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안 짓고 시골살기

느리게 가는 시골길

從心所欲 2021. 1. 20. 10:37

 

도시인들이 애초에 시골에 내려오면서 원하는 땅은 대개 몇 백 평 내외의 작은 땅이다. 그런데 막상 시골에는 그런 크기의 땅이 매물로 나오는 경우가 흔치 않다. 작아도 천 평은 훌쩍 넘기가 예사다. 마음에 드는 작은 크기의 땅이 있더라도 그런 땅은 가격이 높아, 그 돈이면 좀 외진 곳의 몇 천 평 땅도 살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경제논리에 익숙한 대부분의 도시인들은 같은 값에 큰 땅을 산다. 그래서 생각지도 않았던 귀농인이 되는 것이다.

 

도시에서 집을 살 때는 나름 교통이나 주거환경 등 여러 가지를 꼼꼼히 따진다. 그런데 잘 모르는 농촌에서 땅을 살 때는 가격에만 매달린다. 그 땅이 내게 필요한지, 어떤 용도에 적합한 땅인지, 하다못해 좋은 땅인지 아닌지에 대한 깊은 생각도 없이 가격이 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땅을 사는 것이다. 땅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 때문이다. 집 지을 수 있는 땅이라는 말만 듣고 땅을 사서, 막상 집을 지으려고 보니까 그 땅에서는 물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시골에서 지내다 보면 점차 눈이 뜨인다. 여름에 봤을 때 그렇게 좋아보였던 땅이 겨울에는 몹쓸 땅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고, 평화롭게 보이는 우사가 나에게 어떤 악몽이 될 수 있는지도 알 수 있으며, 농부들의 일상을 보며 자신이 농사를 지을 수 있을지 없을지 가늠도 된다. 기다리다 보면 좋은 땅을 더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도 온다. 땅이 필요하면 그때 사면된다.

한 가지 꼭 기억할 것은 시골 땅은 사는 것보다 팔기가 훨씬 더 어렵다.

 

속전속결의 도시 삶에 비하여 시골의 삶은 느려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위하여 시골에 내려온 것이 아닌가! 여유가 없으면 시골은 답답할 뿐이다. 여유를 기르는 것이 농촌생활에 적응하는 길이다.

오늘 했다고 끝나는 농사일은 없다. 매일을 반복해도 지치지 않고 끝까지 수고하며 인내한 결과가 수확이다.

 

외국 유머이다.

“남자는 꼭 필요한 것을 남보다 비싸게 사고,

여자는 싸다는 이유로 필요하지 않은 것을 여러 개 산다.“

여성을 폄훼하려고 인용한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