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뚝 선 바위.
그림에 정선의 관지는 오른 쪽에 찍힌 겸재(謙齋)라는 도장뿐인데, 위치로 보면 정선이 그림을 그리고 찍은 것이 아니라 나중에 누군가가 후관(後款)한 것으로 보인다.
그림에 적은 제시(題詩)의 내용은 이렇다.
屹立風濤百丈奇 바람과 파도 속 우뚝 솟은 백장 높이 기이한데
堂堂柱石見於斯 당당한 돌기둥 바로 이곳에서 보는 도다.
今時若有憂天者 지금 만일 하늘이 무너질까 근심하는 이 있다면,
早晩扶傾舍厼誰 조만간에 떠받칠 이 너 아니면 누구인가!
제시 끝에는 입암(立巖)이라 적었다.
‘입암(立巖)’을 우리말로 표현 하면 ‘선바위’인데, 이런 ‘선바위’라는 명칭은 우리나라 전국에 여러 곳이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정선의 생애 기간 중 여행한 곳과 남겨진 여러 작품을 통해 이것을 외금강 동쪽 동해안에 있는 해금강 입석포(立石浦)에 위치한 기암으로 유추하고 있다. 입석포는 지금 북한지역인 강원도 고성군 고성면 해금강(海金剛)에 있는 포구이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이 그림은 바다에 있는 바위를 그린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만일 이 바위가 바다에 있는 것이라면 바위 앞을 지나는 물을 내[川]처럼 그리지는 않았을 듯싶다.
일제강점기에 발행된 엽서 속의 해금강 입석 모습이다.
정선이 진경을 그릴 때라도 사의(寫意)를 담아 그린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사진의 바위는 그림과 많이 다른 느낌이다. 더욱이 바위의 크기가 하늘을 떠받친다는 느낌을 주기에는 너무 작아 보인다. 형태로 그림 속 바위와 비슷한 바위가 해금강에 있기는 하다. 촉대암(燭臺岩)이다.
우리말로 하면 촛대바위다. 정선이 이 바위를 입암으로 잘못 알았는지도 의문이지만, 만일 그렇더라도 정선이 이 바위를 그렸다면 넘실대는 파도도 함께 그렸을 것이다.
정선은 1721년부터 1726년까지 경북 하양(河陽) 현감을 지낸 일이 있다. 그 때 충청도 단양까지 가서 도담삼봉을 그린 일이 있다. 그런 정선이라 주위의 이름 난 명승지도 틈나는 대로 찾았을 듯싶다.
경북 영양(永陽) 반변천의 남이포 맞은편에 입암 또는 선바위로 불리는 바위가 있다.
그런가하면 울산 태화강 상류에도 선바위가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의견에 딴죽을 걸려는 의도는 없다. 정선의 그림이 영양이나 울주의 선바위를 그린 것이라 주장할만한 근거도 없다. 그냥 의심이 들었을 뿐이다.
참고 및 인용 : 국립중앙박물관, 서울역사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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