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김정희

추사 김정희 13 - 운외몽중(雲外夢中)

從心所欲 2017. 11. 27. 15:15

 

정조대왕의 사위였던 홍현주가 어느 날 꿈에 멋진 선게(禪偈)를 얻었는데 꿈에서 깨어보니 단지 13자1 밖에

기억이 안 났다. 잊어버린 나머지 게송이 너무 안타까워 홍현주는 이 사실을 자하 신위에게 얘기하면서

나머지 대련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두 사람이 서로 시를 지어 화답하다 보니 10수의 시를 지었다.

그런데 이를 읽어본 추사가 또 3수의 시를 지었다. 이렇게 모인 시 13수를 추사가 필사하여 시첩을

만들고 그 시첩의 앞장에 표제로 '운외몽중(雲外夢中)' 4자를 대자(大字)로 써서 첩(帖)을 완성하였다.

이 때가 대략 추사의 나이 42세 무렵이다.

 

 

 추사 <雲外夢中>

 

이 '운외몽중'첩은 40대 추사 글씨의 최고 명작이면서 대자 예서체 글씨의 진수를 보여준다. 우리가 흔히

보아온 추사의 예서 글씨는 디자인적 변형이 많았다. 그러나 '雲外夢中' 넉 자는 예서체의 골격에 예서체의

방정함이 곁들여 있어 글자 자체의 울림과 무게가 동시에 느껴진다. 추사의 글씨에 괴(怪)가 들어가지 않을

경우에는 이처럼 단아하면서도 굳센 멋을 풍긴다.

또한 힘차고도 유려한 행서로 시를 써내려간 작은 글씨를 보면 추사는 이 무렵부터 획의 굵기에서 아주

증숙한 변화를 보이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운외몽중>첩 부분

 

50대에 들어서면 이 글씨가 더욱 발전하여 글자의 기본 틀에 구양순체의 방정함이 곁들여지면서 우리가

말하는 추사체에 가까워진다.

추사의 다양한 글씨 중 전서체에 기반을 둔 글씨는 대개 정제된 구성과 가지런한 필획에 서려있는 내재적

힘을 보여준다. 추사의 이런 전서 글씨는 노년에 본격적으로 구사되었지만 중년에도 전서체에 기반을 둔

작품을 간혹 시도하였다. 그런 추사의 중년 글씨로는 42세 때 쓴 <운외몽중(雲外夢中)>과 54세 때 쓴

<玉山書院> 현판 글씨가 대표적이다.

 

 

 

<雲外夢中>은 예서체를 해서의 기분으로 써내려 그 괴(怪)가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필획의 굳셈과 부드러움이

감지되는 내적 힘이 강한 작품이다. 이에 비하여 그로부터 10여년 뒤에 쓴 <玉山書院> 현판 글씨는 전서의

굳센 맛을 살려내어 이른바 '솜으로 감싼 쇳덩이', '송곳으로 철판을 꿰뚫는 힘으로 쓴 글씨'라고 이야기되는

추사체의 힘이 그대로 느껴지는 작품이다. <玉山書院>현판은 기본적으로 전서를 변형한 자못 현대적인

문자 디자인의 맛이 들어 있어서 더욱 멋스럽고 힘있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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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도서출판 학고재에서 2002년 출간한

유홍준著 『완당평전』을 발췌, 요약하면서

다른 자료를 참조하여 임의 가필, 재구성한 것입니다.

 

  1. 還有一點靑山麽 雲外雲夢中夢 (한 점 청산은 아직 아련하니, 구름 밖에 구름이고 꿈 속의 꿈이어라)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