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가도를 얘기할 때 늘 같이 등장하는 이름이 책거리(冊巨里)이다. 책거리에 대해서는 책가도의 상위 개념이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책가가 없는 책가도를 가리킨다는 주장도 있고, 책가도의 다른 이름으로 보기도 한다.
실제 각 박물관의 소장품 명칭을 보면 문방도, 책가도, 책거리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에는 오히려 책가가 없는 것을 책가도로, 책가가 있는 것을 책거리로 이름 붙여진 경우가 더 많다. 처음에 누군가가 별 고민 없이 붙여놓은 이름을 관행적으로 사용하는 때문으로 보인다.
책거리의 거리는 놀거리, 먹을거리, 볼거리에서와 같이 ‘내용이 될 만한 재료’를 뜻하는 말로 다른 말 아래에 기대어 쓰이는 명사이다. 거리(巨里)의 한자는 발음을 딴 이두식 표기라 한다.
궁중화풍의 책가도가 19세기에 민화풍의 책거리로 확산되면서 책가가 있는 형식보다는 책가가 없는 형식이 더 많이 그려졌다. 아울러 책가 대신에 규모가 작은 탁자나 서안(書案) 등의 가구가 등장하고, 구성은 점차 자유로워지고 색채도 화려함이 더해졌다.
책거리 그림이 기명도(器皿圖)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처음에는 책과 문방구에 선비의 격조를 더해주는 수석(水石)이나 고동기 정도만 등장하다가 후기에 민화로 발전하면서 기복을 상징하는 물건들을 채워 넣어 복잡 다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위 책거리 병풍에는 책과 책갑, 두루마리 외에 화로, 붓통, 벼루, 수선화, 어항, 회중시계, 벽걸이시계, 화병, 주전자, 경대, 여의 같은 기물들이 잔뜩 들어있다. 모두 수복(壽福)과 다산(多産)을 기원하는 상징물들이다.
참고 및 인용 :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한국민족문화대백과(한국학중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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