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그림

관서십경도(關西十景圖) 3

從心所欲 2021. 9. 4. 06:36

 

[전김홍도필 관서십경도(傳金弘道筆關西十景圖) 중 <은산(殷山) 담담정(澹澹亭)>, 지본채색, 국립중앙박물관]

 

[관서십경위치, 평안도 은산]

 

은산은 조선시대 성천도호부에 속했던 현(縣)이다. 은산(殷山)의 담담정(澹澹亭)은 관서8경에까지는 끼지 못한다. 그러나 순조 22년인 1822년에 평안도에 암행어사로 파견되었던 박내겸은 자신의 일기에 은산과 담담정에 대하여 이런 소회를 남겼다.

 

(은산)읍 터는 사면이 토성으로 둘러싸이고 하늘이 갑자기 끊겨 곳곳에 바위가 있는데, 바위 모서리가 모두 일어나 서 있어서 어찌 보면 병풍을 둘러친 것 같고 어찌 보면 책상 같고 붓꽂이 같고 도검 같았다. 여기 저기 동굴이 뚫리고 움푹 파여져 있는 것 또한 기이한 볼거리였다.

저녁에 담담정(澹澹亭)에 올라갔는데 정자는 절벽 위에 있고 절벽 아래는 큰 강으로 둘러싸였다. 강 밖에는 큰 들이 있고 들 밖에는 먼 산들이 손을 잡고 늘어서 있었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사방을 바라보니 맑고 아름다우며 탁 트여 환한 것이 관서에서 최고가 될 듯싶다.

 

[전김홍도필 관서십경도(傳金弘道筆關西十景圖) 중 <삼등(三登) 황학루(黃鶴樓)>, 지본채색, 국립중앙박물관]

 

[관서십경 위치, 평안도 강동군 삼등리]

 

삼등(三登)은 평양의 동북쪽에 있던 현(縣)으로 현재는 평양직할시의 강동군에 속한 지역이다. 예전 이곳의 남강다리 아래쪽에 앵무주(鸚鵡洲)라는 큰 연못이 있었고 그 북쪽둔덕에 황학루가 있었다고 한다. 경치가 수려하여 사람들이 모여 즐겁게 놀던 곳이라 전하며, ‘앵무주에서의 꽃으로 장식한 배 놀이‘를 뜻하는 앵주범주(鸚洲泛舟)는 삼등팔경의 하나로 꼽혔다 한다.

 

황학루(黃鶴樓)나 앵무주(鸚鵡洲)는 모두 중국에서 따온 명칭이다. 황학루는 지금 COVID-19의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 호북성(湖北省)의 우한[武漢]에 있던 누각이다. 앵무주(鸚鵡洲)는 그곳 강 가운데 있는 섬의 이름이다. 삼국시대 때 오(吴)나라의 손권(孙权)이 군사적 목적으로 성을 쌓고 황학루(黄鹤楼)라고 명명하였다는 기록이 있지만 따로 수많은 전설이 전해진다.

 

먼 옛날 신씨(辛氏) 성을 가진 한 여인이 이곳에 주점을 열었는데 한 노인이 돈도 없이 이곳에 드나들며 여러 달 술을 마셨다. 그럼에도 신씨(辛氏) 여인은 불평 없이 노인에게 술을 잘 대접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노인이 주점 벽에다 누런 학(鹤)을 그려놓고는 떠나버렸다. 그 모양이 춤을 추듯 아름답다고 알려지면서 주점의 장사도 날로 번창하였다. 10년 후 노인이 다시 와 자신이 그렸던 학을 타고 구름위로 날라 갔는데, 그 노인은 자안(子安)이라는 신선이었다. 이에 신씨 여인이 그곳에 누각을 짓고 황학루(黄鹤楼)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것이다.

그 후 당나라의 최호(崔颢)라는 시인이 이곳을 찾아 이 전설을 바탕으로 한 <황학루(黄鹤楼)>라는 시를 남겼고, 이후 이백(李白), 백거이(白居易) 같은 시인들도 이곳을 찾아 시를 남기면서 중국의 강남 3대 명루의 하나로 꼽히는 유명세를 얻게 되었다.

 

평양의 황학루는 6․25 때 폭격으로 파괴되었다.

 

[전김홍도필 관서십경도(傳金弘道筆關西十景圖) 중 <영변(寧邊) 약산동대(藥山東臺)>, 지본채색, 국립중앙박물관]

 

[관서십경 위치, 평안도 영변]

 

영변(寧邊)은 조선시대에 주위가 모두 성벽을 쌓은 산으로 둘러싸여 마치 쇠 항아리처럼 단단하다는 의미에서 철옹성(鐵甕城)이라 불렸던 요지였다. 이 성의 서쪽에 있는 약산(藥山)은 철옹성의 진산(鎭山)으로, 주위의 다른 산들에 비하여 높지는 않지만 경승지였다. 김소월(金素月)의 <진달래꽃>이란 시에도 등장하는 약산은 봄이면 진달래로 온산이 붉게 물들었다고 한다. 약산동대(藥山東臺)는 약산의 최고봉인 제일봉 서쪽의 깎아 세운 듯한 절벽 위에 있던 정자이다.

읍의 서쪽에 있으면서도 동대(東臺)로 불리게 된 것은 영변이 옛날 무주(撫州), 위주(渭州), 연주(延州)라는 세 고을로 나뉘어져 있을 때 무주에서 보면 동쪽에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동대(東臺)는 관서팔경의 하나로 봄에는 대(臺)의 돌 사이에 진달래를 비롯한 백화가 만발하고, 가을에는 단풍이 일품이며, 동대에서 서쪽으로 바라보는 구룡강(九龍江)의 모습이 장관이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지금의 영변은 북한의 핵시설 단지로 더 유명하다.

 

 

 

참고 및 인용 : 문화원형백과(2002.,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선향토대백과, 2008., 평화문제연구소), 한국민족문화대백과(한국학중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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