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병풍

병풍 20 - 책거리(冊巨里)

從心所欲 2020. 12. 21. 05:32

책가도를 얘기할 때 늘 같이 등장하는 이름이 책거리(冊巨里)이다. 책거리에 대해서는 책가도의 상위 개념이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책가가 없는 책가도를 가리킨다는 주장도 있고, 책가도의 다른 이름으로 보기도 한다.

실제 각 박물관의 소장품 명칭을 보면 문방도, 책가도, 책거리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에는 오히려 책가가 없는 것을 책가도로, 책가가 있는 것을 책거리로 이름 붙여진 경우가 더 많다. 처음에 누군가가 별 고민 없이 붙여놓은 이름을 관행적으로 사용하는 때문으로 보인다.

 

책거리의 거리는 놀거리, 먹을거리, 볼거리에서와 같이 ‘내용이 될 만한 재료’를 뜻하는 말로 다른 말 아래에 기대어 쓰이는 명사이다. 거리(巨里)의 한자는 발음을 딴 이두식 표기라 한다.

 

궁중화풍의 책가도가 19세기에 민화풍의 책거리로 확산되면서 책가가 있는 형식보다는 책가가 없는 형식이 더 많이 그려졌다. 아울러 책가 대신에 규모가 작은 탁자나 서안(書案) 등의 가구가 등장하고, 구성은 점차 자유로워지고 색채도 화려함이 더해졌다.

 

[<책가도병풍(冊架圖屛風) 8폭, 지본채색, 병풍 각 폭 106.6 x 25.5cm, 국립중앙박물관]

 

[문방도병풍(文房圖屛風) 6폭, 견본채색, 병풍: 99.9 x 302.8cm, 국립고궁박물관( www.gogung.go.kr ) ㅣ창덕6502]

 

[<필자미상 책가도 10폭 병풍>, 견본채색, 병풍: 214.2 x 487cm, 국립중앙박물관]

 

[<책거리병풍> 4폭, 지본채색, 병풍: 199 x 60cm, 국립민속박물관 ㅣ 민속016419(아래 민속016420 병풍과 1조를 이루는 병풍이다]

 

[<책거리병풍> 4폭, 지본채색, 병풍: 199 x 60cm, 국립민속박물관 ㅣ 민속016420(위 민속016419 병풍과 1조이다]

 

[<문방도가리개> 또는 <문방도이폭병(文房圖二幅屛)>, 견본채색, 병풍 각 폭 221 x 66cm, 국립고궁박물관 ㅣ 창덕6496]

 

책거리 그림이 기명도(器皿圖)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처음에는 책과 문방구에 선비의 격조를 더해주는 수석(水石)이나 고동기 정도만 등장하다가 후기에 민화로 발전하면서 기복을 상징하는 물건들을 채워 넣어 복잡 다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위 책거리 병풍에는 책과 책갑, 두루마리 외에 화로, 붓통, 벼루, 수선화, 어항, 회중시계, 벽걸이시계, 화병, 주전자, 경대, 여의 같은 기물들이 잔뜩 들어있다. 모두 수복(壽福)과 다산(多産)을 기원하는 상징물들이다.

 

 

 

 

참고 및 인용 :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한국민족문화대백과(한국학중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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