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심서

목민심서 100 - 임금이 백성에게 내리는 말씀은 수령이 직접 백성들에게 전하라.

從心所欲 2021. 12. 31. 07:24

[경직도(耕織圖) 中 3, 지본담채, 조선민화박물관]

 

●봉공(奉公) 제1조 선화(宣化) 2
윤음(綸音)이 현에 도착하면 백성들을 모아 놓고 친히 선유(宣諭)하여 국가의 은덕을 알게 하여야 한다.
(綸音到縣 宜聚集黎民 親口宣諭 俾知德意)
▶봉공(奉公) : 『목민심서(牧民心書)』 제3편인 봉공(奉公)은 충성으로 임금을 섬기고 공경으로 윗사람을 섬기는 등, 공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6조로 나누어 논하였다. 봉공(奉公)의 제1조인 선화(宣化)는 ‘임금의 교화를 편다’는 의미이다.
▶윤음(綸音) : 임금이 백성에게 내리는 말씀.
▶선유(宣諭) : 임금의 말씀을 백성들에게 널리 공포함.

 

《후한서(後漢書)》 〈순리열전(循吏列傳)〉 서문에 이렇게 말하였다.

“광무제(光武帝)는 민간에서 생장하였으므로, 백성들의 실정과 허위를 잘 알았다.  조서(詔書)를 손수 써서 사방의 여러 지방에 내려 주는 것이, 모두 한 조각 종이에 10줄씩을 잔글씨로 써서 작성하니, 근검절약의 풍조가 상하로 행해졌다.”

황패(黃覇)가 영천 태수(潁川太守)로 있을 적에, 좋은 관리를 골라서 부(部)를 나누어 임금의 조령(詔令)을 선포하여 백성들이 모두 위의 뜻을 알도록 하였다.

▶황패(黃覇) : 한(漢)나라 때의 뛰어난 치민관(治民官).

 

윤음이란 군부(君父)가 백성인 자녀를 위무하는 말인 것이다. 어리석은 백성들은 문자를 모르기 때문에, 귀에 대고 말하거나 얼굴을 맞대고 명령하지 않고서는 마치 유시(諭示)가 없는 것과 같다. 윤음이 한번 내려올 적마다, 수령은 패전(牌殿) 문 밖에서 친히 윤음을 선유하여, 조정의 은덕을 널리 선양하여, 백성들로 하여금 국가의 은혜를 깊이 마음속에 새기도록 하여야 한다.

매양 윤음이 내려오면, 대강대강 다시 등사하여 풍헌(風憲)과 약정(約正)에게 내려 주되, 만일 그중에 조서를 어기고서 실행하지 않은 것이 있으면, 이속과 풍헌, 약정이 숨겨 놓고 알리지 않으니, 세곡(稅穀) 징수의 기한을 물려주고 환곡(還穀)을 탕감하는 등의 윤음이 열 번 내리면, 숨기는 것이 여덟아홉은 된다. 수령의 여러 가지 죄 중에서도 이 죄가 가장 큰 것이니, 죽음을 당하더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데, 어찌 범할 수 있겠는가.

▶패전(牌殿) : 임금의 상징으로 전(殿) 자를 새겨 세운 나무패를 모셔 둔 전각(殿閣).
▶풍헌(風憲) : 조선시대 향소직(鄕所職)의 하나로 면(面)이나 리(里)의 일을 맡아보았다.
▶약정(約正) : 향약(鄕約) 단체의 임원(任員).

 

내가 영남(嶺南) 지방으로 귀양 갔을 때 보니, 쓸쓸하고 작은 마을에도 윤음각(綸音閣)이 있었다. 한 칸 집인데, 북쪽 담벼락에다 긴 판자를 가로 걸어 놓고, 윤음이 있을 때마다 판자 위에 붙여 놓고, 부로(父老)들이 그 앞에 늘어서서 절을 한다. 국가에 경사가 있어도 늘어서서 절을 하고 나라에 상사(喪事)가 있어도 늘어서서 절을 한다. 드디어 그 앞에서  망곡례(望哭禮)도 행하고, 중요한 의논이 있어도 반드시 그 아래에서 모인다. 이는 천하의 아름다운 풍속이니, 이 풍속은 제도(諸道)에서 통용하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망곡례(望哭禮) : 국상(國喪)이 났을 때 대궐 쪽을 향하여 애곡(哀哭)하는 예식.

 

 

번역문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이정섭 역, 1986), 다산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