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건축물 35

우리 옛 건축물 25 - 일월오봉병

어좌 뒤에 있는 그림. 흔히 일월오봉도라고 부르지만 어좌 뒤에 있는 일월오봉도는 병풍 형태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일월오봉병이라고 부른다. 미술사가였던 故오주석선생은 ‘TV사극에서 이 일월오봉병이 보이지 않는 왕은 조선왕이 아니다’라고 했다. 대궐에서는 물론이고 멀리 능 행차를 할 때도 따로 조그만 병풍을 준비했다가 멈추기만 하면 이 병풍을 펼쳤다. 조선시대 기록화에서도 빈 어좌 뒤에 일월오봉병을 그림으로써 왕의 존재를 대신했다. 한마디로 일월오봉병은 조선 국왕의 상징인 것이다. 조선시대 궁궐 정전(正殿)의 어좌(御座) 뒤, 또는 야외 행사 때에는 천막 안의 옥좌 뒤에, 왕이 죽었을 때도 빈전(殯殿)의 관 뒤에다 이 병풍을 쳤고 역대 선왕들의 초상화인 어진을 모셨던 선원전 같은 곳에도 초상화 뒤에 반드시 있..

우리 옛 건축물 24 - 어탑, 닫집

드디어 열려있는 문을 통해 건물 안을 들여다 볼 차례이다. 궁궐 정전의 어칸이나 대부분의 사찰 법당 정칸에 서서 안을 들여다보면 어좌나 부처와 눈을 마주치게 되어있다. 아래 사진은 경복궁의 정전(正殿)인 근정전(勤政殿)의 내부 모습이다. 임금님의 어좌와 주변 장식이 보인다. 계단이 달린 단(어탑) 위에 어좌가 있고 그 뒤로 곡병과 일월오봉병이 보이고 위로는 닫집이 보인다. 닫집의 '닫'은 '따로'의 옛말로 닫집은 '따로 지어놓은 집'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하며 한자로는 당가(唐家) 라고 한다. 이 닫집의 기원에 대해서는 ‘부처님을 중앙에 모셨던 고대 불전에서는 금당(金堂)이 부처님 집 이었으므로 닫집이 필요 없었다. 그러나 예불공간이 차츰 대웅전 안으로 들어가 불단이 뒤로 밀리면서 송구한 마음에 별도로..

우리 옛 건축물 23 - 창(窓)과 문(門) 2

창호(窓戶)는 건물에 달린 창과 문을 통칭하는 용어다. 창호는 크기와 형태가 비슷해 굳이 창과 문을 구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각각의 명칭은 사용되는 기능상의 성격과 형태에 따라 다양하다. 서양의 방문이 주로 여닫이라면 우리 옛 건축물의 방문은 주로 미서기나 미닫이다. 이에 더해 들어걸개라는 특이한 방식이 있다. 들어걸개문은 한문으로 분합(分閤)이라 한다. 분합은 ‘나눈 쪽문’이라는 의미로 일반적인 문에 비하여 폭이 좁다. 이 분합을 대청과 방 사이에 설치할 때 분합 가운데에 광창1을 달고 위아래는 벽지를 발라 빛을 차단하는 독특한 분합이 사용되는데 이 광창을 연창(煙窓, 連窓)이라 쓰고 불발기창이라고 읽는다. 따라서 연창이 있는 분합문이라고 하여 연창분합(煙窓分閤) 또는 연창장지(煙窓障子)라고 쓰고 ..

우리 옛 건축물 22 - 창(窓)과 문(門) 1

궁궐이나 민가 고택에 가면 다양한 형태의 문들이 있다. 그 문들의 이름도 다양하다. 그러나 지금은 잘 볼 수 없는 문들도 많아 그 이름이 현대인에게는 생소할 수밖에 없다. 잘 못 알고 있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흔히 미닫이라고 부르는 문은 사실 미닫이가 아닌 미서기이다. 고대건축에서는 살창보다는 판재로 만든 판문이 주류를 이루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판문(板門) 중에서 문짝을 하나의 판재로 만든 것을 통판문이라고 하는데 목재가 풍부하고 맹수가 자주 출현하는 강원도 같은 지역에서 덧문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통판문은 튼튼하지만 무겁다는 단점이 있다. 건축연장이 발달하면서부터는 판을 얇게 만들어 여러 쪽을 띠장목에 의해 연결시켜 만든 널판문이 등장하고 더욱 세공이 발달하면서 마치 세살문을 만들듯이 정교하게..

우리 옛 건축물 21 - 살창(箭窓)

화려한 단청의 모습에 눈을 빼앗기다 보면 살창(箭窓)의 은밀한 아름다움을 놓치기 쉽다. 사찰의 살창은 화려한 장식과 색감으로 장식되는 경우가 많지만 소박해 보이는 궁궐건물의 살창이라도 찬찬히 드려다 보면 그 자체만 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살창은 울거미(창호의 뼈대)속에 얇은 살대를 짜 만든 창호를 말한다. 그 얇은 살대들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문양들이 생겨난다. 그리고 이런 문양에 따라 살창의 명칭이 붙여진다. 가장 원시적인 모양으로는 고정된 문얼굴에 세로로 살대만 세우고 창호지를 바르지 않은 세로살창을 들 수 있는데 봉정사 극락전에서 볼 수 있다. 조선시대 살림집에서 부엌 등에 연기를 배출시키기 위한 환기창이나 빛을 들이기 위한 광창(光窓)의 형태에 많이 사용되었다. 조선시대 살창으로 가..

우리 옛 건축물 20 - 우리 단청의 특색

주문양에 따른 명칭말고도 머리초를 부르는 명칭은 다양하다. 위의 그림을 잘 보면 숨은 그림처럼 옆으로 누여진 호로병 모양이 보인다. 가운데의 황,록실이 이룬 형태를 말한다.이렇게 황,녹색의 실이 병모양을 이루는 것을 병머리초라고 부르며 연화가 주문양으로 들어가 있어 연화병머리초라고도 부른다. 병바닥에는 연화 문양이 온전하게 그려진데 반하여 병 목과 주둥이 양 쪽으로는 연화 문양이 반 잘린 것처럼 그려져 있다. 바닥에 있는 주문양처럼 문양이 온전한 것을 온머리초, 반만 그려진 것은 반머리초라고 한다. 온머리초 주문양이 서로 마주보는 형태로 주문양 주위를 둘러싼 녹,황색 실이 장구를 닮은 꼴이라 장구머리초라고 부른다. 두 문양 사이에는 반바탕에 반머리초가 그려져 있다. 머리초는 장식된 건축 부재에 따라 창방..

우리 옛 건축물 19 - 별화, 머리초문양

금단청에서는 앞에 소개한 금문들을 아래 사진처럼 머리초 사이의 계풍에 장식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그런데 이 정도로도 성이 안 차 계풍에 금문 외에 그림 장식까지 겸하여 더 화려하게 장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위의 사진에서와 같이 머리초와 머리초 사이의 계풍에 회화적인 수법으로 그려 넣은 장식그림을 특별히 별화 또는 별지화(別枝畵)라고 한다. 별지화는 창방, 평방, 도리, 대들보 등 큰 부재의 양 끝에 모로단청을 놓고 중간 공백 부분에다 회화적인 수법으로 그린 장식화를 말한다. 별화는 궁궐단청에 없는 사찰만의 고유 양식으로 부처, 보살과 동·식물 등 불교신앙 체계와 관련이 있는 내용들이 들어간다. 계풍 뿐만 아니라 포벽(공포와 공포 사이에 생기는 작은 벽체)에 그려지는 그림도 별화라고 한다. 별화는 용,..

우리 옛 건축물 16 - 기둥 2

전면에 배흘림기둥이 6개 있다. 옛 건물의 기둥은 단순히 모두 기둥이라고 부르지 않고 나름대로 이름들이 있다. 우선 건물 외부에서 보이는 외곽기둥들을 평주(平柱)라고 부른다. 평주 중에서도 또 건물 모서리에 있는 기둥을, 모퉁이 우(隅)字를 써서 우주(隅柱), 우리말로는 귀기둥(귓기둥)이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위의 무량수전 실측도에는 전면에 6개의 평주가 있는 것이고 그 중 2개는 우주인 것이다. 우리 옛 건물은 귓기둥에 추녀가 걸리고 하중을 제일 많이 받기 때문에 평주보다는 굵게 만드는 것이 보통이며 귀솟음에 의해 기둥 높이도 평주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평주라는 명칭은 건물 내부에 있는 기둥들과 구분하기 위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나라의 건물은 겨울의 추위와 여름의 더위를 동시에 견뎌야 하는 구조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