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율기(律己) 제3조 제가(齊家) 7
의복의 사치는 뭇사람이 꺼리는 바이고 귀신이 질투하는 바이니 복을 꺾는 길이다.
(衣服之奢 衆之所忌 鬼之所嫉 折福之道也)
▶율기(律己) : 『목민심서(牧民心書)』 제2편인 율기(律己)는 자신을 가다듬는 일을 말한다. 수령이 자신의 몸가짐을 가다듬는 일부터 은혜를 베푸는 일까지 6조로 나누어 논하고 있고, '가정을 바로 다스리는 것‘을 뜻하는 제가(齊家)는 그 가운데 3번째이다.
도리를 아는 부인은 극히 적다. 대부분 모두 소견이 얕아서 남편이 수령이 되었다는 말만 들어도 곧 한 보따리 부귀가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것으로 여긴다. 그래서 장식과 패물들을 가장 아름답게 하기에 힘쓰며, 저전(邸錢)을 함부로 가져오게 하여 아파(牙婆) - 속칭 방물장수 - 들을 널리 불러 기이한 비단과 고운 모시베ㆍ삼베, 용을 새긴 비녀와 나비 모양의 패물을 장만하며, 아이들을 요물(妖物)처럼 단장시키고, 여종들을 창기(娼妓)처럼 만들어서 다른 집보다 뛰어난 모습으로 가는 길을 빛나게 만들고자 한다. 그러나 식자들은 그것을 보고 그 남편이 이미 바른 도리를 행하지 못함을 알게 되는 것이다. 재물을 낭비하고 복을 꺾으면서 남편의 체면을 깎으니 무슨 상쾌한 것이 있겠는가.
▶저전(邸錢) : 경저(京邸)의 돈. 경저(京邸)는 서울에서 지방 관청의 서울에 대한 일을 대행하는 향리(鄕吏)인 경저리(京邸吏)가 사무를 보는 곳. ▶아파(牙婆) : 여자들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팔러 다니던 행상. 주로 나이 많은 여인들이 이 행상을 하였다고 해서 아파(牙婆)라 불림. |
주신(周新)이 절강안찰사(浙江按察使)로 있을 적에 하루는 요속(僚屬)이 구운 거위 고기를 바쳤다. 그는 그것을 실내에 걸어 놓고 후에 또 바치려는 자가 있으면 이를 가리켜 보여 주었다. 동관(同官)들의 내연(內宴)이 벌어졌을 때 각기 성대히 차려입었지만, 주신의 부인은 나무비녀와 베치마 차림으로 참석하니, 아주 촌부인 같았다. 성대히 차린 부인들은 서로 부끄럽게 여기고 그 후로는 검소한 의복으로 바꾸어 입었다 한다.
▶요속(僚屬) : 지위가 낮은 관료붙이 ▶동관(同官) : 같은 등급(等級)의 관리(官吏) ▶내연(內宴) : 여성들을 위한 잔치 |
형공악(衡公岳)이 경양(慶陽)을 맡아 다스릴 때 동료의 부인들이 함께 모여 노는데, 그 자리에 모였던 부인들은 모두 금붙이와 비단이 찬연하였지만, 공의 부인만은 나무비녀에 베옷 차림일 뿐이었다. 모임이 끝난 후에 부인이 언짢아하자, 공이,
“그대는 어디에 앉았었소?”
하니 부인은,
“윗자리에 앉았습니다.”
하였다. 그러자 공이,
“이미 윗자리에 앉았으면서 또 좋은 의복에 화려한 치장을 바라니, 부귀를 함께 겸할 수가 있겠소.”
하였다. 이 일화는 지금까지 미담으로 삼아온다. - 《주역(周易)》에 “그 군(君)의 옷소매는 그 동서의 옷소매만 못하다” 하였는데, 바로 이런 뜻이다. -
▶《주역(周易)》에...못하다 : 제왕(帝王)의 누이라는 존귀한 신분으로 시집가는 이의 옷차림이 그녀를 따라가는 여자들보다 오히려 검소하였다는 뜻. 군(君)은 정부인(正夫人), 동서[娣]는 첩실(妾室)을 말한다. |
서정충(徐廷忠)이 오정현승(烏程縣丞)으로 있을 적에 티끌만큼도 부정에 물들지 않았고, 출입할 때는 해어진 옷에 낡은 일산 차림이었다. 어느 날 우연히 집안사람들이 불평을 하자 그는 웃으며, “내일 아침에는 반드시 선물이 뜰 앞에 이를 것이니 너희들은 기다려보라.” 하였다. 때가 되자 귀안(歸安) 땅의 한 위관(尉官)이 탐욕 때문에 법에 걸려 어사대(御史臺)에 올라갔는데, 공이 청렴하고 밝은 것을 알고 특별히 공문을 보내어 추국(推鞫)하게 해서 그 위관이 뜰아래에 엎드려 있었다. 서로 전하여 미담으로 삼았다.
▶위관(尉官) : 고을의 치안을 맡은 무관직 ▶추국(推鞫) : 중죄(重罪)를 범한 자를 국문(鞫問)하는 일 |
번역문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이정섭 역, 1986), 다산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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