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록(閑情錄)」은 허균이 중국 서적에 나오는 ‘은거(隱居)’에 대한 글들을 16가지 주제로 나누어 정리한 글이다. 섭생(攝生)은 15번째 주제로 허균은 그 의미를 이렇게 풀이했다.
“신선(神仙)을 구하는 것은 너무 막연하고 애매하여 잘 알 수 없다. 산택구자(山澤臞者) 장우(張雨)같이 복식(服食)과 섭양(攝養)으로 오래 살 수 있는 방법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제15 ‘섭생(攝生)’으로 한다.”
▶장우(張雨) : 원(元)의 도사(道士). 산택구자(山澤臞者)는 그의 호.
● 사람의 정신은 맑은 것을 좋아하는데도 마음이 동요를 시키고, 마음은 고요함을 좋아하는데 욕심이 유인하고 있다. 언제나 욕심만 버릴 수 있다면 마음은 자연 고요해지고 마음만 맑게 갖는다면 정신은 자연 맑아지는 것이다. 《도서전집(道書全集)》
● 자경편(自警編)에 이렇게 되어 있다.
“관중(關中)의 은사(隱士) 낙경도(駱耕道)가 늘 말하기를 ‘수양(修養)하는 선비는 마땅히 월령(月令)을 써서 좌우(左右)에 두고, 하지(夏至)에 기욕(嗜慾)을 절약하여야 하고, 동지(冬至)에 기욕을 절약하여야 한다.’ 하였다. 대개 일양(一陽)이 처음 생(生)할 때 그 기운이 미약하여 마치 초목(草木)이 싹틀 때 쉽게 상할 수 있는 것과 같으므로 완전히 금욕(禁慾)해야지 조절하는 식으로 해서도 안 된다. 그리고 기욕이란 사철 모두 사람을 상하게 하는 것이지만, 동지ㆍ하지는 음(陰)과 양(陽)이 다투는 시기이니 더욱 사람을 손상시키는 것이다.” 《지비록》
▶기욕(嗜慾) : 즐기고 좋아하는 욕심(慾心) |
● 팽조는 이렇게 말하였다.
“없어지고 생기는[消息] 실정을 몰라서는 안 된다. 또 심한 추위와 더위, 큰 바람ㆍ비ㆍ눈ㆍ일식ㆍ월식ㆍ지진ㆍ우레ㆍ번개 이런 것은 천기(天忌)이며, 만취하거나 과식ㆍ희로(喜怒)ㆍ우수(憂愁)ㆍ비애(悲哀)ㆍ공구(恐懼) 이런 것은 인기(人忌)이며, 산신(山神)ㆍ천기(川祇)ㆍ사직(社稷)ㆍ정(井)ㆍ조(竈)가 있는 곳 이런 것은 지기(地忌)이니 반드시 피하여야 한다.” 《지비록》
▶인기(人忌) : 사람으로부터 말미암은 것으로 피하고 멀리해야 할 것. |
● 참찬서(參贊書)에 이렇게 되어 있다.
“생활을 규칙 있게 아니하거나 음식을 조절하지 아니하면 음(陰)이 해를 받아 오장(五臟)으로 들어가고, 적풍(賊風)과 허사(虛邪)는 양(陽)이 받아 육부(六腑)로 들어간다.” 《후생훈찬(厚生訓纂)》
● 오래 주시(注視)하면 심장을 상하게 되고, 오래 경청(傾聽)하면 신장(腎臟)을 상하게 되고, 오래 걸으면 근육을 상하게 되고, 오래 서 있으면 뼈를 상하게 되고, 오래 앉아 있으면 기육(肌肉)을 상하게 되고, 오래 누워있으면 기운을 상하게 되고, 말을 많이 하면 폐(肺)를 상하게 되고, 많이 웃으면 장(臟)을 상하게 된다. 《후생훈찬》
● 천은자(天隱子)는 이렇게 말하였다.
“무엇을 편안한 곳이라 하는가. 화당(華堂) 수우(邃宇)에 중인(重茵) 광탑(廣榻)을 말함이 아니다. 남쪽으로 향하여 앉고 동쪽으로 머리하여 잠자며, 밝고 어두움이 적당히 된 곳이 편안한 곳이다. 집이 높은 데 있으면 양(陽)이 성하여 밝음이 많고, 집이 낮은 데 있으면 음(陰)이 성하여 어두움이 많다. 그러므로 밝음이 많으면 백(魄)이 상하게 되고, 어두움이 많으면 혼(魂)이 상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의 혼은 양이고 백은 음인데 밝고 어둠에 상하게 되면 질병이 생기게 된다.” 《후생훈찬》
▶화당(華堂) ... 아니다 : 편안함은 거하는 곳의 물질적 여건에 의한 것이 아니다. |
● 잠 잘 때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오장(五臟)은 경쇠[磬]를 달아 놓은 것과 같으니 달지 않으면 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수양총서(壽養叢書)》
● 잠자리에 들어서 말 않는 것을 습관화하면 기운을 잃지 않고 사기(邪氣)가 침입하지 아니한다. 《수양총서》
● 등불을 켜고 누우면 신혼(神魂)이 불안하다. 《수양총서》
● 발을 씻고 잠자리에 들면 사지(四肢)에 냉병(冷病)이 없어진다. 《수양총서》
● 앉고 눕는 곳에 바람이 들어오는 틈이 있으면 급히 피해 앉아야 하며, 허약자나 노인에게는 더욱 좋지 않은 것이다. 집에 있거나 밖에 있거나 갑자기 큰 바람과 폭우, 번개와 우레, 짙은 안개를 만나면 이것은 모두 용이나 귀신이 통과하는 것이니 실내로 들어가 향을 사르고 고요히 앉아 피한 후 나와야 한다. 여름에 갑자기 심하게 추워지거나 겨울에 갑자기 심하게 더운 것은 모두 피하여야 하는 것이니 계절 질환이 모두 여기서 나올 염려가 있다. 심하게 얼었을 때 끓는 물을 붓지 말며 심하게 더울 때 갑자기 냉수(冷水)를 쓰지 말 것이니 해로움이 적지 아니하다. 대소변할 때는 이빨과 입을 꼭 다물고 눈을 위로 보고 기운이 빠지지 않게 하여야 한다. 《수양총서》
● 머리는 빗질을 많이 함이 좋고, 손은 얼굴을 자주 문지르는 것이 좋고, 이는 자주 마주치는 것이 좋고, 침은 자주 넘기는 것이 좋다. 《수양총서》
● 양쪽 발바닥 용천혈(湧泉穴)을 한 손으로 발을 들고 한 손으로 1백 20번씩 마찰하면 풍습(風濕)이 가시고 각력(脚力)이 건강해진다. 구양 문충공(歐陽文忠公)이 이 법을 써서 큰 효험을 보았다. 《수양총서》
● 노공(潞公) 문언박(文彦博)이 벼슬을 그만두고 낙양으로 돌아와 황제를 뵈었는데 그 당시 나이 80세였다. 신종(神宗)이 그의 건강함을 보고,
“경(卿)은 섭생(攝生)하는 도(道)가 있는가?”
하고 물으니, 노공이,
“별것이 아닙니다. 신(臣)은 다만 뜻에 맡겨 자적(自適)하여 외물(外物)로 화기(和氣)를 상하게 하지 아니하며, 감당하기 어려운 일은 감히 하지 아니하고, 적당히 흡족하고 좋을 때에 곧 그만두곤 하였습니다.”
하니, 주상(主上)은 명언(名言)이라고 하였다. 《저기실(楮記室)》
● 하늘과 땅의 거리는 8만 4천리이다. 하늘에서부터 3만 6천리를 내려오면 36양후(陽候)에 해당되고, 땅에서부터 3만 6천리를 올라가면 36음후(陰候)에 해당된다. 하늘로 올라가는 36과 땅으로 내려오는 36의 중간 1만 2천 리가 바로 음ㆍ양이 모이는 곳이고 하늘과 땅의 한중심이다.
사람의 몸은 심장과 신장(腎臟)의 거리는 8촌(寸) 4푼(分)인데 심장 이하 3촌 6푼은 양에 해당되고, 신장 이상 3촌 6푼은 음에 해당되며, 중간 1촌 2푼은 바로 수화(水火)가 교구(交媾)하는 곳이며 사람 몸의 한중심이다. 조용하고 텅 비어 속에 현원(玄元)의 기운을 갈무리하고 있으니, 바로 원신(元神)이 사는 곳으로 곧 진토(眞土)라 하며, 밖으로는 두 눈과 화응(和應)하기 때문에 눈을 비토(飛土)라고 한다. 사람이 살아 있으면 신(神)이 존재하므로 눈빛이 밝고, 사람이 죽으면 신이 떠나므로 눈빛이 없어지는데 사람들은 날마다 이 신(神)을 사용하면서도 알지 못한다. 이 한 구멍은 천지로 그 큼을 비유하지 못하며, 해와 달로도 그 밝음을 비유하지 못하니 혹시라도 이것을 안다면 황하(黃河)를 가지고 우유를 만들 수 있으며, 대지(大地)를 변화시켜 황금(黃金)을 만들 수 있다.
신령(神靈)함을 보게 되면 기운이 맑아지고, 기운이 맑아지면 욕심이 적어지고, 욕심이 적어지면 성명(性命)이 바로 되고, 성명이 바로 되면 정을 잊을 수 있고, 정을 잊으면 마음도 없어진다. 그러므로 마음이 없어지면 신(神)이 그제야 활동하고 신이 완전하게 되면 신심(神心)이 자연 한가롭게 된다. 《사우재총설(四友齋叢說)》
● 눈을 감고 조용한 마음으로 앉아, 굳게 주먹을 쥐고 생각을 고요히 해서 36번 이를 마주치고, 두 손으로 곤륜(崑崙 : 머리)을 감싸서, 좌우쪽으로 천고(天鼓 : 뇌)를 24번 울리면서 그 소리를 듣는다. 다음에는 조용히 천주(天柱 : 목뼈)를 흔들면서 적룡(赤龍)으로 36번 침샘을 자극하여 신수(神水 : 침)가 입 속 고루 가득차면 한 입을 3번 나누어 삼킨다. 이렇게 하면 용(龍 : 신수(腎水))은 잘 운행되고, 호(虎 : 화기(火氣))는 자연 골고루 퍼지게 된다. 숨을 멈추고 손등을 문질러 뜨겁게 한 다음 정문(精門 : 불알)을 문지르기를 숨이 끝날 때까지 하되 생각은 마치 불이 제륜(臍輪 : 배꼽)을 태우듯이 한다.
좌우로 두레박질하며 두 다리를 쭉 뻗는다. 두 손은 엇잡고 빈 곳을 두 번 치듯 하며 머리를 숙이고 발가락을 바깥쪽으로 자주 휘어지게 한다. 그리고 침을 생기게 해서 두 번 우물거리고는 삼킨다.
이렇게 하기를 3번 하여 침[神水]을 9번 삼킨다. 삼킬 때 꼴꼴 소리가 나도록 하는데 이렇게 하면 백맥(百脈)이 스스로 조화된다. 하차(河車 : 침)를 다 삼키고 나서는 마치 불이 온 몸을 태운다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하면 사풍(邪風)이 감히 해롭히지 못하고, 몽매(夢寐)간에도 혼미(昏迷)하게 하지 못하며, 추위와 더위도 침입하지 못하고, 재앙과 병도 머물지 아니한다. 이는 자시(子時) 후와 오시(午時) 전에 하나니, 조화(造化)가 천지와 합하리라. 돌아가면서 차례차례 하라. 팔괘(八卦)가 본래의 차례이다. 《현관잡설(玄關雜說)》
● 유궤(劉几)는 낙양(洛陽) 사람인데 나이 70이 넘었으나 정신이 쇠하지 아니하고 신체가 병 없이 건강하며 술을 굉장히 마셨다. 나는 평소부터 그가 양생(養生)을 잘한다는 말을 듣고 물어보니, 그가 말하기를,
“내게 방중보도술(房中補道術)이 있는데 자네에게 주려 한다.”
하므로, 나는,
“지금 하찮은 관직에 매여 있고 집에는 오직 어린 여자뿐인데 어디에 그것을 쓰겠소.”
하였다. 그러나 유궤를 살펴보니 매번 술 한 번 마실 때 꼭 한 번씩 입을 씻는데, 비록 취하여도 잊지 않으니 이 때문에 치질(齒疾)이 없었고, 저녁때는 무엇이든 조금만 먹었다. 유궤의 자서(子壻)에 진영(陳令)이란 이가 있는데 그 술(術)을 꽤 알았다. 그는 말하기를,
“외신(外腎)을 따뜻하게 하는 것뿐이다.”
하였다. 그 방법은 두 손으로 움켜쥐고 따뜻하게 하며 묵묵히 앉아 조식(調息)하기를 1천 번에 이르면 두 고환이 진흙처럼 융액(融液)하여 허리 사이로 들어가는데 이 술이 매우 묘하다. 《저기실》
▶외신(外腎) : 고환(睾丸). 불알. |
● 회회교(回回敎)의 문도들이 보양(保養)을 잘하는 것은 다른 법이 없고 오직 외신(外腎)을 따뜻하게 하여 찬기가 닿지 아니하게 할 뿐이다. 그들은 남쪽 사람들이 여름철에 베 바지를 입는 것을 보고 매우 잘못되었다고 하며, 찬 기운이 외신을 상하게 할까 두렵다고 하였다. 밤에 누울 때는 마땅히 손으로 움켜쥐고 따뜻하게 해야 한다고 하며,
“이것이 바로 산 사람의 성명(性命)의 근본이니, 보호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니, 이 말이 매우 이치가 있다. 《사우재총설(四友齋叢說)》
● 진서림(陳書林)이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약시창부(藥市倉部)의 윤차(輪差)를 맡고 있을 때 제군들이 나에게 미수(米壽 : 88세)를 받으라고 청하였다. 향인(鄕人) 장성지(張誠之 : 장존(張存)의 자)가 사농승감사(司農丞監史)로서 같이 앉아 있었는데, 그때가 심한 겨울 추위 끝이라 두세 시간 사이에 두 차례를 소변 하러 일어나니, 그가 ‘왜 그처럼 자주 하는가?’ 하고 물으므로 내가 ‘날씨가 추우면 자연 이렇게 된다.’고 대답했더니, 장씨(張氏)가 ‘나는 겨울 여름 할 것 없이 아침저녁 두 차례면 된다.’ 하였다. 그래서 내가 ‘도인(導引)의 방법이 있는가?’ 하고 물으니 그렇다고 대답하므로, 내가 ‘조만간에 배우겠다.’ 하고 여가(餘暇)를 이용하여 가르쳐 주기를 청하니, 그가 구두로 일러주기를 ‘내가 처음 이 문정공(李文定公 : 문정은 이적(李迪)의 시호)의 가서(家壻)가 되었는데 처제(妻弟) 소년이 어떤 분을 만나 얻은 것이다 하고, 마침내 소결(小訣)을 가르쳐 주었다. 즉 ‘잠자리에 들 때 침상에 앉아 다리를 내리고 옷을 끄른다. 숨을 멈추고 혀를 위 잇몸에 붙이고 눈은 이마를 쳐다보며 곡도(穀道)를 움츠러뜨리며 손으로 두 신수혈(腎腧穴)을 각각 1백 20번씩 마찰하는데 많이 할수록 좋다. 이걸 끝내고는 눕는데, 이렇게 하기를 30년 하니 매우 힘을 얻었다고 하므로, 돌아가 노인에게 말씀드렸더니, 노인이 시험해본 지 10일 만에 ‘정말 기묘하다.’ 하였다. 친구 가운데 독실하게 믿는 몇 사람에게 말하였더니 모두 효험을 얻었다고 하며 수련사(修練士)에게 일러 주라고들 하였다.” 《저기실(楮記室)》
▶곡도(穀道) : 대장과 항문을 아울러 이르는 말. ▶신수혈(腎腧穴) : 제2 요추 가시돌기 아래모서리와 같은 높이로 척추 중앙에서 좌우로 약 5cm 거리에 있다. |
동파(東坡)가 이렇게 말하였다.
“양주(楊州)에 무관(武官) 시진(侍眞)이란 이가 있는데 이광(二廣)에 벼슬한 지 10여 년이지마는 끝내 수토병(水土病)에 걸리지 아니하였고, 안색은 불그레 윤기가 돌며 허리와 발이 경쾌하였다. 애초부터 약은 먹지 아니하였고 매일 5경(更)이면 일어나 앉아 두 발을 서로 대고 뜨거워 땀이 나도록 용천혈(湧泉穴)을 마찰하였다.
▶용천혈(湧泉穴) : 발가락을 제외한 발바닥의 길이를 삼등분하였을 때 앞에서 1/3되는 경계선의 가운데 옴폭 파인 부위. |
구공(歐公 : 구양수(歐陽脩)를 말한다)이 평생에 선(仙)이나 불(佛)을 믿지 아니하고 남이 행기(行氣)하는 것을 웃더니 만년에 말하기를 ‘수년 이래 발에 종기가 나서 참을 수 없이 아팠는데, 어떤 사람이 한 방법을 일러주므로 3일을 해 보았더니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없어졌다. 그 방법이란 발을 쭉 뻗고 앉아 눈을 감고 주먹을 꼭 쥐며 곡도(穀道)를 움츠러뜨리고 몸을 좌우로 흔들며 두 발은 기구(氣毬) 모양으로 하여 힘이 다하면 쉬고 기운이 회복되면 다시 하는데 7일을 하고 8일째는 쉬었다.’ 하였는데 이것이 반신운수(搬薪運水)의 첩법(捷法)이다.
문충공(文忠公)은 아픔이 가시자 곧 그만두었지마는 만일 그만두지 아니하였으면 상당한 유익함이 있었을 것이다. 또 왕정국(王定國)의 편지에 보면 ‘발바닥 마찰 하는 법은 정국(定國)이 스스로 이미 행하고 있으니, 다시 바라는 것은 공부를 더하여 그만두지 아니하고 매일 술을 조금씩 마시고 음식을 조절하여 항상 위장 기운을 장건(壯健)하게 하기를 바란다." 《저기실》
● 장차 정욕(情慾)을 받으려면 먼저 오관(五關)을 수렴하여야 한다. 오관이란 정욕의 길이며 기호(嗜好)의 창고이다. 눈은 채색(彩色)을 좋아하니 이름하여 벌성(伐性)의 도끼라 하고, 귀는 음성(淫聲)을 즐기니 이름하여 공심(攻心)의 북[豉]이라 하며, 입은 자미(滋味)를 탐하니 이름하여 부장(腐腸)의 약(藥)이라 하고, 코는 방향(芳香)을 좋아하니 이름하여 훈후(熏喉)의 연기[煙]라 하고, 몸은 거마(車馬)를 편안히 여기니 이름하여 빈축을 부르는 기구라 한다. 이 다섯 가지는 양생(養生)이 되기도 하고 또한 상생(傷生)이 되기도 한다. 《후생훈찬(厚生訓纂)》
● 동료 광자원(鄺子元)이 한림보외(翰林補外)가 된 지 10여 년 동안 부름을 받지 못하여 실망이 말할 수 없었다. 마침내 심질(心疾)이 되었는데 매번 병이 발작하면 갑자기 혼궤(昏憒)하여 꿈꾸는 듯하며 혹은 헛소리까지 하였다. 어떤 이가 말하기를,
“진공사(眞空寺)에 노승(老僧)이 있는데 부적이나 약을 쓰지 아니하고 심질을 잘 치료한다.”
하므로 자원이 찾아가 이야기하니 노승은,
“상공(相公)의 병환은 번뇌(煩惱)에서 생긴 것이고 번뇌는 망상(妄想)에서 생긴 것입니다. 대저 망상의 유래는 그 기미가 세 가지 있는데 혹은 수십 년 전의 영욕(榮辱) 은수(恩讐)와 비환(悲歡) 이합(離合) 및 더러는 부질없는 정념(情念)들이니 이런 것은 과거 망상(過去妄想)이며, 혹은 일이 눈앞에 닥치면 순응하여도 될 것을 머리와 꼬리를 두려워하여 서너 번 반복하며 망설이고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니 이런 것은 현재 망상(現在妄想)이며, 혹은 뒷날의 부귀영화가 모두 소원대로 되기를 기대하거나 혹은 성공하여 이름을 빛내고 치사(致仕)하고 전원으로 돌아가기를 기대하거나, 혹은 자손이 등용하여 서향(書香) 이어받기를 기대하는 것과, 그 밖에 일체의 꼭 이루거나 꼭 얻지 못할 일들을 기대하는 것이니 이것은 미래 망상(未來妄想)입니다. 세 가지 망상이 갑자기 생겼다가 갑자기 없어짐을 선가(禪家)에서는 환심(幻心)이라고 하며, 능히 그 헛됨을 조견(照見)하고 마음에서 잘라 버리는 것을 선가에서는 각심(覺心)이라 합니다. 그러므로 ‘생각이 일어나는 것은 걱정할 것 없고 오직 깨달음이 늦어질 것을 걱정한다.’ 하였으니 이 마음이 만일 태허(太虛)와 같다면 번뇌가 어느 곳에 발붙이겠습니까.”
하고, 또 말하기를,
“상공의 병환은 수화 불교(水火不交)에도 원인이 있습니다. 미색(美色)에 빠져 색황(色荒)을 하는 것을 선가(禪家)에서는 외감(外感)의 욕(欲)이라고 하고, 베개 위에서 미색 얻기를 생각하다가 혹 심화(心火)가 생기는 것을 선가에서는 내생(內生)의 욕이라 하는데, 두 가지의 욕에 얽히고 물들면 모두 원정(元精)을 소모하게 되니 만일 능히 떼어버리면 신수(腎水)가 자연히 불어나 위로 심장과 호응할 것입니다. 심지어는 문자(文字)를 사색하다가 침식(寢食)을 잃는 것을 선가에서는 이장(理障)이라 하며 직업에 빠져들어 피로함을 잊는 것을 선가에서는 사장(事障)이라 하는데 두 가지의 장(障)은 비록 인욕(人欲)이 아니지마는 역시 성령(性靈)을 해롭힙니다. 만일 능히 없애버리면 심화(心火)가 위로 타오르는 데 이르지 않고 아래로 신장과 호응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육진(六塵 색ㆍ성ㆍ향ㆍ미ㆍ촉ㆍ법(法)에서 일어나는 여섯 가지 욕정의 대상(對象))과 서로 인연 맺지 아니하면 육근(六根 : 사람을 미혹시키는 여섯 가지 근원, 즉 눈ㆍ귀ㆍ코ㆍ혀ㆍ몸ㆍ마음의 오근(五根)과 의근(意根))이 붙일 곳이 없어지며, 근본으로 돌아가 전일(全一)하면 육용(六用)이 행하지 아니한다.’ 하고 또 ‘고해(苦海)가 끝이 없으나 깨달으면 바로 피안(彼岸)이다.’라고 합니다.”
하였다.
자원이 그 말과 같이 하여 이에 혼자 독방에 거쳐하며 일만 인연을 쓸어버리고 조용히 한 달 남짓 앉았으니 심질(心疾)이 씻은 듯 없어졌다. 내가 변문대(汴聞臺)에 있을 때 자원이 그것을 자세히 일러주고, 또 이렇게 말하였다.
“선가설(禪家說)이 심질을 치료할 수 있으니 우리들은 잠시 일절(一節)만 택하여도 좋으리라.” 《사우재총설(四友齋叢說)》
번역본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1984, 김주희 정태현 이동희 임정기 이재수 정기태 공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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