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안 짓고 시골살기

시골로 내려온 이유를 잊지 말기

從心所欲 2021. 2. 7. 11:23

시골에 내려오게 되는 결심의 가장 큰 이유가 자연과 여유로운 삶을 즐기기 위한 것이었으면서도 사람들은 자주 그것을 잊는다. 돈도 벌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것이다. 돈을 벌려면 시골보다 도시가 낫다. 시골은 쓰고 먹고 즐기러 오는 곳이다. 그래야 자신도 행복하고 지방도 산다.

 

 

居之平 安爲福 萬事分定要知足

지내는 것이 평안하면 그것이 곧 행복,

만사의 나눔은 이미 정해져 있으니 만족할 줄 알아야 하네.

 

粗衣布履山水間 放浪形骸無拘束

허름한 옷 입고 면포 신발 신은 채 자연 속에 살지만

떠도는 내 몸은 자유로워 걸릴 것 없네.

 

好展卷 愛種竹 花木數株喜淸目

글 읽기 좋아하고 대나무 심는 것 즐겨하여

꽃과 나무 몇 그루 눈을 맑게 해주니 기쁘도다.

 

滌煩襟 遠塵俗 靜裏蒲團功更熟

번거로운 생각 씻어버리고 티끌세상 멀리 하며

조용히 부들방석에 앉으니 공부 더욱 깊어지네.

 

渴烹茶 饑煮粥 雅淡交游論心腹

목마르면 차 달이고 배고프면 죽 끓이며

고상하고 담담한 말로 속내를 주고받네.

 

中則正 滿則覆 推己及人人心服

중심을 지키면 바르게 되고 가득차면 엎어지니

나를 미루어 남에게 미치면 남들도 마음으로 따르네.

 

不妄動 不問卜 衣食隨緣何碌碌

망령되이 행하지 않고 점괘를 묻지 않으며

인연 따라 먹고 입으니 무엇이 용렬하랴.

 

遇飮酒 歌一曲 歡會無多歌再續

술자리 만나면 노래 한 곡 부르고

즐거운 모임 많지 않아도 노래야 연이어 부를 수 있지.

 

常警省 念無欲 世事茫茫如轉軸

늘 경계하여 살피고 마음에 욕심 없으니

세상사 아득하여 수레바퀴 도는 것과 같네.

 

人生七十古來稀 百歲光陰眞迅速

칠십사는 사람 예부터 드물다지만

백년의 세월도 진실로 빛처럼 빠르도다.

 

對靑山 依綠水 造物同遊何所辱

청산을 마주하고 푸른 물에 의지하며

조물주와 함께 노니는데 욕될 것이 무엇인가.

 

及時勉勵樂餘年 一日淸閑一日福

때에 맞춰 힘써 남은 세월 즐기니

하루 맑고 한가하면 그 하루가 복이라.

 

- 안거가(安居歌) ㅣ 석전(石田) 심주(沈周, 1427 ~ 1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