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설 연휴다. 고속도로에 귀성행렬이 이어지고 있다는 뉴스가 나온다. 명절 때만 되면 민족대이동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고향을 찾는 인파로 전국의 도로가 북새통을 이루는 것은 산업화 이후 새로 생겨난 우리의 풍속이다.
풍속은 변한다. 우리 고유의 풍속들도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예전에는 설날에 차례를 지내고 집안의 어른들에게 세배하고 나면, 일가친척들과 동네 어른들에게 세배를 다녔다. 그런데 지금은 아주 가까운 사이가 아니면 남의 집에 세배 다니는 풍속은 거의 사라졌다.
설날에 세배를 다니는 풍속 말고도 예전에는 ‘묵은세배’라는 풍속도 있었다. 설날 하루 전인 섣달그믐날에 드리는 세배다. 묵은세배는 한 해가 가기 전에 살아 계신 부모님에게와 사당에 모신 돌아가신 조상에게 올렸다. 먼저 조상에게 만둣국을 올리는 국차사(茶祀)를 지낸 다음, 저녁을 먹고 나서 자녀들이 부모에게 세배를 올렸다. 이는 한 해 동안 조상과 부모가 돌보아주신 것에 대한 감사의 의례였다.
묵은세배는 백여 년 전의 풍속이다. 그렇지만 지난 수십 년 사이에 바뀐 풍속도 많다.
기차표를 사기 위해 서울역 앞에 끝이 보이지 않게 늘어섰던 줄이 사라졌고, 가래떡을 뽑기 위해 방앗간 앞에 씻은 쌀 광주리를 놓고 기다리던 줄도 사라졌다. 그런가 하면 때때옷으로 불리던 설빔 풍속도 자연스레 사라졌다.
어쩌면 고통스러운 기억일 수도 있는 옛 사진 속의 설 풍경이 그래도 정겹게 느껴지는 것은 각박해진 세상에 대한 아쉬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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