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안 짓고 시골살기

농사는 평생 지은 사람도 힘들다.

從心所欲 2021. 1. 31. 06:13

그래도 시골에 내려왔으니까 한 번은 농사를 지어봐야 되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런 경우라면 굳이 땅을 사지 않더라도 해볼 수 있는 길이 있다. 도지(賭地)를 얻으면 된다. 농촌의 노령 인구가 늘어나면서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농가에서 대신 농사지으라고 빌려주는 땅이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도지 비용은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 나오는 땅들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땅은 인맥을 통해서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만일 시골에 그런 인맥이 없다면 농사일을 다니면서 인맥을 만들면 된다.

 

농사일을 아무나 붙여주는 것은 아니다. 지금 인력을 필요로 하는 농사일은 대부분 팀으로 움직인다. 그것도 인맥이 없으면 농사일 경험이 없는 사람은 끼기 힘들다. 그런 경우에는 맨 땅에 헤딩을 해야 한다. 무작정 남들 일하는 곳에 찾아가 일을 배우고 싶다며 껴달라고 부탁해보는 것이다. 물론 일당 받을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며칠은 무료봉사한다는 생각으로 따라다녀야 한다. 하다 보면 자신이 농사에 적합한지 아닌지 판단도 서게 된다. 다행히 적응을 해서 일을 잘 따라가면 싹수를 보고 그 팀에서 같이 일 다니자는 제의가 자연스럽게 들어온다. 그때부터는 당연히 일당도 받을 수 있다.

 

그렇게 팀에 합류하게 되면 농사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농사를 안 지을 때 농사에 대하여 들은 얘기들은 다 헛것이다. 자신이 농사일을 해보면서 듣는 얘기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된다. 귀동냥만으로도 깨닫고 느끼는 것이 많아진다. 그때에 농사를 지을지 말지를 결정해도 된다.

 

농촌에서 귀농 교육기관이나 지원기관을 이용해보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그곳에서의 대화상대는 주로 농사를 짓겠다고 내려온 초보자들이다. 의욕은 충만하지만 농사에 대해 모르기는 서로 마찬가지다. 담당 공무원이 있어도 그들은 직접 농사를 짓는 농부만큼 현장의 소리를 들려주지는 못한다.

 

 

사는 곳 바로 앞의 기차선로가 놓인 뚝 벼랑에 이렇게 돌을 쌓아 작은 밭을 일구어 매년 무언가를 심는 분들이 있다. 그런데 매년 바꿔가며 심는 것들이 콩이나 감자, 깨 같은 것들이다. 일손이 덜 가기 때문이라 한다. 이렇게 작은 밭인데도 손 많이 가는 것은 힘들어 못 심는다고 하신다. 평생을 이곳에 사신 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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