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심서

목민심서 85 - 제사와 손님 접대의 규모를 줄여야 한다.

從心所欲 2021. 11. 2. 04:58

[최우석(崔禹錫) <경직도(耕織圖)> 10폭 병풍 中 10폭, 견본담채, 병풍크기 131 x 38.5cm, 국립민속박물관]

 

● 율기(律己) 제5조 절용(節用) 4
제사(祭祀)와 빈객(賓客)은 비록 사사(私事)이지만 일정한 법식이 있어야 한다. 피폐하고 작은 고을에는 법식보다 줄여야 한다.
(祭祀賓客 雖係私事 宜有恒式 殘小之邑 視式宜減)
▶율기(律己) : 『목민심서(牧民心書)』 제2편인 율기(律己)는 자신을 가다듬는 일을 말한다. 수령이 자신의 몸가짐을 가다듬는 일부터 은혜를 베푸는 일까지 6조로 나누어 논하고 있다. 율기(律己)의 제5조인 ‘절용(節用)’은 씀씀이를 아끼는 일이다.

 

공제(公祭)에는 공식 법제가 있다. - 《오례의(五禮儀)》 -

▶공제(公祭) : 국가나 관에서 주관하는 공식적인 제사.
▶《오례의(五禮儀)》 : 세종대부터 편찬에 착수하여 세조(世祖)를 거쳐 성종 5년(1474)에 신숙주(申叔舟)ㆍ정척(鄭陟) 등이 완성한 국가의 오례(五禮)에 대한 예서(禮書)이다.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라 한다.

 

가제(家祭)는 고례(古禮)를 따라야 한다.

대부(大夫) 이상 - 통정대부(通政大夫) 이상 - 은 소뢰(少牢)의 찬(饌)을, 당하관(堂下官) - 통훈대부(通訓大夫) 이하 - 은 특생(特牲)의 찬(饌)을 써야 한다. 두(豆)를 더하고 변(籩)을 더하는 것은 형편에 따르는 것이 좋다.

소뢰라는 것은 그 작(爵)은 3헌(獻)이요, 그 식(食)은 4궤(簋) - 밥[飯] 한 그릇, 국수[麵]한 그릇, 떡[餠] 두 그릇이다. - 3형(鉶), 5조(爼), 6두(豆), 6변(籩)인데, - 김치[菹]ㆍ젓[醢] 등 물기 있는 것은 두(豆)로 하고, 포(脯)ㆍ밤[栗] 등 마른 물건은 변(籩)으로 한다. - 거기에 두(豆)를 더하되 두 가지를 초과하지 못하니, 이어(酏魚) - 속명으로는 어전(魚煎)이라 한다. - 삼육(糝肉) - 속명으로는 간남(肝南)이라 한다. - 이 곧 그것이다. 변(籩)을 더하되 두 가지를 초과하지 못하니 연이(蓮飴) - 속명으로는 정과(正果)라 한다. - 속고(粟餻) - 속명으로는 다식(茶食)이라 한다. - 같은 것이 곧 그것이다. 군현의 수령 녹봉은 경관(京官)보다 많으므로 두(豆)를 더하고 변(籩)을 더함이 있어야 할 것 같다.

▶가제(家祭) : 집에서 지내는 제사(祭祀)
▶통정대부(通政大夫) 이상, 통훈대부(通訓大夫) 이하 : 같은 정3품이나 통정대부(通政大夫)는 정3품 상(上)의 품계로 그 이상을 당상관(堂上官)이라 했고 통훈대부(通訓大夫)는 정3품 하(下)의 품계로 그 이하를 당하관(堂下官)이라 했다.
▶소뢰(少牢) : 나라에서 제사(祭祀) 지낼 때에 양(羊)을 통째로 제물로 바치던 일. 또는 그 양(羊)
▶특생(特牲) : 제사에 돼지 한 마리를 통째로 쓰는 일. 
▶간남(肝南) : 소의 간이나 천엽.

 

위에서 논한 것들은 시제(時祭)나 기제(忌祭) 때의 찬(饌)이다. 춘분(春分)과 추분(秋分) 때에는 시제를 지내고, 동지(冬至)와 하지(夏至) 때에는 천신(薦新)의 예를 거행한다. 대부(大夫)는 특돈(特豚) 3정(鼎) - 1헌(獻), 2궤(簋), 1형(鉶), 3조(爼), 2두(豆), 2변(籩) - 이요, 당하관(堂下官)은 특돈 1정 - 1헌, 1조, 2두, 2변 - 이니 더해서는 안 된다.

초하루 제사에는, 대부는 특돈 1정이요, 당하관은 포ㆍ젓[醢]뿐이다. - 1헌, 1두, 1변 -

청명(淸明)ㆍ한로(寒露) 때의 묘제(墓祭)에는 대부ㆍ사(士)는 모두 특돈 3정이다.

▶시제(時祭) : 무덤에서 지내는 제사.
▶기제(忌祭) : 해마다 죽은 날에 지내는 제사.
▶특돈(特豚) : 돼지 한 마리.

 

살피건대, 이와 같은 제례(祭禮)의 법식은 내가 안(案)으로 마련한 것이다. 집집마다 각각 예가 있고 국가에서 제정한 것이 아니니 오직 각자 가문의 법식을 따라야 할 것이다.

 

공빈(公賓)에게는 공식 법제가 있다. - 《오례의(五禮儀)》 -

사빈(私賓)에게 대접하는 음식은 모름지기 두 등급으로 나누어야 한다. 존장(尊長)에게는 네 접시이고 젊은 사람에게는 두 접시이다. 그 음식의 후하고 박한 것은 그 고을의 형편에 따라 할 일이다.

관주(官廚)로부터 대접하는 음식은 한 차례 대접하는 것을 표준하여 여러 가지 물건 - 쌀ㆍ고기ㆍ소금ㆍ장 등이다. - 을 조목별로 열거하여 본래 법식에 의하여 - 읍마다 모두 법식이 있다. - 절충하되 그 본가(本價)를 알아 몇 전(錢)이라는 것을 정한다. 이에 주리(廚吏)는 지출을 기록하되,

“아무 날 손님 대접한 것이 4상이요, 아무 날 손님 대접한 것이 5상이다.”

하고 회계하는 그것이 모두 몇 상인가를 계산하여 돈으로 회감(會減)한다.

쌀ㆍ고기ㆍ젓ㆍ장 등은 처음부터 조목조목 열기하지 말아야 장부가 깨끗하고 간략하여 착오 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옛날에는 돈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 숙종조(肅宗朝)에 비로소 돈을 사용하였다. - 하기(下記)가 번쇄하였으나, 이제는 간편한 방법을 따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공빈(公賓), 사빈(私賓) : 공적인 손님과 개인적인 손님.
▶관주(官廚) : 수령(守令)의 음식(飮食)을 만드는 곳.
▶주리(廚吏) : 주방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던 향리. 원래 명칭은 관청색(官廳色).
▶회감(會減) : 받을 것과 줄 것을 상쇄(相殺)하여 회계 처리하는 것.

 

만일 돈으로 결정하는 것이 예모(禮貌)에 흠이 된다고 한다면 한 번 대접하는 데에 드는 모든 물건은 모름지기 일정한 법식대로 하고, 회계하는 날 모든 물건의 총수를 조사하여 정한다. 무릇 한 번 대접하는 데의 법식에 쌀이 1되면 열 번 대접하는 데에 회계는 쌀이 1말이다. 한 번 대접하는 데의 법식에 고기가 2냥쭝이면 여덟 번 대접하는 데의 회계는 고기가 1근이다. - 고기란 항상 있는 것이 아니니 고기값 중에서 돈 2푼으로 생선을 사서 대접하고 회계할 때에는 고기 2냥쭝으로 계산한다. - 향유(香油) 1작(勺)을 10곱하면 1홉이다. 조기[石魚]1마리를 10곱하면 1속(束)이 된다. 하기(下記)에 조목조목 기록되어 있지 않더라도 회계할 때에는 그 실수를 알 수 있을 것이니 하필 조목조목 열기할 필요가 있겠는가. 비록 돈으로 계산하는 법을 쓰지 않는다 하더라도 조목조목 열기하는 법은 단연코 없애야 할 것이다. - 이미 일정한 법식을 정해 놓으면 아랫사람이 변통하여, 혹 지지는 것[煮]을 굽는 것[炙]으로 대신하거나 새우를 조개로 바꾸거나 하였더라도 금지하지 말 것이요, 아울러 원래의 법식대로 회계해야 할 것이다. -

 

사마 온공(司馬溫公)이 이렇게 말하였다.

“선친이 군목 판관(群牧判官)으로 있을 때 손이 오면 술을 대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혹 세 순배, 혹은 다섯 순배를 하며 일곱 순배를 넘지 않되 술은 저자에서 사왔다. 과일은 배ㆍ밤ㆍ대추ㆍ감뿐이고, 안주는 포ㆍ젓ㆍ나물국뿐이며, 그릇은 사기와 칠기(漆器)를 사용하였다. 당시 사대부(士大夫)들이 다 그러하였으므로 사람들이 서로 그르게 여기지 않았다. 모임은 잦았으나 예는 간곡하였고, 물질은 박하였으나 정의(情誼)는 두터웠다.”

▶사마 온공(司馬溫公) : 북송(北宋)의 정치가이자 역사학자인 사마광(司馬光).

 

 

번역문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이정섭 역, 1986), 다산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