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심서

목민심서 64 - 부친이 아들의 임지에 따라가는 일은 피하라.

從心所欲 2021. 8. 6. 10:23

[전 김홍도(傳 金弘道) <누숙경직도(樓璹耕織圖)> 中  낙사(絡絲 : 실감기), 33.6 x 25.7cm, 국립중앙박물관 ㅣ 〈누숙경직도(樓璹耕織圖)>는 송나라의 누숙(樓璹)이 빈풍칠월도(豳風七月圖)를 참고하여 농업과 잠업의 일을 순서에 따라 묘사하여 황제에게 바친 것에서 유래되었다. 조선에는 연산군 4년인 1498년에 조선에 처음으로 전래되었다 하며, 청나라 때의 〈패문재경직도(佩文齊耕織圖)〉와 함께 왕에게 올리는 감계화(鑑戒畵)로 제작되었다.]

 

 

● 율기(律己) 제3조 제가(齊家) 2
국법에 어머니가 아들의 임지에 가서 봉양을 받으면 나라에서 그 비용을 대주고, 아버지의 경우에는 그 비용을 회계해 주지 않는다 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
(國法 母之就養則有公賜 父之就養 不會其費 意有在也)
▶율기(律己) : 『목민심서(牧民心書)』 제2편인 율기(律己)는 자신을 가다듬는 일을 말한다. 수령이 자신의 몸가짐을 가다듬는 일부터 은혜를 베푸는 일까지 6조로 나누어 논하고 있고, '가정을 바로 다스리는 것‘을 뜻하는 제가(齊家)는 그 가운데 3번째이다.

 

아버지가 아들의 임지에 가서 있으면 친구들은 그 부친을 춘부(春府)라 부르고, 이속이나 하인들은 대감(大監)이라 부른다. 대감이 나이 60이 넘어 노쇠해져서 봉양을 받아야 할 처지이면 부득이 따라가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비록 효자가 간청하더라도 경솔하게 따라가서는 안 된다.

 

만일 부득이 따라가야 할 처지라면, 내사(內舍) - 속칭 내아(內衙)라 한다. - 에 따뜻한 방 하나를 택하여 조용히 지내면서 병을 조리하도록 하고, 외인과의 접촉을 피하는 것이 예(禮)에 맞는 일이다. 매양 보면, 춘부(春府)들이 흔히 예를 모르고 외사(外舍)에 나가 앉아서 아전들을 꾸짖고 종들을 호령하며, 기생들을 희롱하고 손님들을 끌어들이며, 심지어는 송사(訟事)와 옥사(獄事)를 팔아서 정사를 어지럽히므로 저주하는 자가 성안에 가득차고 비방하는 자가 경내에 그득하게 된다. 이와 같이 되면 부모의 자애(慈愛)와 아들의 효도가 다 상하게 되며 공과 사가 모두 병들게 되니 알아두지 않을 수 없다.

 

필종경(畢終敬)은 부자가 서로 대를 이어 연주 태수(兗州太守)가 되었는데, 당세에서 영광으로 여겼다. 아들 원빈(元賓)이 매양 정사를 볼 때면 아버지 종경(終敬)은 판여(板輿)를 타고 원빈의 처소에 가되 좌우의 사람을 보내어 그 아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그 판결하는 것을 보고 기뻐하는 기색이 얼굴에 나타났다.

생각하건대, 이런 경우에는 아버지가 아들의 관아에 갔더라도 더욱 빛이 나는 것이다.

한억(韓億)의 아버지도 또한 따라갔다. - 아래 조에 보인다. -

▶필종경(畢終敬) : 북조(北朝) 후위(後魏)의 관리.
▶판여(板輿) : 부들방석을 깐 노인용 수레 또는 조그만 집 모양의 가마.
▶한억(韓億) : 송(宋)나라의 관리.

 

종자(宗子)로서 제사를 받드는 자는 마땅히 신주를 모셔야겠지만, 맏이 외의 자식으로 제사를 받들지 않는 자는 그래서는 안 된다. 제수(祭需)를 준비하는데 관에서 도우면 이것은 관에서 제향(祭享)을 드리는 것이다. 하필 가묘(家廟)를 비워놓고 신주를 임지로 모시고 가야 할 것인가. 종손(宗孫)이라도 아버지가 있어 제주(祭主)가 아닐 경우는 지자와 같다.

『예기(禮記)』에, “적자(適子)가 있는 경우 적손(適孫)은 없다.”라고 하였다.

 

 

 

번역문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이정섭 역, 1986), 다산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