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기생 6

조선의 기생 26 - 일제강점기

일제강점기에도 명성을 얻었던 기생들이 적지 않았다. 일제강점기의 대중잡지였던 『삼천리』 제3권 제9호에 당시 이름을 날렸던 기생들을 조명한 글이 있다. 1931년 9월의 글이다. 춤 잘 추는 서도기생(西道妓生) 소리 잘하는 남도기생(南道妓生) 점점 사라져가는 우리의 옛날 아름답던 노래와 춤을 겨우 지탱하여 가주는 남도기생, 서도기생은 누구, 누구들인가? 성주풀이의 김초향(金楚香) “성주본향이 어디메냐 경상도 안동땅에 제비원이 본일네라. 제비원에 솔씨를 받어 대평소평 던졌더니 그 솔이 점점 자라 소부동이 되었네. 대부동이 되었네 얼화- 만수 얼화- 대세니라” 하고 청산류수가치 멋지게 넘어가는 한마디가 다방골 어떤 장명등 달린 집 일각대문에서 흘러 새어나온다. 아마 장안 일등명기 김초향(金楚香)이 고수 한성..

우리 옛 뿌리 2021.09.20

조선의 기생 15 - 김만덕

정조 17년인 1793년 11월에 장령(掌令) 강봉서(姜鳳瑞)가 이런 상소를 올렸다. 【"제주도는 여러 차례 흉년이 들었지만 지난해처럼 추수할 것이 전혀 없었던 것은 전에 없던 일이었습니다. 겨울부터 여름까지 굶어 죽은 사람이 몇 천 명이나 되는지 모르는데, 올해 8월에 또 큰 바람이 연일 불어서 정의현(旌義縣)과 대정현(大靜縣)은 적지(赤地)나 다름없고 제주 좌면(左面)과 우면(右面)도 혹심한 재해를 입어 내년 봄이면 틀림없이 금년보다 배나 더 굶주림을 호소할 것입니다. 그런데 목사 이철운(李喆運)은 밤낮없이 술에 취하여 백성들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환곡을 마구 받아들이면서 매 섬[斛]마다 반드시 두서너 말의 여유 곡식을 더 받고 나누어줄 때는 곡식 1말과 7, 8되[升]에 불과한데도 그 남은 ..

우리 옛 뿌리 2021.06.26

조선의 기생 14 - 김금원과 호동서락기

중학교 1학년 여자아이가 혼자 원주의 집을 나서 제천과 단양을 거쳐 금강산과 설악산을 유람하고 내친 김에 서울구경까지 하고 돌아왔다. 교통과 치안이 좋은 지금 시절에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무려 200여 년 전쯤인 1830년에 이런 여행을 실제로 감행한 조선여성이 있었다. 김금원(金錦園) 이란 여성이다. 김금원이 여행을 하면서 지은 시들을 모은 시문집이자 기행문인 「호동서락기(湖東西洛記)」의 발문에 그녀는 여행을 떠나게 된 내력을 이렇게 기록했다. 【나는 관동(關東)의 봉래산(蓬萊山) 사람이다. 스스로 금원(錦園)이라 호를 하였는데, 어려서 잔병이 많아 부모가 불쌍하게 여겨 여자가 해야 할 가사나 바느질은 가르치지 않고 글공부를 시켰다. 글 공부한지 얼마 되지 아니하여 경사(經史)에 대략 통하게 되..

우리 옛 뿌리 2021.06.21

조선의 기생 13 - 매창

황진이의 명성이 워낙 독보적인 탓에 조선에서 사실 황진이에 견줄만한 다른 기생은 없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물론 논개(論介)가 있지만, 논개는 살아생전의 기생으로서가 아니라 의롭게 죽은 행위로써 이름을 얻은 것이기 때문에 그 명성의 의미는 다른 차원이다. 논개는 진주목(晉州牧)의 관기(官妓)로 임진왜란 중인 1593년 진주성이 일본군에게 함락될 때 왜장을 유인하여 순국한 의기(義妓)이다. 비록 황진이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조선시대에 나름의 명성을 얻었던 기생으로는 전북 부안(扶安)의 기생인 매창(梅窓)이 있었다. 황진이보다 약 50년 뒤에 태어난 기생으로, 당대에는 개성의 황진이와 더불어 조선 명기(名妓)의 쌍벽을 이룬다는 말을 들었었다. 생몰연도가 알려지지 않은 황진이와는 달리 매창의 문집인 「매창집」..

우리 옛 뿌리 2021.06.15

조선의 기생 4 - 약방기생

의녀들이 궁중 연회에 의장여령으로 참석하게 된 20여년 후인 1502년 《연산군일기》에는 이런 기사가 올라있다. 【서울 안의 각사(各司)에서 공적으로 차린 연회에는 혹은 본사(本司) 혹은 경저(京邸)에서 의녀(醫女)와 여기(女妓)를 불러오게 하니, 이 일로 인하여 각사의 노비들이 피폐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후로는 이와 같은 법을 범한 관리들은 사헌부로 하여금 엄중히 금지시키고 공의에 논할 것 없이 파출(罷黜)시키소서.】 (《연산군일기》연산 8년 1월 28일 기사) ▶파출(罷黜) : 관직에서 파면(罷免)하는 동시에 관등(官等)을 낮춤. 이 기사를 통하여 궁중에서의 신역을 담당하기 위해 차출된 여악과 의녀들이 궁궐 행사가 아닌 관청과 지위 있는 자들의 사사로운 행사에 불려 다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우리 옛 뿌리 2021.04.09

조선의 기생 3 - 의녀(醫女)

조선시대에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지정한 기생들 외에도 혜민서(惠民署)와 내의원(內醫院) 소속 의녀(醫女)인 약방기생(藥房妓生)과 상의원(尙衣院) 소속 침선비(針線婢)인 상방기생(尙房妓生) 또는 공조기생(工曹妓生)이 있었다는 것 또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이 처음부터 기생의 역을 같이 담당했던 것은 아니다. 《세종실록》 세종 5년(1423년) 12월 27일 기사를 보면 그들의 선발기준부터 여악과는 다르다. 【예조에서 계(啓)하기를, "제생원(濟生院)의 의녀(醫女)들은 반드시 먼저 글을 읽게 하여, 글자를 안 연후에 의방(醫方)을 읽어 익히도록 하고 있으니, 지방에서 선발하여 올려 보내려고 하는 의녀도 또한 지금 거주하고 있는 그 고을의 관원으로 하여금 먼저 《천자(千字)》, 《효경(孝經)》, 《..

우리 옛 뿌리 2021.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