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심서

목민심서 129 – 보고서는 조리 있되 성의도 있어야 한다.

從心所欲 2022. 5. 13. 12:28

[경직도(耕織圖) 10폭 병풍 中 8폭, 각 폭 90.5 x 31.5cm, 국립민속박물관]

 

●봉공(奉公) 제4조 문보(文報) 4
폐단을 말하는 서장(書狀), 청구하는 서장, 방색(防塞)하는 서장, 변송(辨訟)하는 서장은 반드시 그 문장이 분명하고 성의가 간절하여야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
(說弊之狀 請求之狀 防塞之狀 辨訟之狀 必其文詞條鬯 誠意惻怛 方可以動人)
봉공(奉公) : 목민심서(牧民心書) 3편인 봉공(奉公)은 충성으로 임금을 섬기고 공경으로 윗사람을 섬기는 등, 공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6조로 나누어 논하였다. 봉공(奉公)의 제4조인 문보(文報) 공문서를 말한다.
방색(防塞) : 여기서는 '상사의 지시 사항을 거부'하는 뜻.

 

고을에 병폐(病弊)가 있어서 그것을 바로 고쳐야 할 경우에는, 반드시 그 정경을 그려내되 눈앞에 환히 알 수 있게 해야 이룰 수 있다. 혹 식량을 옮겨 주기를 청하거나, 재정의 원조를 청하거나, 부세(賦稅)를 삭감해 줄 것을 청하거나, 부역을 면제해 줄 것을 청하거나 하는 경우에는 모름지기 조목조목 밝혀서 사리가 환해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상사의 명령이 있을 때는 내가 막되 반드시 그 말씨가 공손해야 노여움을 면할 것이요, 상사가 책망이 있을 때는 내가 변명하되, 반드시 그 문장이 간절해야 의혹을 풀 수 있을 것이다.

 

자하산인(紫霞山人)이 말하였다.

무릇 백성을 위해서 은혜를 구하거나, 백성을 위해서 폐해를 제거해 주기를 청할 경우에는, 모름지기 지성(至誠)이 말에 나타나야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

 

천하에 호소할 곳이 없는 지극히 천한 자는 백성이요, 천하에서 태산처럼 높은 자도 백성인 것이다. 요순(堯舜) 이래로 여러 성군이 서로 경계하여, 백성들을 보호해 주어야 함은 책에 실려 있어 모든 사람들의 이목에 젖어 있다. 그러므로 상사가 높다 하더라도 백성을 앞세워 다투면 굴하지 않는 이가 적다.

 

정택경(鄭宅慶)은 바닷가의 무인(武人)이었으나 언양 현감(彥陽縣監)으로 있을 적에 백성의 이익을 위해 다투니 감사가 굴복하였고, - 재결(災結)에 관한 일이다. 호전(戶典) 세법조(稅法條)에 보인다. - 안명학(安鳴鶴)은 의주(義州)의 토민(土民)이었으나, 강진 현감(康津縣監)으로 있을 적에 백성의 이익을 위해 다투니 감사도 굴복하여, 이로써 명성이 높아지고 벼슬길도 트이었다. 본래 백성을 이롭게 하려고 한 것이지만, 곧 수령의 이익이 된 셈이다. 옛날에 한 승지(承旨)가 서도(西道)의 수령으로 나가서 파면될까 두려워하여 다투어야 할 일에도 다투지 않으니, 감사가 비루하게 여겨 펌하(貶下)하여 쫓아 버렸다. 이런 예를 나는 많이 보았다.

정택경(鄭宅慶) : 생몰 연대 미상.
재결(災結) : 재해를 입은 전답.
안명학(安鳴鶴) : 영조 때 사람으로 맹산 현감(孟山縣監)을 지냈다.

 

무릇 백성을 위하여 건의할 때는 마땅히 이해를 서술하되, 지성이 웃사람을 감동하도록 해야 할 것이니, 두 번, 세 번 거듭한 후에 거취를 결정할 것이요, 비록 이 때문에 파면이 된다 하더라도 앞길은 다시 트이게 될 것이다. 앉아서 백성들의 곤란을 그대로 보고만 있다가 마침내 죄에 빠지는 경우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번역문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이정섭 역, 1986), 다산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