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안 짓고 시골살기

시골에선 50대도 젊은이다.

從心所欲 2021. 2. 4. 07:51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사과 농사를 주로 하는 지역이다.

나무에 비료만 잘 주면 알아서 열릴 것이라는 농알못의 생각과는 달리 과수원에도 의외로 일손이 많이 필요하다. 1월에 비료주기부터 시작해서 가지치기, 적과를 비롯하여 팔기 좋은 사과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사과를 수확하는 순간까지 끊임없이 일손이 필요하다.

 

처음 내려왔을 때만해도 그런 일들은 주로 지역민들이 했다. 하지만 불과 2, 3년 만에 이제는 거의 외국인으로 바뀌었다. 일손을 필요로 하는 시기가 서로 같다보니 그 마저도 미리미리 예약을 해두지 않으면 사람 부르기도 어렵다. 농사는 때를 놓쳐서는 안 되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 되면 과수원 주인들의 얼굴은 사색이 된다.

 

농촌인구의 노령화는 어제 오늘 들은 얘기가 아니지만 실제로 시골에 살아보면 느끼는 강도가 다르다. 통계적 노령인구의 기준은 65세 이상을 말한다. 그렇지만 실제 농촌에서는 65세에서 70대 초반까지는 노령인구 축에도 끼지 못한다. 농촌에서는 80대에도 밭에 나가는 일이 흔하다. 평생 농사일로 어디 한군데 안 아픈 곳이 없고 허리까지 굽었어도 걸을 수만 있으면 작은 일이라도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농촌의 형편이기도 하다.

 

 

친구네 과수원 일을 하다 둘이 모두 체력이 딸려 허덕이다가 쉬는 중이었다. 친구가 갑자기 좋은 일이라도 생각난 듯 얼굴에 웃음이 가득해지면서 일을 도와줄 젊은이를 하나 구했다고 했다.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50대란다. 그 말에 담긴 여러 뜻을 생각하며 서로 한참을 웃었다. 시골에서는 50대도 젊은이 소리를 듣는다.

 

50대 젊은이들이 시골로 많이 내려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