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심서

목민심서 54 - 청렴하기만 하고 치밀하지 못한 것은 잘못이다.

從心所欲 2021. 6. 22. 06:30

[전 김홍도(傳 金弘道) <누숙경직도(樓璹耕織圖)> 中 채상(采桑 : 뽕잎따기), 33.6 x 25.7cm, 국립중앙박물관 ㅣ 〈누숙경직도(樓璹耕織圖)>는 송나라의 누숙(樓璹)이 빈풍칠월도(豳風七月圖)를 참고하여 농업과 잠업의 일을 순서에 따라 묘사하여 황제에게 바친 것에서 유래되었다. 조선에는 연산군 4년인 1498년에 조선에 처음으로 전래되었다 하며, 청나라 때의 〈패문재경직도(佩文齊耕織圖)〉와 함께 왕에게 올리는 감계화(鑑戒畵)로 제작되었다.]

 

 

● 율기(律己) 제2조 청심(淸心) 9

청렴하면서도 치밀하지 못하여 재물을 내놓되 실효가 없으면 또한 일컬을 것이 못 된다.

(淸而不密 損而無實 亦不足稱也)

▶율기(律己) : 『목민심서(牧民心書)』 제2편인 율기(律己)는 자신을 가다듬는 일을 말한다. 수령이 자신의 몸가짐을 가다듬는 일부터 은혜를 베푸는 일까지 6조로 나누어 논하고 있고, '청렴한 마음가짐'을 뜻하는 청심(淸心)은 그 가운데 2번째이다.

 

《상산록(象山錄)》에 이렇게 적었다.

“청렴한 수령으로서 청렴하면서도 치밀하지 못하여 오직 재물을 내놓는 것에만 힘쓰며, 쓰는 방법을 몰라 혹 기생이나 악공에게 뿌리고 혹은 절간에나 시주하니 이는 본디 잘못이다. 그러나 스스로 실효 있게 쓰려고 생각하는 자는 또한 소를 사서 백성에게 나누어 주거나 빚을 주어서 부역에 도움이 되게 하지만, 돌아가는 행차가 문 밖에만 나가면 약조(約條)는 뒤따라 무너져서, 소 산 돈은 모두 토호(土豪)들에게 돌아가서 아전들과 그것을 나누어 먹고, 빚진 돈은 가난뱅이들에게 억지로 배정되니 백성들이 그 때문에 살림을 망치게 됨을 모른다. 새로 부임한 수령이 듣고는 매가 고기를 만난 듯, 범이 땅을 허비듯, 이미 없어진 물건을 다시 더 긁어 들여서 한없는 욕심을 채우니, 약조(約條)가 모두 허물어져서 학정(虐政)이 제거된 것 같지만 이처럼 천하에 의리도 없고 슬기도 없는 일은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만약 큰 재물이 있으면 마땅히 전장(田莊)을 설치하여 요역(徭役) - 민고(民庫) - 을 덜게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곧 노인을 봉양하고 어린애를 키우며 결혼이나 초상ㆍ장사를 도우며, 폐질(廢疾)을 도와주거나 늙고 병든 이를 구호해 주는 것을 목전에서 실행하여 자기 마음이라도 만족하게 할 것이다.

자기 지위가 확고하지 않은데 어찌 후일을 위한 계획을 세울 수 있겠는가?”

▶폐질(廢疾) : 불구자, 즉 사지(四肢) 중에 하나를 쓸 수 없는 사람.

 

 

번역문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이정섭 역, 1986), 다산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