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안 짓고 시골살기

농사 안 짓고 시골살기 - 시골은 이상향이 아니다.

從心所欲 2021. 1. 18. 09:32

 

 

도시의 번잡함이 버겁게 느껴질 때마다, 살아본 적도 없는 시골생활을 늘 꿈꿨지만 딱히 도시에서 할 일도 없으면서,

아이들 핑계대며 뭉그적거렸다. 하지만 그렇게 세월만 보내다는 끝내 도시를 떠나지 못할 것 같아 먼저 단독 탈출을

결심했다. 정작 집사람의 동의를 받고나니 아무 연고도 없는 곳을 찾아 집을 떠난다는 것에 대한 커다란 두려움이

다가왔다.

 

익숙한 도시생활을 뒤로 하고 시골이라 불리는 곳에서 생활을 시작한 것이 어느덧 만 5년이 다 되어간다.

바닷가 근처에서 2년을 살았고, 이제 산 많은 곳으로 옮겨와 산 지 3년째다. 혼자서다. 집사람은 아직도 독립하지 못한

아이들 뒤치다꺼리 하느라 여전히 도시에서 산다.

 

많은 사람들이 귀농이나 귀촌을 한다.

농사를 짓는 경우 귀농이라 하고, 그냥 시골에 내려와 사는 것을 귀촌이라고 부른다. 고향에 내려온 것이 아니어도 모두 귀촌이라고 한다. 도시에서 태어나 줄곧 도시에서만 살았던 터라 처음에는 이 귀촌 소리가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귀촌이란 이름으로 시골에 와보니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시골에 내려왔다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모습도 본다.

여러가지 핑계와 이유가 있다.

그러나 겉포장이야 어떻든 그 핵심은 시골생활에 적응을 못해서다. 시골생활이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고들 한다.

 

무엇이 달랐을까?

모든 선택에는 얻는 것과 잃는 것이 있다. 얻는 것만 생각하고 잃을 것은 생각하지 않은 탓에 실망하고 좌절하는 것이다. 실제 시골생활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고 느꼈다면 그것은 생각을 덜 했던 탓이다. 시골은 달라진 것이 없다.

시골은 현실 도피처도 아니고 이상향도 아니다.

 

‘나는 자연인이다’ 같은 TV프로그램에 혹해서 시골에 내려오는 경우, 빠르면 몇 달이고 길어야 3년 안에 돌아간다.

3년을 가는 이유도 시골에 내려오면서 투자한 것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버티고 버티는 것이다. 시골 사람들도 그런 모습을 한두 번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적어도 3년은 지나야 그나마 동네사람 취급을 해줄까 말까다.

 

할 것 없으니 식당이나 해서 먹고 살겠다는 생각으로 식당 했다가 쪽박 찬 사람들이 많다.

도시생활이 여의치 않아 시골 내려가 농사나 지으며 살겠다는 섣부른 생각으로 시골생활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농촌생활을 실패하는 시작이다.

모종을 옮겨 심으면 잘 자라는 놈이 있는가 하면 처음부터 비실비실하다가 시드는 놈도 있다.

인간이나 식물이나 환경이 바뀔 때 받게 되는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는 생각보다 훨씬 크다.

다른 것 다 제쳐놓고 그 스트레스 하나만으로도 때론 견디기가 힘들다.

 

시골은 이상향이 아니다.

 

[눈 내린 오늘 아침 집 앞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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