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김정희

추사 김정희 18 - 중국 고대서론 2

從心所欲 2018. 5. 16. 09:46

 

종요1의 <선시표(宣示表)>

 

 

4) 기정론(寄情論)

 

서예도 다른 예술과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장기간 형성된 정감을 표현하는 예술이다. 기정론은 서로 다른

서예가의 손에서 서로 다른 취향과 풍모를 나타내지만, 결국 이런 것들은 '가히 자기의 성정을 이룰 수 있으며

또한 내심의 슬픔과 기쁨까지도 형용할 수 있게 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글씨에서 표현하고 있는 '펼침(舒)'과

'거둠(斂)'의 안에 있는 희로애락 등 가슴 속에 있는 감정을 자신의 정서에 상응하여 나타내는 것으로 '형태의  

같음만 추구함(從求形似)'을 면하고 '마음속에 있는 것을 깨끗하게 하며 성품을 도야하고, 뜻으로 쓴다

(懷抱肅散, 陶性寫情)'의 경지에 이른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기정론에는 세 가지 다른 방향의 인식이 있다.

 

① 能移人情, 乃爲書之至極

'능히 사람의 뜻을 옮길 수 있으니, 바로 글씨의 지극함이라고 할 수 있다'는 서론으로, 서예가 정감을

표현한다는 본질적인 특징을 밝히는 이론이다.

 

② 性情達于形質, 形質本于性情 

서예는 한자의 '형질'로 성정을 표현하는 예술이다. 성정(性情)이 형질(形質)에 통하고, 형질의 근본은 성정'

이라는 것으로 고도의 변증법적 관계인 '정(情)'과 '형(形)'에 대한 것을 결합시킨 이론이다.

 

③ 出入古法, 陶性寫情

서예의 정감은 형질로 표현된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떠한 종류의 점과 획의 형태가 슬픔이 되고 기쁨이

되는지 단정할 수는 없다. 또한, 서예의 정감은 구체적으로 어떤 특별한 정감을 표한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어떠한 정감으로부터 변화된 추상적인 정서, 또는 장기간 쌓아올리 정감의 결정을 표현하는 것으로 '옛 사람의

정감에서 조화를 깨달아 성품을 도야하고 뜻으로 쓴다'는 것이다.

 

5) 인격상징론(人格象徵論)

일찍이 한나라 말에서 위진(魏晉) 사이의 고대 서론 관념가운데 서예를 인격화하려는 사상에서 인격상징론이

나왔다. 중국 서예가 스스로 각성하여 내재적 요소를 중시하게 되었는데, 이는 이 서론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인격상징론'은 처음에는 서예의 풍격 가운데서 인격의 의미를 말하였으나 뒤에 점점 발전하여 후에는 인품과

서품의 내재적 관계, 좀 더 깊게는 서예의 점과 획을 하는 기법에서 인격의 정신적 취향을 발견하는 것으로

발전하였다. 다음의 세 가지가 '인격상징론'의 전형적 서론이다.

 

ⓘ 點畫技法中的人格趣向

서예의 점과 획이 기법 형태에서 인격의 정신적 취향을 설명하려는 서론이다. 그 특징은 장차 점과 획의 형태를

인격화함으로써 본래 무생명인 점과 획에게 활발한 생명의 정취를 부여하려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서예가

가지고 있는 견실한 정신적 면모를 기초로 하여 그 위에 서예의 심미적 요소와 예술적 품격을 더하여 풍요롭게

하려는 것이다.

 

 畫法風格中的人格象徵意味

점과 획의 기법 중에서 '인격상징론'은 주로 창작적 범주에 속하지만 이 이론은 감상의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대개 "의미는 이해할 수 있지만 말로는 전할 수 없다"라는 말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서예는 일종의 고도의 추상적 예술이기 때문에 더욱 강한 체험과 깨달음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서예를 감상

하는 요점은 바로 심령으로 체험하거나 글씨가 가지고 있는 내재적인 의식을 깨달아야 한다. 즉, 서예의 감상은

상대방의 심미주의를 감상하는 것으로 출발하여 서예가 가지고 있는 내재적인 심미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③ 書品與人格品質內在關係

이는 '인격상징론'을 서예의 감상과 창작론을 결합시켜 유대적 관계를 갖게 하는 이론이다. 고대부터 '지행합일

知行合一'을 주장해온 중국은 서론에 있어서도 '감상은 실천을 통하여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서예가 이미

인격을 상징하는 예술이기 때문에 글씨의 좋고 나쁨은 억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군자와 소인의 자태는

숨길 수 없다(君子小人之態不可掩也)'는 말이 대변하듯, 서예에는 글씨 공부를 하는 것 외에도 글 쓰는 사람

자신의 인격을 높이고 고상한 인품을 배양해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6) 학양론(學養論)

학양론은 서예가가 서예 이외의 학문을 닦아, 자신의 학식과 수양을 높임으로써 심미(審美) 능력을 배양하여

서예의 경지를 높인다는 이론이다. 명나라 동기창이 말한 '만권의 책을 읽고 만리의 길을 여행한다(讀萬券書,

行萬里路)'는 중국 고대 예술가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수양을 가리키는 것이다.

 

7) 통변론(通變論)

세상의 모든 사물이 무단히 발전하고 변화하듯, 통변론은 모든 예술 발전의 내재적인 규율과 같다. 

"통변이란 말의 요점은 바로 옛날의 견실한 것에 도움을 받아 새로운 소리에 대응한다(資故實 酌新聲)는 두

마디 말에 있으니 이것 중에 하나라도 빠지면 되지 않는다", "아름다움은 스스로 이루는 것이고 기술은 앞사람

에게서 받는 것이다", "법은 받드시 옛 것을 스승으로 삼아야 하고 뜻은 나에게로부터 나와야 한다"  같은 말들이

대표적인 통변관이다. 옛 것에 '통(通)'할 수 있는 기초가 있어야 하고 그 위에 새로운 변화(變)'가 있어야 한다는

서론이다.

 

 

※ 이 글은 동문선 발행, 곽노봉 선주 「중국고대서론」의 내용을 임의 발췌, 첨삭하여 작성되었습니다.

 

 

 

  1. 종요(鍾繇, 151년 ~ 230년)는 중국 후한 말 ~ 삼국시대 위나라의 정치가이자 서예가이다. 예서와 행서에도 탁월했지만 해서가 특히 유명하였으며 그가 해서를 완성했다는 주장도 있다. 종요의 해서는 서성 왕희지(王羲之)을 필두로 후세의 많은 서예가들이 공부하였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