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언론이다 9

정도전 17 - 불씨잡변 불씨걸식지변

불씨 걸식의 변[佛氏乞食之辨] 사람에게 있어서 먹는다는 것은 큰 일이다. 하루도 먹지 않을 수 없는가 하면, 그렇다고 해서 하루도 구차하게 먹을 수는 없는 것이다. 먹지 않으면 목숨을 해칠 것이요, 구차스럽게 먹으면 의리를 해칠 것이다. 그러므로 홍범(洪範)의 팔정(八政)에 식(食)과 화(貨)를 앞에 두었고, 백성에게 오교(五敎)를 중하게 하되, 식을 처음에 두었으며, 자공(子貢)이 정사[政]에 관하여 물으니 공자(孔子)도 대답하기를, “먹을 것부터 족(足)하게 하라.” 하였다. ▶홍범(洪範) : 홍(洪)은 크다, 범(範)은 법(法)이라는 뜻으로 ‘세상의 큰 규범(規範)’. ▶팔정(八政) : 나라를 다스리는 데 필요한 여덟 가지 정사(政事). 즉 식ㆍ화(食貸 : 민생(民生)문제)ㆍ사(祀 : 제사)ㆍ사공(..

우리 선조들 2022.02.11

나옹애사

이정(李禎, 1578 ~ 1607)은 30세에 요절한 조선 중기의 화원화가이다. 부지런 떠는 삶이 싫었는지 게으를 ‘나(懶)’자를 써서 나옹(懶翁), 나재(懶齋), 나와(懶窩)와 같은 호들을 썼다. 이정은 허균보다 나이가 9살 어렸지만 두 사람은 가깝게 교유했던 사이로 전해진다. 이정이 젊은 나이에 타향에서 객사하자 허균은 라는 글을 지어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흔히 로도 불리는 글이다. 사(辭)는 우수와 격정 같은 소재를 아름다운 형식을 빌려 표현하는 서정적 한문 문체이다. 이정(李楨)의 자는 공간(公幹)이며 스스로 나옹(懶翁)이라 호하였다. 아버지 이숭효(李崇孝), 할아버지 배련(陪連), 증조 소불(小佛)이 모두 그림으로 이름을 떨쳤었다. 그가 태어날 때, 한 금신 나한(金身羅漢)이 그의 어머니의 품..

우리 옛 그림 2022.02.03

목민심서 109 - 법을 시행할 때는 백성을 이롭게 하는 것이 우선이다.

●봉공(奉公) 제2조 수법(守法) 3 무릇 국법이 금하는 것과 형률(刑律)에 실려 있는 것은 몹시 두려워하며 감히 범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凡國法所禁 刑律所載 宜慄慄危懼 毋敢冒犯) ▶봉공(奉公) : 『목민심서(牧民心書)』 제3편인 봉공(奉公)은 충성으로 임금을 섬기고 공경으로 윗사람을 섬기는 등, 공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6조로 나누어 논하였다. 봉공(奉公)의 제2조인 수법(守法)은 ‘법을 지키는 것’이다. 한 일을 당할 적마다 반드시 국전(國典)을 상고하되, 만약 법을 범하고 율에 어긋난 것이 있으면, 절대로 시행해서는 안 된다. 만약 전임 수령의 범법한 것이 그대로 전해 오면서 내게 뒤집어 씌워진 것이 있다면, 마땅히 편지로 주고받아 바로잡기를 강구하고, 그래도 저쪽에서 듣지 않으면..

목민심서 2022.02.02

우리에게도 명재상이 필요하다.

조선은 500년의 역사에 수많은 인물들이 오르내리지만 그럼에도 명재상(名宰相)으로 불리는 인물은 거의 없다. 세종 때의 성세를 이루는데 기여했던 황희 정도가 겨우 거론되는 정도다. 그러나 황희가 농사개량과 국방문제에 일부 공로가 있기는 하지만 그가 명재상으로 거론되는 이유는 그의 치적(治積)때문이 아니다. “성품이 너그럽고 어질며 침착하였다. 사리가 깊고 청렴하며, 충효가 지극하였다. 학문에 힘써 높은 학덕을 쌓았다”는 등 거의 개인적 신상에 관한 내용들이다. 황희정승에 대해 전해지는 많은 일화들도 그 대부분은 그의 청빈함이나 관용, 타인에 대한 배려와 관련된 것들이다. 통상 삼국지로 불리는 소설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제갈량은 다재다능함과 뛰어난 역량으로 오갈 데 없어 여기저기 기웃거리던 처지의 유비를..

나라다운 나라 2022.01.06

유운홍 풍속도

시산(詩山) 유운홍(劉運弘)은 조선 후기의 도화서(圖畵署) 화원이다. 1797년생으로 김홍도보다는 50여년, 신윤복보다는 40년 뒤에 태어나 순조에서 헌종을 거쳐 철종 대까지 활동했던 인물이다. 20년이나 차비대령화원(差備待令畵員)으로 봉직했던 그는 산수, 인물, 화조를 비롯하여 풍속화까지 다양한 화목을 두루 다뤘다. 하지만 그의 풍속화는 김홍도와 신윤복의 화풍을 따랐다는 꼬리표가 늘 붙어 다닌다. 예나 지금이나 자신만의 독창적인 화풍을 이뤄내지 못하면 늘 아류 취급을 당하기 때문에 세간의 주목을 받기 힘들다. 그가 남긴 풍속화 중 그나마 널리 알려진 것이 이다. 툇마루에 모여 있는 3명의 기녀를 그린 이 그림은 배경을 상세히 그린 것이 신윤복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는 평이 있다. 기녀라는 주제와 ..

우리 옛 그림 2022.01.04

목민심서 100 - 임금이 백성에게 내리는 말씀은 수령이 직접 백성들에게 전하라.

●봉공(奉公) 제1조 선화(宣化) 2 윤음(綸音)이 현에 도착하면 백성들을 모아 놓고 친히 선유(宣諭)하여 국가의 은덕을 알게 하여야 한다. (綸音到縣 宜聚集黎民 親口宣諭 俾知德意) ▶봉공(奉公) : 『목민심서(牧民心書)』 제3편인 봉공(奉公)은 충성으로 임금을 섬기고 공경으로 윗사람을 섬기는 등, 공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6조로 나누어 논하였다. 봉공(奉公)의 제1조인 선화(宣化)는 ‘임금의 교화를 편다’는 의미이다. ▶윤음(綸音) : 임금이 백성에게 내리는 말씀. ▶선유(宣諭) : 임금의 말씀을 백성들에게 널리 공포함. 《후한서(後漢書)》 〈순리열전(循吏列傳)〉 서문에 이렇게 말하였다. “광무제(光武帝)는 민간에서 생장하였으므로, 백성들의 실정과 허위를 잘 알았다. 조서(詔書)를 손수 써서 ..

목민심서 2021.12.31

조선시대의 신고식

중종 36년인 1541년 12월, 사헌부에서 왕에게 이런 상소를 올렸다. "급제(及第)하여 출신(出身)하는 것은 곧 선비가 벼슬길에 들어가는 처음이므로 마땅히 예모(禮貌)를 삼가고 기개(氣槪)를 양성하여 임용(任用)되기를 기다려야 하는 법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일체 신래(新來)라 이름하여 멋대로 침학(侵虐)하기를, 온몸에 진흙을 바르고 온 낯에 오물을 칠하며, 잔치를 차리도록 독촉하여 먹고 마시기를 거리낌 없이 하되, 조금이라도 뜻에 맞지 않으면 그의 몸을 곤욕(困辱)하는 등 갖가지 추태를 부리고, 아랫사람들을 매질하는데 그 맷독[楚毒]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신래인 사람들이 밤낮으로 뛰어다니며 지공에 대응하기에 바쁘며, 비천(卑賤)하고 오욕(汚辱)스러워 모두 사람으로서는 할 수 없는 수치스러운 일들..

우리 옛 뿌리 2021.12.30

김알지의 탄생설화 그림

설화에 따르면 신라 초기에 알에서 태어난 인물이 셋 있었다. 서라벌이라는 나라를 세운 박혁거세(朴赫居世), 신라 4대왕인 석탈해(昔脫解), 그리고 김알지(金閼智)이다. 그 가운데 경주 김씨의 시조가 된 김알지에 대하여 『삼국사기(三國史記)』에 기록된 내용은 이렇다. 신라 4대왕인 탈해이사금(脫解尼師今) 9년 3월에 왕이 밤중에 금성(金城) 서쪽의 시림(始林) 숲속에서 닭이 우는 소리를 듣고, 날이 밝자 호공(瓠公)을 보내어 이를 살펴보도록 하였다. 호공이 시림에 다다라 보니, 금빛의 작은 궤짝이 나뭇가지에 달려 있고 흰 닭이 그 아래서 울고 있었다. 이 사실을 듣고 왕은 궤짝을 가져오게 하여 열어 보니 조그마한 사내아이가 그 속에 들어 있었는데, 용모가 기이하게 뛰어났다. 왕은 기뻐하며 하늘이 그에게 아..

우리 옛 그림 2021.12.28

목민심서 99 - 군수와 현령은 임금의 은덕을 널리 퍼지게 하는 직분이다.

●봉공(奉公) 제1조 선화(宣化) 1 군수(郡守)ㆍ현령(縣令)은 본래 승류(丞流)와 선화(宣化)가 그 직분인데, 요즈음은 감사(監司)만이 이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다. (郡守縣令 本所以承流宣化 今唯監司 謂有是責 非也) ▶봉공(奉公) : 『목민심서(牧民心書)』 제3편인 봉공(奉公)은 충성으로 임금을 섬기고 공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6조로 나누어 논하였다. 봉공(奉公)의 제1조인 선화(宣化)는 ‘임금의 교화를 편다’는 의미이다. ▶승류(丞流)와 선화(宣化) : 승류(丞流)는 위로 임금의 은덕을 받들어 흐르게 한다는 뜻이며, 선화(宣化)는 아래로 그 은덕을 널리 펼친다는 뜻이다. 동중서(董仲舒)의 대책(對策)에 이렇게 말하였다. “요즈음 군수나 현령은 백성의 스승이요 지도자이니, 그들로 하..

목민심서 2021.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