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심서

목민심서 109 - 법을 시행할 때는 백성을 이롭게 하는 것이 우선이다.

從心所欲 2022. 2. 2. 03:44

[경직도(耕織圖) 8폭 병풍 中 4폭, 지본채색, 국립민속박물관]

 

●봉공(奉公) 제2조 수법(守法) 3
무릇 국법이 금하는 것과 형률(刑律)에 실려 있는 것은 몹시 두려워하며 감히 범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凡國法所禁 刑律所載 宜慄慄危懼 毋敢冒犯)
▶봉공(奉公) : 『목민심서(牧民心書)』 제3편인 봉공(奉公)은 충성으로 임금을 섬기고 공경으로 윗사람을 섬기는 등, 공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6조로 나누어 논하였다. 봉공(奉公)의 제2조인 수법(守法)은 ‘법을 지키는 것’이다.

 

한 일을 당할 적마다 반드시 국전(國典)을 상고하되, 만약 법을 범하고 율에 어긋난 것이 있으면, 절대로 시행해서는 안 된다. 만약 전임 수령의 범법한 것이 그대로 전해 오면서 내게 뒤집어 씌워진 것이 있다면, 마땅히 편지로 주고받아 바로잡기를 강구하고, 그래도 저쪽에서 듣지 않으면 감영(監營)에 보고해야 할 것이요 그대로 용서해서는 안 된다.

한 일을 당할 적마다 반드시 속으로 ‘감사(監司)가 들으면 이것으로 나를 폄하(貶下)하지나 않을까, 어사(御史)가 들으면 이것으로 나를 탄핵하지나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보아서, 그런 걱정이 없는 다음에야 행하는 것이 좋다.

 

일체 법만 지킨다면 때에 따라서는 너무 구애받게 된다. 다소 융통성을 두더라도 백성들을 이롭게 할 수 있는 것은 옛사람들도 변통하여 처리하는 수가 있었다. 요컨대, 자기 마음이 천리(天理)의 공정에서 나왔다면 법이라고 해서 고집스럽게 지킬 필요는 없으며 자기 마음이 인욕(人慾)의 사정에서 나왔다면 조금이라도 법을 범해서는 안 된다.

법을 범하고 죄를 받는 날, 위로 하늘에 부끄럽지 않고 아래로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다면, 법을 범했더라도 반드시 백성에게 이롭고 편한 일일 것이니, 그런 경우에는 다소 융통성이 있더라도 괜찮을 것이다.

 

마영경(馬永卿)이 벼슬살이하는 도리를 유원성(劉元城)에게 물으니 유원성은,

“《한서(漢書)》에 ‘관리는 법령을 스승으로 삼아 틈만 나면 법조항을 보는 것이 좋다.’ - 〈설선전(薛宣傳)〉에 나온다. - 하였는데, 이는 사람을 다스리는 데뿐만 아니라, 자신을 보호하는 데도 좋을 것이다.”

하였다.

유원성은 마영경이 처음으로 과거에 올랐으므로 몸가짐이 혹시 법을 범하거나 이속들에게 속아 넘어갈까 보아서 이렇게 말한 것이다.

▶마영경(馬永卿) : 송(宋)나라 사람으로 유안세(劉安世)가 박주(亳州)로 귀양 갔을 때 26년 동안 그에게 수학하였다.
▶유원성(劉元城) : 송(宋)나라에서 벼슬한 유안세(劉安世)를 가리키는데 그가 원성(元城)에 살았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번역문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이정섭 역, 1986), 다산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