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그림

강산무진도 속의 사람 사는 모습 1

從心所欲 2022. 2. 26. 15:11

조선 후기의 화가 이인문(李寅文)이 그린 <강산무진도(江山無盡圖)>는 그림의 크기로 볼 때 전하는 조선 그림 가운데는 심사정이 남긴 <촉잔도(蜀棧圖)>와 함께 가장 큰 대작으로 꼽힌다. 두루마리 형태의 이 그림은 세로 높이가 43.9cm에 길이는 856cm나 된다. <촉잔도(蜀棧圖)>는 길이가 818cm로 약간 짧은 반면 세로 높이는 85cm로 <강산무진도(江山無盡圖)>보다 전체 그림의 면적은 훨씬 크다.

 

[<촉잔도>와 <강산무진도>의 펼쳐진 모습, 경향신문 사진]

 

‘강산무진(江山無盡)’은 끝없이 이어지는 대자연의 모습을 가리킨다. 중국과 조선에서 즐겨 다루어지던 전통적 화제(畵題)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선정 우리 유물 100선」에서는 이인문의 <강산무진도(江山無盡圖)>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강산무진도>를 오른쪽부터 천천히 그림을 살펴보면, 만고불변의 자연과 그 자연의 섭리 속에서 순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들이 다채롭게 표현되어 있다. 강과 산만 무한하게 펼쳐져 있는 것이 아니다.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 사이사이까지 터를 잡고 그 안에 집을 짓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눈길을 끈다. 적당히 안개를 이용하여 처리할 수 있는 공간에도 이인문은 집을 그리고 사람을 그려 넣었다. 소나무 그림을 많이 그렸던 이인문답게 화폭에는 수백, 수천 그루의 소나무가 그려져 있다.
무엇보다 이 그림의 매력은 준법의 총망라에 있다. 준법은 산이나 흙더미 등의 입체감과 양감을 표현하기 위한 동양의 회화기법을 말한다. 부벽준과 미점준등 이렇게 다양한 동양화의 준법이 총동원된 그림도 드물 것이다. 만년에 자신의 기량을 모두 표출해낸 것일까. 오른쪽 부분에서는 나지막한 산과 고요한 강줄기를 따라 얌전하고 평온한 준법으로 묘사되다가 왼쪽으로 진행될수록 점점 산세는 어느덧 험난해진다. 그에 따라 준법도 부벽준 등을 사용하여 거칠고 과단성 있게 변한다. 변화무쌍하고 화려한 준법의 구사를 통한 산세의 묘사, 그리고 아주 작고 세밀하게 그려진 인물들의 꼼꼼한 묘사가 어우러져 시선을 옮길 때마다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드라마틱한 장관을 보여준다. 그림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것은 이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다. 어느 한 곳도 지루하지 않다. 반복되는 것 없이 구성요소는 다양함을 보여주고 필묵은 변화무쌍하다.

 

그러나 이러한 친절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촉잔도>나 <강산무진도>는 실제 그림을 직접 보지 않는 한, 그 세세한 구석을 들여다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컴퓨터에 그림 전체를 올려봐야 이런 모습 밖에 안 된다.

 

[이인문 <강산무진도(江山無盡圖)>, 견본수묵담채, 43.8 x 856.0cm, 국립중앙박물관]

 

그림을 14 조각으로 나누어 봐도 아래 정도의 수준이라, 어렴풋한 산세만 볼 수 있을 뿐 위의 글에서 강조한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재미’는 누릴 수 없다.

 

[이인문 <강산무진도> 부분 2/14]

 

얼핏 보아서는 안개 속에 잠긴 원경(遠景)도 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인문 <강산무진도> 부분 2/14의 원경부분]

 

<강산무진도>는 그저 산과 강 풍경처럼 보이지만 그림 안에는 윗글에서도 언급한 ‘기암절벽 사이사이까지 터를 잡고 그 안에 집을 짓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있다. 

옛 사람들은 자연은 그 자체로 순수하지만, 여기에도 품격과 위계가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산수를 ‘가볼 만한 곳[有可行者]’, ‘구경할 만한 곳[有可望者]’, ‘노닐 만한 곳[有可遊者]’, ‘머물며 살 만한 곳[有可居者]’으로 나누기도 하였다. 북송(北宋)의 대표적인 산수화론서인 「임천고치(林泉高致)」의 <산수훈(山水訓)>에서, 곽희는 “그림은 무릇 이러한 여러 경계의 표현이 가능함에 이르러야 모두 묘품(妙品)의 경지에 든다고 할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이어서 “다만 가볼 만하고 구경할 만한 곳을 그리는 것이 노닐 만하고 살 만한 곳을 그려 얻는 것보다 못하다[但可行可望 不如可遊可居之爲得]’고 하여, ‘머물며 노닐고 싶고, 살고 싶은 곳’의 산수를 더 우위에 두었다.

 

어쩌면 이인문은 <강산무진도>에서 곽희가 말한 ‘머물며 노닐고 싶고, 살고 싶은 곳’의 산수를 그리려 했는지도 모른다. <강산무진도>에는 350명이 넘는 인물이 등장하고 산속 깊숙한 곳에도 건물이 보인다. 인물과 건물도 각각이다.

 

[이인문 <강산무진도> 부분 3/14]

 

두 산 사이의 아늑한 계곡에 자리 잡은 집 안에서는 사람들이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고 뒤편의 강에는 배들이 떠있다.

 

[이인문 <강산무진도> 부분 3/14의 부분 1]

 

[이인문 <강산무진도> 부분 3/14의 부분 2]

 

[이인문 <강산무진도> 부분 4/14]

 

강에는 어디론가 가기 위해 부지런히 노를 저어가는 여러 척의 조각배들 옆으로 유람 나온 배의 모습도 보인다. 강가 벼랑의 나무 그늘 밑에는 사람들이 모여 환담을 나누고 길에는 각기 다른 차림의 행인들이 있다.

 

[이인문 <강산무진도> 부분 4/14의 부분 1]

 

[이인문 <강산무진도> 부분 4/14의 부분 2]

 

[이인문 <강산무진도> 부분 4/14의 부분 3]

 

[이인문 <강산무진도> 부분 4/14의 부분 4]

 

많은 배들이 정박해 있는 강 건너편 너머로도 수많은 집들의 지붕이 보인다.

 

[이인문 <강산무진도> 부분 4/14의 부분 5]

 

[이인문 <강산무진도> 부분 5/14]

 

[이인문 <강산무진도> 부분 5/14의 부분 1]

 

[이인문 <강산무진도> 부분 5/14의 부분 2]

 

[이인문 <강산무진도> 부분 5/14의 부분 3]

 

험한 산 속에 잔도처럼 보이는 나무로 만든 길이 보인다.

 

[이인문 <강산무진도> 부분 5/14의 부분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