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병풍

병풍 18 - 기명절지도(器皿折枝圖)

從心所欲 2020. 12. 19. 05:37

기명절지화(器皿折枝畵)는 중국의 고동기(古銅器)나 자기(磁器)를 꽃가지, 과일, 문방구류 등과 함께 그리는 그림으로 동양의 정물화 형식이라 할 수 있다. 기명(器皿)은 살림살이에 쓰이는 그릇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절지(折枝)는 나뭇가지를 꺾는다는 뜻인데, 꽃을 그릴 때 가지만 그리고 뿌리는 그리지 않는 화법(畫法)을 말한다.

▶고동기(古銅器) : 구리로 만든 옛날 그릇이나 물건.

 

기명절지화는 중국에서 처음에는 그릇에 꽃을 꽂는 병화도(甁花圖)에서 시작하여 고동기가 그림의 중심이 되는 그림으로 발전한 화목(畵目)이다. 기명절지도는 특히 북송(北宋)대에 금석학(金石學)에 심취한 문인과 사대부들의 복고적 취향으로 인하여 큰 발전을 보게 되었다. 북송의 사대부들은 중국 상(商)나라, 주(周)나라 시대의 제사에 쓰이던 제기(祭器)들인 고동기(古銅器)에 관심을 갖고 고동기에 새겨진 명문(銘文)을 연구하고 생김새와 쓰임새를 살펴 글과 그림으로 기록을 남기는 작업을 하였다. 그러는 사이 고동기는 문인 사대부들이 문방사우처럼 늘 가까이에 두고 애완(愛玩)하는 물품이 되었다. 이러한 풍조를 반영한 고동기 그림에 길상(吉祥)의 의미를 갖는 꽃이나 과일이 곁들여지면서 기명절지도의 형식이 갖추어져, 이후 원(元), 명(明), 청(淸)을 거치면서도 자주 그려지는 화제(畵題)가 되었다.

 

[안중식 <기명절지도 병풍(器皿折枝圖 屛風)>, 10폭 병풍, 1901년, 견본채색, 병풍 각 폭 212 x 42.3cm, 국립고궁박물관(www.gogung.go.kr) 창덕6557]

 

각 폭에 고동기(古銅器)와 도자기를 배치하고 서책, 벼루, 인장과 같은 문구류와 길상의 의미를 담은 화훼를 10폭에 담았다. 별도의 배경 없이 빈 공간에 소재들을 늘어놓는 방식을 취하였으며 수묵(水墨)과 담채(淡彩)로 묘사하였다.

 

[안중식 <기명절지도 병풍> 10폭 병풍 中 1,2폭, 국립고궁박물관]

 

[안중식 <기명절지도 병풍> 10폭 병풍 中 3,4폭, 국립고궁박물관]

 

 

[안중식 <기명절지도 병풍> 10폭 병풍 中 5,6폭, 국립고궁박물관]

 

[안중식 <기명절지도 병풍> 10폭 병풍 中 7,8폭, 국립고궁박물관]

 

[안중식 <기명절지도 병풍> 10폭 병풍 中 9,10폭, 국립고궁박물관]

 

조선 말기의 화가로 못 그리는 그림이 없었다는 오원(吾園) 장승업(張承業, 1843-1897)은 기명절지화에도 능했다고 한다.

 

[<기명절지> 또는 <장승업필백물도(張承業筆百物圖)>, 견본담채, 38.8 x 233cm, 국립중앙박물관]

 

각종 기물과 괴석, 채소, 과일, 꽃가지, 난초 화분에다 게, 조개, 인삼 등 흔치 않은 소재들까지 두루 동원된 장승업의 대표적인 기명절지도이다. 각 소재의 용도나 의미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채 배열되었는데도 그 배치가 자연스럽다. 과감하고 분방한 필치, 산뜻한 담채와 음영법 등이 능숙하게 구사되었다는 평이다. 화면 오른쪽 위에 “오원장승업방신라산인법(吾園張承業倣新羅山人法)”이라고 써서 중국화가 화암(華嵒, 1683~1756)의 그림을 따랐다고 밝혔다.

 

[<장승업필백물도> 부분]

 

아래는 2폭으로 된 가리개이다. 1폭에는 세 점의 고동기(古銅器)와 장미, 모란, 복숭아 가지를 그리고 2폭에는 매화 가지를 꽂은 고동기 한 점과 수선화 화분, 유자와 꽃가지 등을 그렸다. 2폭 왼쪽 하단에 '신 조석진이 삼가 그리다'라는 뜻의 臣趙錫晉謹畵라는 관서와 ‘조석진인(趙錫晉印)' 백문방인 1과가 있다. 조선말의 화가 조석진(1853 ~ 1920)이 고종이나 순종에게 헌상하기 위해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명절지도가리개(器皿折枝圖二幅屛)> 2폭 가리개, 견본채색, 병풍 각 폭 220 x 70cm, 국립고궁박물관(www.gogung.go.kr)]

 

위의 조석진(趙錫鎭)과 안중식(安中植)은 모두 장승업의 제자였다.

아래는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또 다른 기명절지도 가리개이다.

 

[<기명절지도가리개(器皿折枝圖二幅屛)> 2폭 가리개, 견본채색, 병풍 각 폭 204.7 x 63cm, 국립고궁박물관(www.gogung.go.kr)]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기명절지도 10폭 병풍>은 각 폭에 고동기(古銅器)나 화병과 함께 복숭아, 옥수수, 호박, 국화, 소나무, 마늘, 모란, 게, 서적, 벼루 등이 그려졌다. 현재는 병풍으로 장황이 안 된 낱장의 그림으로 보관되고 있다.

 

[<기명절지도 10폭 병풍(器皿折枝圖 十幅 屛風)>, 지본채색, 병풍차 각 폭 148 x 37.5cm, 국립민속박물관]

 

 

 

참고 및 인용 :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세계미술용어사전(1999. 월간미술), 한국민족문화대백과(한국학중앙연구원)

'우리 옛 병풍'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병풍 20 - 책거리(冊巨里)  (0) 2020.12.21
병풍 19 - 책가도(冊架圖)  (0) 2020.12.20
병풍 17 - 백납도(百納圖)  (0) 2020.12.18
병풍 16 - 민화(民畵)  (0) 2020.12.17
병풍 15 - 모란도(牡丹圖)  (0) 2020.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