 2008. 한국문화재재단),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한국학중앙연구원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한국학중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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