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평택 물류창고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세 분 소방관의 영결식이 있었다.
삼가 세 분의 명복을 빕니다.
졸지의 변을 당하여 커다란 상심에 빠져있을 가족 분들에게 들리지 않는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어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위험한 일을 대신 맡아주신 그 용기에 감사하고, 그저 미안할 뿐입니다.
혹시라도 가치관을 묻는 질문을 받으면 대부분의 사람은 당황한다. 가치관에 대하여 심각하게 생각해본 일이 없어서일 수도 있지만 자신의 가치관을 짧은 말로 설명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가치관을 이루는 요소는 많고 복잡하며 또한 유동적이기까지 하다.
Netflix와 Disney+덕분에 길고긴 시골의 겨울밤이 짧아지기는 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즐겁자고 하는 일인데 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보면 어느새 슬그머니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자기 밖에 모르는 자애주의자들이 서로 자신의 이익만을 최상의 가치로 여기며 어린애들처럼 늘 징징대는 꼴을 보노라면 그 유치함을 견디기가 힘들다.
물론 겉으로 드러나는 우리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러나 우리의 의식 속에는 우리도 미처 깨닫지 못하는 그들과 다른 가치관이 있다. 공동선(共同善)에 대한 믿음이다. 밀려드는 개인주의 앞에 공동선에 대한 믿음이 다 사라진 것 같아 보여도 그 밑바탕은 여전히 우리 속에 그대로 남아있다. 우리가 지키려고 노력해서가 아니라 5천년이 넘게 세대와 세대를 넘어 우리의 의식 속에 유전되어온 가치관이기 때문이다. 그 뿌리는 저 멀리 고조선의 개국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이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는 존재로서의 각성이 있었다. 그 사실을 의식하든 못 하든 그러한 가치관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생각과 삶에 스며들어 때가 되면 저절로 발현되는 것이다. 오징어게임이 세계적 관심을 불러온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이 있겠지만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우리의 그런 가치관도 한몫했다고 본다.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소방관이나 그들에게 애도를 표하는 마음도 그 근본은 하나다.
공동선에 대한 믿음이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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