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안 짓고 시골살기

혼자서도 잘 놀 줄 알아야 한다.

從心所欲 2021. 2. 15. 05:39

처음 시골에 내려오면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조금만 지나면 발길이 뜸해지다가 어느 순간 누군가 찾아온 것이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 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문득 사람이 그리워지고 외로움이 찾아오면서 혼자만 세상에서 외톨이가 된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언제든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나던 때가 그립고 사람 사는 것처럼 떠들썩한 도시 풍경이 자꾸 떠오른다. 그렇게 좋다고 생각되던 한적한 시골 풍경이 마냥 쓸쓸하게만 느껴지기 시작한다. 심해지면 우울증에 걸릴 수도 있다. 그래서 살던 도시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사업도 양다리 걸쳐서 성공하는 예가 드물듯, 시골살이도 도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면 적응하기 힘들다. 사실 시골은 도시에 비해 뭐든지 불편한 것이 많다. 그런 시골에 정을 붙이고 살려면 우선 사는 게 재미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재미는 누가 주지 않는다. 자신이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시골에서 살려면 혼자서도 잘 놀 줄 알아야 한다. 별 영양가 없는 이 글을 끄적이고 있는 것도 혼자 놀기의 하나다.

 

할 일 없이 시간만 보내는 것처럼 무료한 일은 없다. 그러니까 잡생각도 드는 것이다. 아무 것도 안 하면서 빈둥대는 것이 슬로우 라이프는 아니다. 심리적으로 쫓기거나 압박받지 않으면서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되 즐거움도 있어야 한다. 특별한 취미가 없으면 사회봉사도 생각해볼만 하다. 재능기부라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많지 않은 금액이라도 자신의 수고에 대한 보상을 받으면서 사회에 봉사하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독거노인에게 음식을 배달해주는 일 같은 것이다. 돈이나 사회적 체면을 생각하면 별 매력이 없는 일이겠지만 봉사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그 일이 왜 보람이 없겠는가.

돌아가신 부모님께 못 다한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풀 수도 있다. 

 

 

정 심심할 때는 책 한권 집어 들고 일 년 내내 거의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이런 벤치에서 한가롭게 솔내음을 맡다 보면 도시가 그리울 일도 별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