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 48

목민심서 11 - 수령의 임명은 사사로운 은혜가 아니다.

●부임(赴任) 제3조 사조(辭朝) 3. 전관(銓官)에게 들러 하직 인사를 할 때에 감사하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歷辭銓官 不可作感謝語) ▶사조(辭朝) : 관직에 새로 임명된 관원이 부임하기에 앞서 임금에게 사은숙배하고 하직하는 일. 전관(銓官)은 국가를 위하여 사람을 뽑아 썼으니 사은(私恩)을 끌어대서는 안 될 것이요, 수령은 자격에 따라 관직을 얻었으니 사은으로 마음속에 품어서는 안 된다. 한자리에서 상대하더라도 말이 주의(注擬)에 미쳐서는 안 될 것이니, 전관이 만약 스스로 그 말을 꺼내거든 다만, “명공(明公)이 변변치 못한 사람을 잘못 천거하셨습니다. 일을 그르쳐 훗날에 명공께 누를 끼칠까 매우 두렵습니다.” 하고 대답할 것이다. ▶전관(銓官) : 이조(吏曹)와 병조(兵曹)에 딸려 문무관(文..

목민심서 2021.03.09

목민심서 10 - 수령의 봉록이 많고 적음을 말해서는 안 된다.

●부임(赴任) 제3조 사조(辭朝) 2. 공경(公卿)과 대간(臺諫)에게 두루 하직 인사를 드릴 때에는 스스로 재기(才器)의 부족함을 말할 일이지, 봉록(俸祿)의 많고 적음을 말해서는 안 된다. (歷辭公卿臺諫 宜自引材器不稱 俸之厚薄 不可言也) ▶사조(辭朝) : 관직에 새로 임명된 관원이 부임하기에 앞서 임금에게 사은숙배하고 하직하는 일. 고을의 수령으로서 봉록이 박할지라도 요컨대 열 식구가 굶주리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수령으로 나가는 자나 보내는 자가 다 같이 그 고을의 폐단되는 것, 백성들의 걱정되는 것을 논할 일이요, 그 봉록이 후하다거나 박하다거나 하는 따위는 말하기 부끄러운 일이다. 그 봉록의 후함을 치하하는 자에게는 마땅히, “생각컨대 대개가 부정한 물건일 터인데 무슨 기뻐할 것이 있으랴?” 하고..

목민심서 2021.03.06

목민심서 9 - 서경(署經)이 끝난 뒤에 임금에게 하직 인사를 드려라.

●부임(赴任) 제3조 사조(辭朝) 1. 양사(兩司)의 서경(署經)이 끝나고서야 임금에게 하직 인사를 드린다. (旣署兩司 乃辭朝也) ▶사조(辭朝) : 관직에 새로 임명된 관원이 부임하기에 앞서 임금에게 사은숙배하고 하직하는 일. 《속대전(續大典)》에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였다. “각 도(道)의 도사(都事)나 수령으로서 처음 임명받은 자는 모두 서경(署經)을 받아야 하고, 일찍이 시종(侍從)이나 당상관(堂上官)을 지낸 사람은 모두 서경을 받지 말 것이다. 양사(兩司)가 2인씩 내어 거행한다. - 양사가 함께 모이지 않았더라도, 한쪽에서 관원이 구비되면 먼저 거행한다. - 50일이 지나도 서경을 받지 못하면 아뢰어 개임(改任)한다.” “감찰(監察) 때 이미 서경이 되었으면, 비록 수령으로 처음 임명이 되어도 또..

목민심서 2021.03.05

목민심서 8 - 맑은 선비의 행장

●부임(赴任) 제2조 치장(治裝) 3. 이부자리와 옷가지 외에 책을 한 수레 싣고 가면, 청사(淸士)의 행장(行裝)일 것이다. (衾枕袍襺之外 能載書一車 淸士之裝也) ▶치장(治裝) : 수령이 임지에 부임할 때의 행장. ▶청사(淸士) : 청렴(淸廉)하고 결백(潔白)한 선비 요즈음 현령으로 부임하는 사람들은 겨우 역서(曆書) 한 권을 가지고 가고, 그 밖의 서적들은 한 권도 행장 속에 넣지 않는다. 가면 으레 많은 재물을 얻게 되어 돌아오는 행장은 무겁게 마련이니, 한 권 책일망정 누(累)가 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가엾다, 그 마음가짐의 비루함이 이와 같으니, 어찌 또 목민(牧民)인들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역서(曆書) : 일정한 역법(曆法)의 편제(編制)에 따라 연(年), 월(月), 일(日), 시(時)..

목민심서 2021.03.04

목민심서 7 - 부임하는 길에 동행(同行)이 많아서는 안 된다.

●부임(赴任) 제2조 치장(治裝) 2. 동행(同行)이 많아서는 안 된다. (同行者 不可多) ▶치장(治裝) : 수령이 임지에 부임할 때의 행장. 자제 한 사람이 따라가면 좋을 것이다. 요즈음 풍습에 소위 책객(冊客)이라는 것이 있어 회계를 맡고 있는데, 이는 예(禮)가 아니니 없애야 한다. - 다음 병객조(屛客條)에 자세히 나온다. - 만약 자기의 글 솜씨가 거칠고 졸렬하면, 한 사람쯤 데리고 가서 서기(書記)의 일을 맡기는 것은 좋다. 겸인(傔人)은 관부(官府)의 큰 좀이니, 절대로 데리고 가서는 안 된다. 만약 공이 많은 자가 있으면, 후하게 줄 것을 약속하면 된다. 노복(奴僕)을 데리고 가서는 안 된다. 다만 한 사람쯤은 내행(內行) 때 따라오도록 한다. 총괄하여 말하면 자제 이하는 관속(官屬)들과 ..

목민심서 2021.03.03

목민심서 3 - 관직을 얻었다고 함부로 재물을 쓰지 마라.

●부임(赴任) 제1조 제배(除拜) 2. 임명된 처음에 재물을 함부로 나누어 주어서는 안 된다. (除拜之初 財不可濫施也) 수령의 봉록은 달로 배정되지 않음이 없고, 그 매달의 액수를 자세히 분석해 보면 날로 배정되지 않음이 없다. 무릇 달을 당기거나 날을 당겨서 재물을 쓰는 것은 모두 써서는 안 될 재물을 쓰게 되는 셈이다. 써서는 안 될 재물을 쓰는 것은 탐욕할 조짐이다. 수령이 도임하기 전에 갈리는 자는 봉록 분배에 참여할 수 없다. 자신이 아직 서울을 떠나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 고을 재물을 쓸 수 있겠는가. 부득이한 자에게는 주되, 그 외에는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 이제 부임하는 수령이 임금에게 하직하는 날에 액례(掖隷) - - 원례(院隷) - - 들이 예전(例錢)을 내라고 하는데, 명목은 궐내행하..

목민심서 2021.02.20

목민심서 2 - 목민의 관직은 구해서 얻는 자리가 아니다.

[해설] 《목민심서》 제1편인 부임(赴任)은 수령이 고을에 부임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열거한 내용이다. 부임 6조 가운데 제1조인 제배(除拜)는 수령에 임명되는 것을 말한다. ●부임(赴任) 제1조 제배(除拜) 1항. 다른 관직은 구해도 좋으나, 목민의 관직은 구해서는 안 된다. (他官可求 牧民之官 不可求也) 위를 섬기는 자를 민(民)이라 하고, 민을 다스리는 자를 사(士)라 한다. 사(士)란 벼슬살이[仕]하는 것이니, 벼슬살이하는 자는 모두 백성을 다스리는 자들이다. 그러나 경관(京官)은 혹 왕을 받들어 모시는 것을 직분으로 삼기도 하고, 혹 맡아서 지키는 것을 소임으로 삼기도 하니, 조심하고 근신(謹愼)하면 아마도 죄 되거나 뉘우칠 일은 없을 것이다. 오직 수령(守令)만은 만민을 다스리는 자이니, 하루..

목민심서 2021.02.18

목민심서 1 - 목민하고 싶으나 할 수 없어 심서라 했다.

『목민심서(牧民心書)』는 정약용(丁若鏞)이 전라도 강진에서의 18년 귀양살이를 끝내던 1818년에 완성한 책으로, 지방 수령들이 치민(治民)할 때 지켜야하는 도리를 다룬 책이다. ‘다산 정약용’하면 떠오를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 거의 모두에게 귀에 익은 책이름이지만 실제로 이 책을 읽어본 사람은 중국소설 삼국지를 읽어본 사람보다 적을 듯하다. 책의 내용이 때 지난 ‘공직자론’처럼 생각될 수도 있지만, 정약용의 철학과 가치관을 살필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 조상들의 삶에 관심이 있다면 당시의 풍속도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자료라 생각된다. ●서(序). 자서(自序) 옛날에 순(舜)임금은 요(堯)임금의 뒤를 이어 12목(牧)에게 물어, 그들로 하여금 목민(牧民)하게 하였고, 주문왕(周文王)이 정치를 할 제, ..

목민심서 2021.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