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안 짓고 시골살기 53

느리게 가는 시골길

도시인들이 애초에 시골에 내려오면서 원하는 땅은 대개 몇 백 평 내외의 작은 땅이다. 그런데 막상 시골에는 그런 크기의 땅이 매물로 나오는 경우가 흔치 않다. 작아도 천 평은 훌쩍 넘기가 예사다. 마음에 드는 작은 크기의 땅이 있더라도 그런 땅은 가격이 높아, 그 돈이면 좀 외진 곳의 몇 천 평 땅도 살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경제논리에 익숙한 대부분의 도시인들은 같은 값에 큰 땅을 산다. 그래서 생각지도 않았던 귀농인이 되는 것이다. 도시에서 집을 살 때는 나름 교통이나 주거환경 등 여러 가지를 꼼꼼히 따진다. 그런데 잘 모르는 농촌에서 땅을 살 때는 가격에만 매달린다. 그 땅이 내게 필요한지, 어떤 용도에 적합한 땅인지, 하다못해 좋은 땅인지 아닌지에 대한 깊은 생각도 없이 가격이 싸다는..

서두름이 실수를 낳는다.

시골에 살기로 결정한 사람들이 흔히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땅부터 사는 것이다. 미지의 거처에 대한 불안감이 있을 때 ‘내 땅’이 있다는 것은 많은 위안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땅을 사두면 땅값이 오를 것이며 농사를 지어 소득도 올릴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있고, 남의 집에 살 때의 불편함과 경제적 부담도 고려한 것이니 일견 합리적 결정처럼 보인다. 이 글을 쓰는 자도 같은 생각을 했었다. 지인에게 땅을 알아봐달라고 부탁을 했더니 그러마고 대답은 하면서도 너무 서두르지 말고 내려와서 살며 천천히 사라고 했다. 하지만 그때는 그런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아 지인과 부동산을 통하여 부지런히 여러 곳을 둘러보고 거의 구입 직전까지도 갔었다. 그러다 일이 틀어져서 결국 땅을 사지 못한 채 셋집을 얻어 내려왔다. 지금..

농사 안 짓고 시골살기 - 시골은 이상향이 아니다.

도시의 번잡함이 버겁게 느껴질 때마다, 살아본 적도 없는 시골생활을 늘 꿈꿨지만 딱히 도시에서 할 일도 없으면서, 아이들 핑계대며 뭉그적거렸다. 하지만 그렇게 세월만 보내다는 끝내 도시를 떠나지 못할 것 같아 먼저 단독 탈출을 결심했다. 정작 집사람의 동의를 받고나니 아무 연고도 없는 곳을 찾아 집을 떠난다는 것에 대한 커다란 두려움이 다가왔다. 익숙한 도시생활을 뒤로 하고 시골이라 불리는 곳에서 생활을 시작한 것이 어느덧 만 5년이 다 되어간다. 바닷가 근처에서 2년을 살았고, 이제 산 많은 곳으로 옮겨와 산 지 3년째다. 혼자서다. 집사람은 아직도 독립하지 못한 아이들 뒤치다꺼리 하느라 여전히 도시에서 산다. 많은 사람들이 귀농이나 귀촌을 한다. 농사를 짓는 경우 귀농이라 하고, 그냥 시골에 내려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