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서 나비를 그린 화가들은 적지 않다. 심사정과 김홍도도 그렸고 조희룡도 그렸다. 그 외에도 이름이 별로 알려지지 않은 여러 화가들의 작품들이 지금도 전한다.
나비는 대개 꽃을 그릴 때 짝을 맞추기 위해 그려지지만, 민화에서는 나비의 한자인 접(蝶)자가 80노인을 뜻하는 ‘늙은이 질(耋)’자와 그 중국어 발음이 같아,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로도 그려졌다.
그러나 조선 후기에 이르러 채색화가 늘어나면서 나비의 아름다운 색과 문양 그 자체를 재현해내려는 화가들의 그림들이 이어졌다. 꽃과 어울린 형형색색의 나비는 시각적 아름다움을 배가하여 화려한 장식화로서의 요소를 갖추게 되면서 병풍으로까지 발전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예전의 화조도에서 나비가 있어도 꽃을 돋보이기 위한 부수적 요소였던 반면, 화가의 의중이나 의뢰자의 주문에 따라 나비가 주인공이 되고 또 그림에 등장하는 나비의 숫자도 늘어나게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나비가 무리로 등장하는 그림을 군접도(群蝶圖)라고 부른다.
전하는 군접도들은 대개 위의 병풍차처럼 각종 꽃이나 식물, 괴석들과 함께 그려졌다. 그러면서 <군접목단도>처럼 모란도에 나비를 결합하는 변화도 보여주었다.
아래 <남계우필 선면병풍(南啓宇筆扇面屛風)>은 그 조합이 좀 더 특이하다. 여러 개의 부채를 그린 백선도(百扇圖)와 나비를 그린 군접도를 교차하여 배치하였다. 그래서 <백선군접(百扇群蝶)>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이 병풍의 병풍차 중 나비 그림들은 3폭 왼쪽 상단에 ‘일호(一濠)’라는 백문방인이 있어 남계우의 작품으로 보고 있다. 병풍차를 가득 채운 다양한 종류의 나비들과 정교한 묘사는 남계우의 가능성을 더 높이고 있지만 또 다른 특징인 화려한 채색은 보이지 않는다.
박물관에서는 부채에 그림과 글씨를 넣은 솜씨가 공교롭고 전아하다는 평과 함께, 부채 병풍차는 화폭의 구성과 화풍으로 미루어 운초(雲樵) 박기준(朴基駿)의 작품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기준의 조선 후기에 규장각의 차비대령화원으로 활동했으나 생몰년은 알려지지 않은 화가이다.
서로 다른 종류의 병풍차가 어떻게 하나의 병풍으로 장황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단 사대부인 남계우와 화원인 박기준이 함께 그렸을 개연성은 낮게 보고 있다. 그러나 조선 후기에는 그림이 상품으로서 다양하게 유통되고, 서로 다른 분야의 그림들을 취향에 따라 나누거나 합하여 재배치하는 것도 유행했던 만큼, 두 화가에게 각기 그림을 의뢰하여 하나의 병풍으로 장황했을 가능성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보다는 별개로 그려진 작품들을 누군가가 하나의 병풍으로 장황했거나 아니면 각각의 병풍에서 산락된 것을 모아 하나의 병풍으로 장황하였을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
병풍이 장황된 형태와 병풍차의 구성으로 미루어 화려하고 감각적인 것을 추구했던 경향이 반영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참고 및 인용 :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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