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심서

목민심서 49 - 뇌물에 비밀은 없다.

從心所欲 2021. 6. 5. 06:37

[전 김홍도(傳 金弘道) <누숙경직도(樓璹耕織圖)> 中 위잠(餵蠶 : 누에먹이기), 33.6 x 25.7cm, 국립중앙박물관 ㅣ 〈누숙경직도(樓璹耕織圖)>는 송나라의 누숙(樓璹)이 빈풍칠월도(豳風七月圖)를 참고하여 농업과 잠업의 일을 순서에 따라 묘사하여 황제에게 바친 것에서 유래되었다. 조선에는 연산군 4년인 1498년에 조선에 처음으로 전래되었다 하며, 청나라 때의 〈패문재경직도(佩文齊耕織圖)〉와 함께 왕에게 올리는 감계화(鑑戒畵)로 제작되었다.]

 

 

● 율기(律己) 제2조 청심(淸心) 5

뇌물을 주고받는 것은 누구나 비밀스럽게 하지만 밤중에 한 일이 아침이면 드러난다.

(貨賂之行 誰不秘密 中夜所行 朝已昌矣)

▶율기(律己) : 『목민심서(牧民心書)』 제2편인 율기(律己)는 자신을 가다듬는 일을 말한다. 수신(修身)ㆍ제가(齊家)ㆍ치국(治國)ㆍ평천하(平天下)가 일체 자기의 행동을 바르게 하는 수신(修身)을 근본으로 삼는 만큼, 수령 자신의 몸가짐을 가다듬는 일부터 은혜 베푸는 일까지 6조로 나누어 논하고 있다.
▶청심(淸心) : 청렴한 마음가짐

 

아전들은 매우 경박하여 들어와서는 말하기를,

“이 일은 비밀이라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퍼뜨리면 제게 해로운데 누가 퍼뜨리려고 하겠습니까?”

하므로, 수령은 그 말을 깊이 믿고 흔연히 뇌물을 받지만 문밖에 나가자마자 말 퍼뜨리는 것을 꺼리지 않아 경쟁자를 억누르려 한다.

잠깐 동안에 사방에 퍼지건만, 수령은 깊이 들어앉아 고립되어 있어서 막연히 듣지 못하고 있으니 진실로 슬픈 일이다. 양진(楊震)이 말한, 넷이 알고 있다[四知]는 것 외에 사람이 안다는 것도 막아낼 수가 없다.

양진(楊震)이 형주 자사(荊州刺史)로 있을 때 무재(茂才) 왕밀(王密)이 창읍령(昌邑令)에 임명되었으므로 밤에 금 10 근을 품고 와 주면서,

“어두운 밤이라 아무도 모릅니다.”

하므로 양진이,

“하늘이 알고 신(神)이 알고 내가 알고 그대가 아는데 어찌하여 아무도 모른다 하오.”

하니, 왕밀이 부끄럽게 여기고 물러갔다. - 《후한서(後漢書)》 -

▶후한서(後漢書) : 남조(南朝) 송(宋)의 범엽(范曄)이 지은 사서(史書)이다. 후한 광무제(後漢光武帝)부터 헌제(獻帝)까지 본기(本紀) 10권, 열전(列傳) 80권으로 구성되었다. ‘양진(楊震)이……물러갔다’라는 기사는 54권 〈양진열전(楊震列傳)〉에서 인용한 것이다.

 

손신(孫薪)과 황보광(黃葆光)은 태학(太學)에서 함께 공부하던 사이였다. 후에 황보광은 어사(御史)로 있다가 처주(處州)에 나갔다. 그때 이서(吏胥) 한 사람이 황보광에게 뇌물을 쓰고자 하여 손신을 통해서 바치려 하니, 손신이,

“절대 말하지 말라. 내가 들으면 이것은 입이장(入耳贓)이 된다.”

하였다.

▶입이장(入耳贓) : ‘귀로 들어온 장물(贓物)’이란 뜻으로, 듣기는 하였으되 아직 실행하지 않은 뇌물.

 

 

번역문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이정섭 역, 1986), 다산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