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정(1707 ~ 1769)은 겸재 정선(1676 ~ 1759)보다 약 30년 뒤의 화가다. 그가 활동하던 때 조선에서는 정선에 의해 주도된 소위 진경산수화가 한창 각광받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심사정은 그런 시류와는 상관없이 중국의 전통 화법을 연구하는데 전념했다. 조선의 산수화는 전통적으로 중국의 정형화된 산수화 기법을 이해하고 모방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고 유지되었기 때문에 어쩌면 심사정의 선택은 당연한 순서였는지도 모른다. 6세기경 중국 육조시대 남제(南齊)의 화가이자 화론가였던 사혁(謝赫)은 ≪고화품록(古畫品錄)≫에서 회화에서 중요시되어야 하는 육법(六法)을 제시한 바가 있다. 그 육법의 하나인 ‘전이모사(轉移模寫)’는 앞선 화가들의 그림을 모방하여 그리면서 그 기법을 체득하는 것을 말한다.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