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씨 화복의 변[佛氏禍福之辨]
하늘의 도(道)는 선한 이에게 복을 주고 악한 이에게 화를 주며, 사람의 도는 선한 이에게 상을 주고 악한 이에게 벌을 주나니, 대개 사람에게는 마음가짐에 사특함과 바름이 있고, 행동함에 옳고 그름이 있어서, 화와 복이 각각 그 유(類)에 따라 응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경(詩經)》에,
“복을 구하되 사(邪)되게 하지 않는다.” 하였으며
공자(孔子)는,
“하늘에 죄를 받으면 빌 곳이 없다.” 하였으니,
대개 군자는 화복에 대하여 자기 마음을 바르게 하고 자기 몸을 닦을 뿐이지만, 복은 구태여 구하지 않아도 저절로 이르고, 화는 구태여 피하지 않아도 저절로 멀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군자는 종신토록 할 근심은 있어도 하루 아침의 근심은 없다.” 하나니,
밖으로부터 화가 닥쳐오더라도 순순히 그것을 받을 뿐이니, 추위나 더위가 앞을 지나가는 것처럼 하여 나 자신은 그것에 관여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저 불씨는 사람의 사정(邪正)이나 시비는 논하지 않고 이에 말하기를,
“우리 부처에게로 오는 자는 화를 면하고 복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은 비록 열 가지의 큰 죄악을 지은 사람일지라도 부처에게 귀의(歸依)하면 화를 면하게 되고, 아무리 도(道)가 높은 선비일지라도 부처에게 귀의하지 않으면 화를 면할 수 없다는 말이다. 가령 그 말이 거짓이 아니라 할지라도 모두 사심(私心)에서 나온 것이요, 공도(公道)가 아니니 징계해야 할 것이다.
하물며 불설(佛說)이 일어난 후 오늘에 이르는 수천 년 동안에 부처 섬기기를 매우 독실하게 한 양무제(梁武帝)나 당헌종(唐憲宗)과 같은 이도 모두 화를 면하지 못하였으니,
한퇴지(韓退之)가 이른바,
“부처 섬기기를 더욱 근실하게 할수록 연대(年代)는 더욱 단축되었다.”한 그 설이
또한 깊고도 간절하고 뚜렷하지 않은가?
▶한퇴지(韓退之) :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 사람이었던 한유(韓愈). 퇴지(退之)는 자(字). 당(唐)나라의 문장가이자 사상가로 유가의 사상을 존중하고 도교 ·불교를 배격하였으며, 송대 이후 성리학의 선구자로 추앙되었다. |
번역본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1977, 조준하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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