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안 짓고 시골살기

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

從心所欲 2021. 1. 28. 08:30

농림축산식품부의 2019년 귀농·귀촌인 통계에 따르면 귀농인의 2/3 이상이 5060세대라고 한다. 30대 이하는 10% 남짓에 불과하다. 사실 이런 현상은 지자체에서 바라는 것이 아니다. 지자체가 귀농인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이유는 젊은 세대들이 내려와 농업을 생업으로 삼아 정착하기를 바라는 착상에서 시작된 것이다. 인구소멸도 막고 젊은 사람들의 신선한 발상으로 농업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5060세대의 귀농은 일시적으로 인구감소를 늦춰주는 착시현상을 보일 수는 있지만, 조금만 지나면 고령인구의 증가와 가속화라는 또 다른 짐을 지자체에 안기게 된다.

 

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없는 5060세대의 귀농은 대부분 “누구는 나면서 농사지었나?!”라는 개척정신과 “하면 된다.”는 도전정신의 발로다. 그런 정신이 보상받는 경우가 가끔 있기는 하지만 안락해야할 노년이 고통의 삶으로 바뀌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까운 곳에 17년 전 귀농한 친구가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귀촌을 했다가 귀농으로 바뀐 경우다. 일손이 모자라는 농촌이라 종종 친구네로 불려간다. 그때마다 혼자 속으로 다짐하는 것은 “절대 농사짓지 말자!”이다. 농사 일이 힘들어서만은 아니다. 친구가 농업으로 실패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농사 17년에도 여전히 시행착오를 겪고, 그로 인한 심적 물적 고통을 겪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다. 진취적이면서도 낙천적인 친구는 그 모든 일을 대범하게 넘기지만 곁에서 보는 사람은 힘들다. 그 친구의 앞으로 남은 삶도 그가 애초에 꿈꿨던 안락한 삶과는 거리가 멀 것 같아서 친구집에서 돌아오는 길은 늘 마음이 무겁다.

 

물론 친구는 그런 삶 자체를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도전 과제들이 있어 더 행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그럴 수는 없다. 오히려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남 농사 짓는 것을 보는 것이 목가적 삶이다. 자신이 농사를 지으면 풍경이 아무리 목가적이더라도 그 속의 삶은 전투다. 

 

나이 먹으면 아무리 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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