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안 짓고 시골살기

시골텃세

從心所欲 2021. 1. 24. 07:39

시골텃세...

지역민은 없다고 하고 귀농, 귀촌인은 있다고 한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의하면 2018년까지 귀농, 귀촌인구는 50만 명에 이른다. 그리고 2016년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귀농, 귀촌인 가운데 마을 주민과 갈등을 경험한 비율은 무려 45%에 이른다고 한다. 시골에 내려온 사람들의 절반 가까이가 지역민과 갈등을 겪는 것이다. 갈등의 주요원인은 선입견과 텃세로, 갈등 원인의 50%가 넘는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우리’라는 말로 대표되는 ‘관계’를 유독 중요시해온 사회다. 그리고 그 전통적 가치관이 아직도 가장 많이 남아있는 곳이 농촌이다. 그곳에 ‘내돈내산’을 따지는 이질적 도시의 가치관이 들어가면 당연히 부딪힐 수밖에 없다.

 

시골 마을의 거의 모든 마을 안길은 마을 사람들이 각기 개인의 땅을 희사하여 만들어진 길이다. 포장은 지자체에서 해줬더라도 그 길에 들어간 땅은 마을사람들이 마을을 위해 내놓은 것들이다. 그런데 그런 길을 매일 이용하는 생면부지의 외지인이 들어와서는 자기 땅에 울타리부터 치기 시작한다. 누구라서 이런 모습을 좋게 보겠는가?

자기 땅에 말뚝 박는 일은 ‘내돈내산’을 따지는 도시적 가치관으로는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 일이지만, 자신들이 모두 조금씩 희생하고 힘을 보태어 마을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지역민들에게는 자신들에게 벽을 세우는 일로 보이기에 충분하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다. 농촌에 가면 농촌 가치관을 따라야 한다. ‘내돈내산’만 생각하고 ‘내 것’만 소중하게 여긴다면 애초에 시골에 내려올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드러나는 그런 가치관은 지역민을 자신에게서 멀어지게 한다. 자신을 멀리하는 것을 두고 외지인은 차별이라 생각하고 텃세라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지역민은 오히려 외지인이 ‘우리’ 안에 들어오지 못한 것으로 본다. 그래서 지역민들은 그것을 절대 텃세라고 생각지 않는다.

 

물론 때로는 단순한 외지인에 대한 반감 때문에 의도적이고도 노골적인 텃세도 있다. 그런 곳에서 외지인이 살아남을 방법은 없다. 그래서 신중하게 정착지를 고르는 일이 중요한 것이다. 땅값은 그 뒤의 문제다.

 

시골에서 외지인이 지역민과 갈등이 생겼을 때, 아무리 자신이 옳고 상대방이 그르더라도 마을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지지해줄 것이라는 생각은 안 하는 것이 좋다. ‘명명백백한 진실’보다는 ‘우리’가 더 중요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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