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심서

목민심서 97 - 피란민을 보살펴 구원하는 일은 의로운 사람의 처사다.

從心所欲 2021. 12. 18. 14:23

[경직도 12폭 병풍(耕織圖 十二幅屛風) 中 12폭, 면본채색, 병풍전체크기 137.2 x 406.8cm, 국립민속박물관]

 

● 율기(律己) 제6조 낙시(樂施) 6
전쟁 때 피란하여 떠돌아다니며 임시로 붙어사는 사람을 불쌍히 여겨 보호해 주는 것은 의로운 사람의 할 일이다.
(干戈搶攘 流離寄寓 撫而存之 斯義人之行也)
▶율기(律己) : 『목민심서(牧民心書)』 제2편인 율기(律己)는 자신을 가다듬는 일을 말한다. 수령이 자신의 몸가짐을 가다듬는 일부터 은혜를 베푸는 일까지 6조로 나누어 논하고 있다. 율기(律己)의 제6조인 ‘낙시(樂施)’는 은혜 베풀기를 즐기는 일이다.

 

강수곤(姜秀崑)이 고창 현감(高敞縣監)으로 있을 때 바야흐로 전쟁 중에 국내에 크게 흉년이 들어서 사람들이 서로 잡아먹을 정도였다. 공은 계획을 잘 세우고 마련을 잘하였는데, 호남ㆍ호서 지방의 유랑민이 1천여 명이 되는 데다 북방의 친척과 친구로서 기한(飢寒) 때문에 식객이 되는 사람이 날마다 1천 명에 이르렀다. 공은 자신의 생활을 박하게 하면서도 남을 도와주어 그때 살린 사람이 1천여 명이나 되었다.

▶강수곤(姜秀崑) : 조선 중기의 문신(1545 ~ 1610). 본관은 진주(晉州).

 

홍이일(洪履一)이 대구 판관(大丘判官)이 되었을 때 병자호란(丙子胡亂)을 당하였다. 조령(鳥嶺) 이남에는 병란(兵亂)이 미치지 않았기 때문에 사대부(士大夫)로서 피란 온 자가 많았다. 공은 그들을 잘 돌보아 주었기 때문에 모두 과분한 대우를 고맙게 여겼다. 공은 말하기를,

“이런 때에 나는 한 고을의 풍부함을 차지하고 있는데 어찌 자신의 생활만 풍요하게 하고서 남의 굶주림을 그대로 볼 수가 있겠는가. 더구나 사대부들이 갈 곳 없이 유리방황하고 있는데 그럴 수가 있겠는가.”

하였다. 하루는 관찰사(觀察使)가 희롱하기를,

“벼슬살이하면서 정치가 맑은 것은 본래 좋은 일이지만 자손들을 어찌할 셈이오?”

하니, 공은 웃으면서 말하였다.

“자신의 행동에 본심을 저버리지 않았으니 족합니다. 이것을 자손에게 남겨 준다면 후하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홍이일(洪履一) : 조선 중기의 문신(1583 ~ 1666). 본관은 남양(南陽).

 

 

번역문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이정섭 역, 1986), 다산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