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조들

허균 41 - 한정록(閑情錄) 섭생(攝生) 1

從心所欲 2021. 11. 13. 13:31
「한정록(閑情錄)」은 허균이 중국 서적에 나오는 ‘은거(隱居)’에 대한 글들을 16가지 주제로 나누어 정리한 글이다. 섭생(攝生)은 15번째 주제로 허균은 그 의미를 이렇게 풀이했다.

“신선(神仙)을 구하는 것은 너무 막연하고 애매하여 잘 알 수 없다. 산택구자(山澤臞者) 장우(張雨)같이 복식(服食)과 섭양(攝養)으로 오래 살 수 있는 방법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제15 ‘섭생(攝生)’으로 한다.”
▶장우(張雨) : 원(元)나라 때의 도사(道士). 산택구자(山澤臞者)는 호.

 

● 사람의 정신은 맑은 것을 좋아하는데도 마음이 동요를 시키고, 마음은 고요함을 좋아하는데 욕심이 유인하고 있다. 언제나 욕심만 버릴 수 있다면 마음은 자연 고요해지고 마음만 맑게 갖는다면 정신은 자연 맑아지는 것이다. 《도서전집(道書全集)》

 

● 삶이란 죽음의 뿌리요 죽음이란 삶의 뿌리다. 은혜는 해로움에서 생기고 해로움은 은혜에서 생긴다. 동심(動心)만 없애고 조심(照心)은 없애서는 안 되며 마음은 비워 한 곳에 집착하지 말 것이다. 《도서전집》

▶조심(照心) : 마음을 비추는 것.

 

● 서른여섯 번 호흡 중에 첫 번째가 중요한데, 내쉴 때도 조용히 하고 들이쉴 때도 조용히 하며 앉아서도 그렇게 하고 누워서도 그렇게 하며, 서 있을 때도 평탄하게 하고 걸을 때도 평탄하게 하며, 떠드는 곳에 가지 말고 비린 것을 먹지 말라. 그것을 태식(胎息)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단전(丹田)으로 숨 쉬는 것인데, 병만 고쳐질 뿐 아니라 생명도 연장되어 오래오래 그렇게 하면 신선이 되는 것이다. 《도서전집》

 

● 음식을 먹고 나서 입 다물고 똑바로 앉아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모든 잡념을 다 잊고 정신을 가다듬은 후, 아무 물건도 보지 말고 아무 소리도 듣지 말고 정신을 내수(內守)에 집중하면서 숨을 고르게 조용히 들이쉬고 내쉬고, 숨을 쉬는지 안 쉬는지 모를 정도로 끊기지 않게 계속한다면 자연히 심장 화기는 아래로 내려가고 신장의 수기가 위로 올라와, 입 속에 침이 생기고 영진(靈眞)이 몸 속에 있게 되어 오래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도서전집》

 

● 욕심은 마음에서 일어나고 마음은 호흡을 고르게 쉬는 데 따라 안정되는 것이니 마음과 숨이 서로 의지하면 숨이 고르게 되고 마음도 안정을 찾게 된다. 《도서전집》

 

● 눈으로 조탁(琱琢)을 보는 자의 시력은 더욱 상하고, 귀로 교향(交響)을 듣는 자는 청력이 더욱 상하고, 마음으로 현묘(玄妙)한 것을 생각하는 자는 마음이 더욱 상하는 것이다. 《금단정리대전(金丹正理大全)》

▶조탁(琱琢) : 인위적으로 다듬은 것.
▶교향(交響) : 서로 울림.

 

● 근골(筋骨)을 도인(導引)하면 겉모습이 건전하고, 정욕(情欲)을 없애면 정신이 건전하고, 언어(言語)를 차분하게 하면 복이 갖추어지는 것이니, 이 세 가지만 보장되면 그를 성현(聖賢)이라 이르는 것이다. 《금단정리대전》

 

● 정(精)ㆍ기(氣)ㆍ신(神)이 내면의 삼보(三寶)이고, 귀ㆍ눈ㆍ입이 외면의 삼보인데, 내면의 삼보는 물건에 끌려 흐리지 말게 해야 하고, 외면의 삼보는 마음을 유혹하여 흔들리지 말게 해야 한다. 《금단정리대전》

 

● 영욕에 흔들리지 않으면 간목(肝木 : 오행(五行)으로 보아 간은 목(木)에 속한다)이 안정을 잃지 않고 몸가짐이 경건하면 심화(心火)가 일지 않고, 절도 있게 음식을 먹으면 비토(脾土)가 기운을 빼앗기지 않고, 호흡이 고르고 말을 적게 하면 폐금(肺金)이 손상을 입지 않고, 고요하여 욕심이 없으면 신수(腎水)가 항상 넉넉하다. 《금단정리대전》

 

● 잡념이 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늦게 깨닫는 것이 문제이다. 잡념이 이는 것은 병이고, 계속되지 않게 하는 것은 약이다. 《금단정리대전》

 

● 고요한 곳에서는 기운을 단련시키고 시끄러운 곳에서는 정신을 단련시킨다.  《금단정리대전》

 

● 욕심을 없애고 마음을 맑게 하는 것 역시 마음이다. 마음을 가지고 욕심을 잡으려들면 욕심이 더욱 깊어질 것이다. 다투기와 뭇 잡념이 못 일어나게 하는 처방이 무중백련금(無中百煉金)에 나와 있다. 《금단정리대전》

 

● 너무 성내면 기운이 손상을 입고 생각을 많이 하면 정신이 손상된다. 정신이 피곤하면 마음이 부림을 당하고, 기운이 약하면 병이 서로 침범한다. 너무 슬퍼하거나 기뻐하지 말고 음식은 언제나 고르게 먹어야 한다. 두 번 세 번 삼가서 밤 술 취하지 말고, 새벽에 성내는 일을 가장 조심하라. 저녁에 잘 때 운고(雲鼓)를 울리고, 새벽에 일어나 옥진(玉津 : 침을 말함)으로 양치질하면 요사(妖邪)가 몸에 덤비지 못하고, 정기(精氣)가 자연 충만할 것이다.

 

모든 병마에서 벗어나고 싶거든 언제나 오신(五辛 : 부추ㆍ마늘ㆍ자총이ㆍ평지ㆍ무릇의 5가지 매운 향신료) 먹기를 삼가라. 정신을 편안히 하고 마음을 기쁘게 하며 기운을 아껴 화순(和純)을 보전하라. 누가 수요(壽夭)를 운명이라 하는가. 그것을 가꾸기는 사람에게 달렸으니 그대 능히 그 이치를 존중한다면 평지에서 진군(眞君 : 도교(道敎)에서 말하는 우주의 주재자, 즉 조물주)을 뵐 수 있을 것이다. 《현관잡기(玄關雜記)》

▶운고(雲鼓) : 선사(禪寺)에서 식사(食事)할 때에 치는 북

 

● 마음은 정신의 집이요 눈은 정신의 창문이다. 눈이 가는 곳이면 마음도 가게 되므로 내련(內煉)하는 법이 눈으로 코를 보고, 코는 배꼽을 대하여 심화(心火)를 내려 기해(氣海 : 일신의 정기가 모인다고 하는 배꼽 밑의 혈(穴) 이름)로 들여보내는 것인데, 그 공부는 다만 편향(片餉 : 짧은 시간)에 있을 뿐이다. 《장자양집(張紫陽集)》

 

● 정(靜)이 극하여 숨을 내쉴 때는 봄 연못의 물고기같이 하고, 동(動)이 극하여 숨을 들이쉴 때는 모든 벌레가 동면하듯 한다. 물고기가 봄기운을 얻어 움직일 때 그 동작이 매우 뜨고 벌레들이 찬 기운을 피하여 동면할 때 그 동면은 흔적이 없는데, 호흡법을 익히는 사람이면 꼭 그와 같이 하여야 한다. 멈춤이 없이 조용히 들이쉬고 내쉬어서 내쉴 때는 몸 전체 각 기관의 기운이 따라 나오고, 들이쉴 때는 몸 전체 각 기관의 기운이 따라 들어오게 해야 하는데, 그렇게 오래 계속하면 그 속에서 진기(眞氣)가 생긴다. 약물(藥物)의 모든 효력도, 화후(火候 : 불의 열도)의 세고 약함도 그 모두를 진기속에서 찾는다면 그 이상 더할 것이 없는 것이다. 《주자전서(朱子全書)》

 

● 지금 사람들의 정수(精水)가 다 아래로 흐르고 위로 발산되지는 않아, 수화(水火)가 서로 등을 지고 한데 뭉치지 못하는 것은 다 마음이 그렇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에 참으로 애정이라는 것이 없다면 그 정수는 절대 아래로 흐르지 않을 것이고, 마음에 참으로 분한 감정이 없다면 불이 위로 치솟을 까닭이 없을 것이다. 한 생각도 나지 않고 모든 잡념이 깨끗이 사라진다면 수화는 자연히 결합이 될 것이다. 《도서전집》

 

● 눈은 정신의 들창이요 코는 정신의 문이며 미려(尾閭 : 꽁무니뼈)는 정액의 길이다. 사람이 보기를 많이 하면 정신이 소모되고, 숨을 많이 쉬면 기운이 빠지고, 기욕(嗜慾)이 많으면 정액이 고갈되는 것이다. 모름지기 눈을 감고서 정신을 기르고, 호흡을 조절하여 기운을 기르고, 하원(下元)을 굳게 닫아 정액을 길러야 한다. 정액이 충만하면 기운이 여유가 있고, 기운이 여유가 있으면 정신이 완전하게 되는데, 그것을 도가(道家)의 삼보(三寶)라고 하는 것이다. 《도서전집》

 

● 깨어 있는 것은 양(陽)과 합치되고, 잠자는 것은 음(陰)과 합치된다. 깨어 있을 때가 많으면 혼(魂)이 강장해지고, 잠을 오래 자면 백(魄)이 강장해지는데, 혼이 강장한 자는 살아 있는 사람이요, 백이 강장한 자는 죽은 무리이다. 그러므로 양생(養生)을 잘하는 이는 반드시 원화(元和 : 매우 화락한 기운)를 먹고 맛있는 음식은 삼가서 정신과 기운을 상쾌하게 만들고 낮이나 밤이나 항상 깨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오래 사는 방법이다.  《도서전집》

 

● 폭노(暴怒)를 없앰으로써 성정을 기르고, 잡념을 덞으로써 정신을 기르고, 말을 적게 함으로써 기운을 기르고, 기욕을 없앰으로써 정액을 기른다. 옛날 길 가던 사람이 나이 각기 1백세가 넘어 보이는 세 늙은이가 김을 매고 있는 것을 보고는 그 앞으로 가 절을 하고 어찌하여 그렇게 오래 살게 되었는가를 거듭 물었더니, 상늙은이는 자기 안방에 못생긴 마누라가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 늙은이는 저녁밥을 몇 수저씩 덜 먹는다 하였고, 마지막 늙은이는 저녁 잠자리에 들어서는 머리를 덮지 않는다고 하였는데, 그 세 늙은이의 말이야말로 의미심장한 말로서 그것이 바로 장수하는 원인이었던 것이다. 《현관잡기》

 

● 입 속에는 말이 적게, 마음속에는 일이 적게, 밥통 속에는 밥이 적게, 밤이면 잠을 적게, 이대로 네 가지만 적게 하면 신선도 될 수 있다. 《현관잡기》

 

● 사람이 공기 속에 있는 것은 마치 물고기가 물속에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물이 물고기를 기르고 있지만 물고기는 그것을 모르고, 공기가 사람을 기르고 있지만 사람은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 기운을 기르려면 우선 호흡부터 조절해야 하는데, 호흡을 조절하는 법은 먼저 참선을 하듯이 고요히 앉아 마음을 맑게 하고는 눈으로 코를 보고 코는 배꼽을 대하여 호흡을 고르게 하면서 가쁘게 쉬지 말고 들이쉴 때는 기운이 아래서 위로, 내쉴 때는 기운이 위에서 아래로 이동하게 하며, 한 번 오르고 한 번 내려갈 때 무리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숨을 쉬는 듯 마는 듯하면서도 조금도 간단을 두지 말고 다만 들이쉬며 내쉴 때 따라 조금씩 조정하면 된다. 《수진비록(修眞祕錄)》

 

● 사람 몸의 원신(元神)은 언제나 눈에 있고 오장(五臟)의 정화(精華)도 눈에 모여 있으므로 《음부경(陰符經 : 도가서(道家書)의 일종)》에,

“기(機)가 눈에 있다.”

하였고, 《도덕경(道德經)》에,

“하고 싶은 것이 보이지 않으면 마음이 산란하지 않게 된다.”

하였다. 따라서 내양(內養)하는 방법은 언제나 두 눈을 내리깔고 마음을 돌려 내관(內觀)하면서 심화(心火)를 단전(丹田)으로 끌어내리고, 정신을 깊은 곳에 간직하여 밖으로 흩어지지 못하게 하는 것인데, 그리하면 자연히 신(神)과 기(氣)가 서로 조화를 이루어 장수를 기약할 수 있는 것이다. 《수진비록》

 

● 포박자(抱朴子)가 이렇게 말하였다.

“보통 사람들은 보탬이 되는 것이 있어도 보탬이 되는 줄을 모르고 따라서 손상이 되는 것이 있어도 손상이 되는 줄을 모르고 있다. 대체로 손상이 되는 것은 알기도 쉽고 속도도 빠른데, 보탬이 되는 것은 알기도 어렵고 속도도 느리다. 그런데 그 알기 쉬운 것도 깨닫지 못하는 주제에 더구나 그 어려운 것을 어떻게 알 것인가. 손상된다는 것은 마치 등잔불이 기름을 소모하듯 눈에 보이지는 않으나 금방 없어지고, 보탬이 된다는 것은 마치 볍씨를 뿌려 가꾸는 것같이 눈에 띄지는 않으나 금방 무성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몸을 가꾸고 성정을 기르는 데 있어서도 애써 작은 일부터 삼가야 한다. 작은 보탬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닦지 않아서는 안 되고, 작은 손상이 해로울 것이 없다고 막지 않아서도 안 된다. 대체로 작은 것을 모으면 그것이 크게 되고, 하나가 없어지면 1억 개도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만약 작은 것을 아껴 남이 알도록 잘 되게 한다면 그는 도(道)를 아는 사람이다.”  《지비록(知非錄)》

 

●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정기(正氣)가 혈액과 짝을 이루고 있다. 혈액은 맥(脈) 속으로 흐르고 정기는 맥 겉으로 흐르면서, 숨 한 번 내쉴 때 맥이 30번 가고, 한 번 들이쉴 때 맥이 30번 가서 정기와 혈액이 함께 전신을 돌고 모든 뼛속까지 생기를 불어 넣어, 끊임없이 돌고 돌아 조금도 궤도를 이탈하지 않음으로써 그것이 생생불식(生生不息)하는 묘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혈액은 영(榮 : 혈기)이 되고 정기는 위(衛 : 원기)가 되고 있다. 《수진비록(修眞祕錄)》

 

● 임맥(任脈 : 기경팔맥(奇經八脈)의 하나)은 중극(中極 : 경혈(經穴) 이름) 아래서 시작하여 모제(毛際 : 전음부 위쪽)로 올라와 뱃속을 따라 관원(關元 : 경혈 이름)을 거쳐 목구멍까지 와서 음맥(陰脈)의 해(海)에 속하였고, 독맥(督脈 : 기경팔맥의 하나)은 하극(下極 : 경혈 이름)의 혈(穴)에서 시작하여 척추를 타고 올라와 풍부(風府 : 경혈 이름)에 이르러 뇌(腦)로 들어갔다가 정수리를 거치고 이마를 돌아 콧잔등에 와 닿아 양맥(陽脈)의 해에 속하였다. 임맥ㆍ독맥은 한 곳에서 발원하여 서로 반대 방향으로 갈려서 독맥은 회음(會陰 : 경혈 이름)을 거쳐 등 쪽으로 올라가고, 임맥은 회양(會陽)을 거쳐 배 쪽으로 올라가는데 사람의 몸에 이 두 맥이 있는 것이 마치 천지에 자오선(子午線)이 있는 것과 같다.

 

《황정경(黃庭經 도교(道敎)의 경서)》에,

“내 마음속에 운행되는 천경(天經)이 갖추 있어, 밤낮으로 그 길을 따르면 불로장생한다.”

하였는데, 이 ‘천경’이란 바로 내 몸에 있는 황도(黃道 : 태양이 운행하는 궤도)로서 모든 동작이 일어나는 근본인데, 바로 임맥ㆍ독맥을 가리킨 말이다. 《수진비록》

 

● 의서(醫書)에 이렇게 되어 있다.

“이 몸 전체를 두고 볼 때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할 것은 원기(元氣)이다. 그것을 잘 가꾸고 보호하는 방법은 아무리 편안한 상태라 하더라도 위태로움을 당할 때를 생각해서 삼갈 것을 잊지 않는 것이고, 노인일 경우는 더욱더 그래야 하는 것이다. 약이(藥餌)에 있어서는 간혹 진기(眞氣)를 초래하는 약물은 적고 화기(和氣)를 감퇴시키는 약물이 많으므로 약을 잘 먹는다고 해야 수양을 잘하는 것만 못하다.” 《수진비록》

 

● 명도선생(明道先生 : 명도는 송(宋) 정호(程顥)의 호)은 이렇게 말하였다.

“대체로 사람의 감정 중에 쉽게 터지고 진정시키기 제일 어려운 것이 성내는 것인데, 성이 났을 때 그 노여움을 빨리 잊고 사리의 옳고 그름을 살필 수 있다면 외유(外誘)를 그렇게 미워할 것이 없음을 볼 수 있을 것이고, 도(道)에 있어서도 절반 이상 올라선 사람일 것이다.”  《하남사설(河南師說)》

 

● 문원공(文元公) 조형(晁逈 : 송(宋) 나라 사람으로 양생술(養生術)에 능하였다)은 이렇게 말하였다.

“내 일찍이 백낙천(白樂天)의 글이 확 트이고 활달하여 보는 이의 가슴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것을 좋아하고 있다. 그의 시에,

 

我無奈命何 운명을 내 어떻게 하랴.

委順以待終 죽을 때까지 따르리.

命無奈我何 운명이 나를 어떻게 하랴.

方寸如虛空 내 마음 허공 같으니.

 

하였는데 대체로 그 정도라면 조화(造化)나 음즐(陰隲 : 하늘이 은연중 사람의 행위를 보고 화복을 내림)로도 마음의 동요를 일으키지 못할 것이니 시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야 그의 마음에 걸릴 것이 뭐 있었겠는가.” 《법장쇄금록(法藏碎金錄)》

 

● 유공도(柳公度)가 섭생(攝生)을 잘하여 나이 80이 되어도 걸음걸이가 경쾌하였으므로 사람들이 그 방법을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하였다.

“나에게 다른 방법은 없고 다만 원기(元氣)를 기쁘거나 성내는 일에 쓰지 않았더니 기해(氣海 : 배꼽 아래 있는 경혈 이름)가 언제나 따뜻하다.” 《지비록(知非錄)》

 

● 진원방(陳元方 : 후한(後漢) 진기(陳紀)의 자)이 이렇게 말하였다.

“모든 병과 일찍 죽는 것이 음식 때문에 많이 일어나는데 음식의 해가 성색(聲色)보다 심하다. 성색은 1년 이상도 끊을 수 있지만 음식은 하루도 안 먹을 수 없으므로 유익한 점도 많지만 해 또한 매우 많다.” 《지비록》

 

● 옥화자(玉華子)가 이렇게 말하였다.

“음식은 사람의 생명이 관계된 것인데 어떻게 끊을 수야 있을 것인가. 요는 담박(淡泊)한 맛에, 살찌고 기름진 것은 빼고, 굽지 말고 살생하지 말며, 냄새 나는 것을 멀리하되 음식을 잘 조절하여 장부(臟腑)에 맑은 기운이 통하고 속이 조화를 이루어 막힘 없이 유통하게 함으로써 언제나 알맞은 상태를 느끼게 된다면 신명(神明)이 제 자리를 지켜 승강(昇降)이 자유로울 것이다.” 《수양총서(壽養叢書)》

▶옥화자(玉華子) : 일명 자양선자(紫陽仙子)로 불리는 선녀(仙女)의 이름. 구슬 쟁반에 이슬을 받아 단사(丹砂)를 먹었다고 한다.

 

● 동파거사(東坡居士 : 동파는 송(宋) 소식(蘇軾)의 호)가 황주(黃州)에 있을 때 이렇게 썼다.

“지금부터는 아침저녁 음식 한 종지에 고기 한 점을 넘지 않을 것이고, 높은 손님이 있을 때는 그렇게 세 번까지 대접할 수 있으나 절대 그 이상은 하지 않을 것이다. 나를 초대할 자에게도 미리 이렇게 알린다. 이는 첫째 분수에 맞게 복을 기르는 일이요, 둘째 위(胃)를 편안케 하여 기운을 기르는 일이요, 셋째 소비를 절약하여 재산을 불리는 일이다.”  《공여일록(公餘日錄)》

 

● 우리 고장에 나이 90여 세가 되었는데도 기운이 소년 못잖은 노인이 있기에 그에게 음식 먹는 법을 물었더니 그가 대답하기를,

“음식을 먹을 때 충분히 씹은 다음 침과 함께 가만히 넘겨야만 양분이 비장[脾]으로 들어가서 화색이 충만하게 되지 거칠게 먹으면 그것이 모두 찌꺼기가 되어 창자를 모두 메울 뿐이다.”

하였고, 또 한 노인은 나를 위하여 말하기를,

“일생 동안 음식을 대할 때 그 절반만 먹고 언제나 ‘여유를 두고 다 없애지 말아야겠다.’ 하는 마음을 두어야 한다. 대개 사람이 오래 살고 일찍 죽는 것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천록(天祿)이 다 되면 죽는 것이며 닥치는 대로 마구 먹는 사람치고 머리가 희도록 사는 이를 보지 못하였다.”

하였다.

내 생각에도 그 노인의 말대로만 한다면 창자 속이 항상 편안할 것 같으니, 이것 역시 섭양(攝養)하는 좋은 방법이라 하겠다. 《서호유람지(西湖游覽志)》

 

● 팽조(彭祖 :전갱(籛鏗))가 말하기를,

“한 달에 두 번 설정(泄精)하고 한 해에 24번 설정(泄精)한다. 이것은 절약하고 삼가는 도리다.”

하였고, 소녀(素女)는,

“사람이 60세가 되면 정(精)을 배설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니 이것은 죽음을 만회하는 방법이다.”

하였고, 사상채(謝上蔡 : 송(宋) 사양좌(謝良佐))는,

“사람이 자식을 둔 후는 한 방울도 배설해서는 안 되니 이것은 달생양성(達生養性)하는 도리이다. 그러므로 ‘상사(上士)는 침상을 따로 쓰고, 중사(中士)는 이불을 따로 쓴다.’ 하였으니 천 봉지의 약을 먹는 것이 혼자 자는 것만 못하다.”

하였다.  《지비록(知非錄)》

 

[《필자미상 고사인물도 화집》中, 견본채색, 39.7 x 29.1cm, 국립중앙박물관]

 

 

번역본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1984, 김주희 정태현 이동희 임정기 이재수 정기태 공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