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율기(律己) 제2조 청심(淸心) 9
청렴하면서도 치밀하지 못하여 재물을 내놓되 실효가 없으면 또한 일컬을 것이 못 된다.
(淸而不密 損而無實 亦不足稱也)
▶율기(律己) : 『목민심서(牧民心書)』 제2편인 율기(律己)는 자신을 가다듬는 일을 말한다. 수령이 자신의 몸가짐을 가다듬는 일부터 은혜를 베푸는 일까지 6조로 나누어 논하고 있고, '청렴한 마음가짐'을 뜻하는 청심(淸心)은 그 가운데 2번째이다. |
《상산록(象山錄)》에 이렇게 적었다.
“청렴한 수령으로서 청렴하면서도 치밀하지 못하여 오직 재물을 내놓는 것에만 힘쓰며, 쓰는 방법을 몰라 혹 기생이나 악공에게 뿌리고 혹은 절간에나 시주하니 이는 본디 잘못이다. 그러나 스스로 실효 있게 쓰려고 생각하는 자는 또한 소를 사서 백성에게 나누어 주거나 빚을 주어서 부역에 도움이 되게 하지만, 돌아가는 행차가 문 밖에만 나가면 약조(約條)는 뒤따라 무너져서, 소 산 돈은 모두 토호(土豪)들에게 돌아가서 아전들과 그것을 나누어 먹고, 빚진 돈은 가난뱅이들에게 억지로 배정되니 백성들이 그 때문에 살림을 망치게 됨을 모른다. 새로 부임한 수령이 듣고는 매가 고기를 만난 듯, 범이 땅을 허비듯, 이미 없어진 물건을 다시 더 긁어 들여서 한없는 욕심을 채우니, 약조(約條)가 모두 허물어져서 학정(虐政)이 제거된 것 같지만 이처럼 천하에 의리도 없고 슬기도 없는 일은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만약 큰 재물이 있으면 마땅히 전장(田莊)을 설치하여 요역(徭役) - 민고(民庫) - 을 덜게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곧 노인을 봉양하고 어린애를 키우며 결혼이나 초상ㆍ장사를 도우며, 폐질(廢疾)을 도와주거나 늙고 병든 이를 구호해 주는 것을 목전에서 실행하여 자기 마음이라도 만족하게 할 것이다.
자기 지위가 확고하지 않은데 어찌 후일을 위한 계획을 세울 수 있겠는가?”
▶폐질(廢疾) : 불구자, 즉 사지(四肢) 중에 하나를 쓸 수 없는 사람. |
번역문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이정섭 역, 1986), 다산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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