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안 짓고 시골살기

서두름이 실수를 낳는다.

從心所欲 2021. 1. 19. 09:54

시골에 살기로 결정한 사람들이 흔히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땅부터 사는 것이다.

미지의 거처에 대한 불안감이 있을 때 ‘내 땅’이 있다는 것은 많은 위안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땅을 사두면 땅값이 오를 것이며 농사를 지어 소득도 올릴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있고, 남의 집에 살 때의 불편함과 경제적 부담도 고려한 것이니 일견 합리적 결정처럼 보인다.

 

이 글을 쓰는 자도 같은 생각을 했었다. 지인에게 땅을 알아봐달라고 부탁을 했더니 그러마고 대답은 하면서도 너무 서두르지 말고 내려와서 살며 천천히 사라고 했다. 하지만 그때는 그런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아 지인과 부동산을 통하여 부지런히 여러 곳을 둘러보고 거의 구입 직전까지도 갔었다. 그러다 일이 틀어져서 결국 땅을 사지 못한 채 셋집을 얻어 내려왔다.

 

지금 돌이켜보면 개인적으로는 땅을 사지 않은 것이 얼마나 잘한 일이지 모르겠다.

애초에 농사에 대하여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가진 경우가 아니라면 땅은 족쇄가 되고 짐이 되었다가 나중에는 애물단지가 된다. 밭에서 굽은 허리로 일하는 분들을 보고 ‘당연히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 분들은 평생을 농사짓던 분들이다. 그 분들도 노우하우로 농사일을 하는 것이다. 쉬엄쉬엄한다는 농사일의 비법은 진짜로 농사꾼이 되어야만 터득할 수 있다는 것을 시골에 내려와서야 깨달았다. 어쨌든 수확이 끝날 때까지는 늘 매달려야 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농사짓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거기다 처음 농사지으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농사에 대한 비전까지 갖추기는 정말 쉽지 않다. 1년 내내 땅에 매달렸다가 수익까지 안 나면 그 허탈함과 실망감을 어디다 비기겠는가?

자칫하다가는 마음 편히 살겠다고 내려온 시골이 헬시골이 되어버린다.

 

땅을 사는 일은 급한 일이 아니다. 현지에서 살면서 농사를 지을지 말지를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

예전 미군 유격대 생존교범에 ‘Undue haste makes waste.'라는 말이 있다.

’준비되지 않은 서두름은 낭비‘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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