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그림

용 그림

從心所欲 2022. 1. 31. 09:29

갖가지 좋은 꿈 중에서 그래도 으뜸은 용꿈일 듯하다. 물론 꿈의 내용에 따라 여러 해석을 달리하겠지만 일단 꿈에 용을 보는 것만으로도 웬만하면 기분 좋아지는 꿈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용꿈을 새해가 시작되는 밤에 꾸는 것은 누구나 바랄 일이다. 오늘 용 그림을 많이 들여다보면 혹시 밤에 용꿈을 꿀 수도 있지 않을까?

 

영조의 총애를 받고 영조로부터 남리(南里)라는 호까지 하사 받은 도화서 화원 김두량(金斗樑)이 그린 <고사몽룡도(高士夢龍圖)>는 원본 그림의 종적은 없이 1933년에 촬영된 유리건판만이 국립중앙박물관에 남겨져있다.

 

[김두량 <고사몽룡도(高士夢龍圖)> ㅣ 1934년 조선총독부에서 발간한 『조선고적도보』에 당시 이 그림은 근현대기의 서화가였던 이병직(李秉直)의 소장품으로 기록되어있다. 그림의 크기는 새로[縱] 1尺1分에 가로[橫] 8寸6分이라 되어있어 대략 33.3 x 26.1cm이다.]

 

앉은 채로 낮잠을 즐기고 있는 고사(高士)의 오른편에 하늘로 올라가는 작은 용을 그려 그림 속 인물이 용이 승천하는 꿈을 꾸고 있음을 나타냈다. 그림 속 고사(高士)는 화양건을 쓰고 등에 칼집을 메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8선(仙)의 하나인 여동빈(呂洞賓)으로 보인다. 신선 종리권(鍾離權)을 만나 한단의 꿈[邯鄲之夢]으로 불리는 허망한 인생에 대한 꿈을 꾸고는 종리권을 따라 수행 길에 나서 신선이 되었다는 인물이다.

 

그림 오른편에 ‘가합차축(可合此軸)’이라는 글은 조선 후기의 서화애호가였던 십우헌(十友軒) 서직수가 그림을 평한 글귀다. “이 축에 낄만하다”라는 뜻이다. 이로 미루어 이 그림은 시(詩)나 글, 또는 그림이 있던 어떤 축에 함께 있던 그림일 수도 있다는 추측을 낳게 한다. 그림 왼쪽은 강세황의 글인데 묵을 능숙하게 쓰는 것이 기이하여 명수(名手)의 솜씨라 부를만하다고 했다.

 

중국에서 용은 구름을 일으키고 비를 내리는 영험한 동물로 여겨졌고, 우리나라에서는 풍운(風雲)의 조화를 다스리는 물이나 바다의 신(神)으로 받들어져 왔다. 그런 까닭에 용은 주로 구름과 함께 그려졌다.

 

[운룡도(雲龍圖), 178 x 150cm, 부산광역시립박물관]&nbsp;

 

[운룡도(雲龍圖), 국립민속박물관]

 

[<구름과 용> 또는 <필자미상운룡도(筆者未詳雲龍圖)>, 지본채색, 120.9 x 69.1cm, 국립중앙박물관] 

 

[운룡도(황룡), 조선민화박물관]

 

[<심사정필 운룡도(沈師正筆雲龍圖)>, 지본수묵 113.9 x 50.9cm, 국립중앙박물관]

 

 

윤두서의 아들 윤덕희와 현재(玄齋) 심사정이 그린 용 그림 가운데는 그림 원본은 없이 사진자료로만 전하는 것들도 있다.

 

[<윤덕희필 운룡도>, 유리건판, 국립중앙박물관]

 

[<심사정필 운룡도>, 유리건판, 국립중앙박물관]

 

윤두서 윤덕희 부자는 모두 용과 싸우는 그림이라는 격룡도(擊龍圖)를 남겼다. 여동빈(呂洞賓)이 세상을 두루 다니며 교룡(蛟龍)을 잡은 고사를 소재로 한 것으로 보인다.

 

[윤덕희 <격룡도(擊龍圖)>, 견본수묵, 28 x 20.7cm, 국립중앙박물관]

 

[윤두서 <격룡도>, 지본채색, 19.5 x 21.5cm]

 

심사정은 <의룡도(醫龍圖)>라는 그림을 남겼다. 그림 제목은 심사정이 아닌 다른 사람이 붙였을 것으로 보이는데 왜 그런 이름을 붙여졌는지는 짐작이 안 간다. 그림으로 보면 오히려 용을 데리고 노는 희룡도(戱龍圖)라는 이름이 더 어울릴 듯 싶다.

 

[심사정 <의룡도(醫龍圖)>, 지본수묵, 25 x 33.3cm, 서울대학교박물관]

 

용 그림을 이만큼 보았으니 오늘 밤에는 꼭 용꿈을 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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