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그림 236

문인화 10

역대 수많은 감상자들과 화론가들이 중국 산수화 최고의 명작으로 꼽는다는 그림. ​ 예찬의 이다. 그러나 현대인의 눈에는 이 그림에 대한 격한 평가를 선뜻 수긍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중국 인민망이 소개한 중국 역대 10대 명화 목록에는 이 그림이 들어있지 않다. 목록에 산수화로는 북송 때의 왕희맹(王希孟)이 그린 청록산수화 와 원말(元末) 황공망의 수묵화 만 있을 뿐이다. 는 중국 전통산수화에서 공전절후(空前絕後)의 예술적 업적을 이룩했다는 찬사를 받는 작품이다. 황공망이 72세 때 무용(無用)이란 스님을 위해 그리기 시작하여 3년 이상을 걸려 완성한 작품으로 무려 6m가 넘는 긴 두루마리에 가을로 접어든 부춘강(富春江)강가의 겹겹이 둘러선 산봉우리, 울창한 소나무와 빼어난 기암괴석, 구름과 안개에 싸..

우리 옛 그림 2018.10.12

문인화 9

유장경(劉長卿, 725? ~ 791?)은 당나라 때의 관리이자 시인이었다. 그의 시(詩) 중에는 유배당하여 실의 속에 보내는 생활과 깊은 산골에 숨어 살려고 하는 정서를 그린 것이 많다. 그 가운데 눈 때문에 부용산 초가에서 하룻밤을 보낸 경험을 노래한 ‘봉설숙부용산(逢雪宿芙蓉山)’이라는 시가 있다. 日暮蒼山遠 天寒白屋貧 柴門聞犬吠 風雪夜歸人 날은 저물어 푸른 산은 멀고 차가운 하늘 밑 오두막은 궁핍하네 사립문에 개 짖는 소리 들려오고 눈보라치는 밤에 (누군가) 집으로 돌아오네 당시(唐詩)와 유명화가의 그림 경향을 묶어 소개한 『당시화보(唐詩畵譜)』에 이 시가 소개되어 있는데 북종화의 시조로 불리는 이사훈의 아들인 이소도(李昭道)의 필법을 따라 그렸다는「봉설숙부용산(逢雪宿芙蓉山)」이란 판화도 같이 들어있..

우리 옛 그림 2018.10.05

문인화 8

나귀와 관련된 그림 중에 한동안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던 그림이 있다. 김시(金禔, 1524 ~ 1593)의 이다. 넓은 화면에 동자와 나귀가 중심인 그림이다. 이 그림에 대한 해설을 보면 ‘부벽준법에 의한 바위의 묘사와 춤추는 듯이 구부러져 올라간 노송(老松)이 눈에 띄며, 동자가 꾀부리는 나귀를 억지로 끌고 가려는 장면이 실감 있다. 버티는 나귀와 끌어당기는 동자의 모습이 생생하고 박진감 있어, 작가의 뛰어난 회화력과 독창성을 보여준다. 대각선 구도로 그린 절파(浙派) 화풍의 그림으로서는 김시의 대표작이고, 한국의 절파화풍의 효시’라고 되어 있다1. 그림의 미술사적, 회화적 가치야 어떻든 간에 볼 때마다 작가는 이 그림을 왜 그렸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설마 나귀를 끌어당기느라 애쓰는 동자와 버티는..

우리 옛 그림 2018.10.03

문인화 7

정선의 그림 중에도 '심매(尋梅)'의 사의가 나타나는 그림이 제법 많다. 는 정선'이 양천(陽川) 현령(縣令)으로 재임하던 때에 친구 이병연(李秉淵)과 시(詩)와 그림을 서로 바꿔보자는 약속을 위해 그렸던 양천십경(陽川十景)을 비롯하여 한강과 남한강변의 명승지를 그린 그림들을 수록한 「경교명승첩(京郊名勝帖)」에 들어있는 그림이다. 예전의 양천(陽川)은 지금의 강서구, 양천구와 영등포구의 양화동 일대를 포함하는 고을로, 관아는 강서구 가양동지역이었다. 멀리 우뚝하니 솟은 산은 지금의 강서구 화곡동 우장산이다. 그림 옆의 제시는 ‘높은 두 봉우리 긴 자락 끝은 아득한 십리 벌판일세. 다만 거기 새벽 눈 깊을 뿐, 매화 핀 곳 알지 못하네(長了峻雙峰 漫漫十渚 祗應曉雪深 不識梅花處)’라는 시가 달려있다. 이병연..

우리 옛 그림 2018.10.02

문인화 6

중국 당대(唐代)의 시인 맹호연(689 ~ 740)이 눈으로 덮인 산에 매화를 찾아 나섰다는 옛이야기를 그린 것을 ‘파교심매도(灞橋尋梅圖)’ 또는 ‘탐매도(探梅圖) ‘라고 부른다. 찾을 심(尋), 찾을 탐(探)으로 같은 뜻이다. 맹호연은 도연명(陶淵明, 365~427)을 존경하여 깊이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평생 유량과 은둔생활을 하며 술과 가야금을 벗 삼아 자연의 한적한 정취를 사랑한 작품을 남겼다. 그가 이른 봄 매화를 찾아 당나귀를 타고 장안에서 파교를 건너 눈 덮인 산으로 길을 떠났다는 고사(古事)로 인하여 탈속하고 고아한 선비의 대명사로 인식되어, 파교심매(灞橋尋梅), 설중탐매(雪中探梅)의 모습으로 그림에 등장한다. 이들 그림에는 눈이 가득 쌓인 적막한 산골에 핀 매화와, 나귀를 타고 다리를 ..

우리 옛 그림 2018.09.27

문인화 5

비교적 그 상징성을 이해하기 쉬운 물, 소나무, 사군자 말고도 문인화에는 또 다른 상징성을 갖는 많은 소재들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나귀를 타거나 동자를 거느리고 산길을 가는 선비(高士)의 모습은 속세를 떠나 선경(仙境)으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거나 낚시를 하는 모습은 때를 기다리는 은둔 고사의 모습을 비유한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옛 선비들은 그들이 읽고 공부했던 책을 통하여 문학과 역사와 철학을 공유했기 때문에 이러한 은유와 비유를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성현의 말씀이나 고사(古事), 시구(詩句) 등을 소 재로 하는 그림들은 화제가 따로 없어도 무슨 사의(寫意)로 그렸는지는 한 눈에 알아보고 바로 그림의 격조를 논할 수 있었다. “옛 사람의 눈으로 보고 옛 사람의 마음으로 보라”는 오주석 ..

우리 옛 그림 2018.09.25

문인화 4

사군자(四君子) 역시 문인화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사군자는 산수화나 인물화에 비하여 비교적 간단하고 서예의 기법을 적용시켜 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여기(餘技) 화가들인 문인들에게는 가장 적절한 소재였다. 또한 서예의 필력 자체가 쓴 사람의 인품을 반영한다는 원리의 연장으로 북송(北宋) 때부터 사군자화는 화가들의 인품 또는 성격 전체를 반영한다고 믿어졌다. 그래서 문인들 사이에 더욱 환영받는 소재가 되었다. 사군자는 매화(梅花), 난초(蘭草), 국화(菊花), 대나무(竹)의 네 가지 식물을 일컫는 말이다. 매화는 겨울 추위를 이기고 제일 먼저 꽃을 피운다. 난초는 깊은 산중에서 은은한 향기를 멀리까지 퍼뜨린다. 국화는 서리 내리는 늦가을까지 꽃을 피운다. 대나무는 사철 푸르고 곧게 자란다. 이런 각 식물..

우리 옛 그림 2018.09.23

문인화 3

물(水)만큼이나 문인화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가 소나무다. 지금도 소나무는 지조와 절개의 상징물로 낯설지 않지만 중국 고전에 나타나는 소나무와 지조에 대한 칭송의 역사는 길다. 추사의 세한도를 통해 더욱 익숙해진 ‘날씨가 추워진 뒤라야 송백이 뒤늦게 시드는 것을 안다 (歲寒然後 知松柏之後彫也)’는「논어」의 구절을 비롯하여「장자」에는 ‘하늘이 차고 눈서리가 내려서야 송백의 무성함을 알게 된다(天寒旣至霜雪旣降 吾是以知松柏之茂也)’는 구절이 있다. 「순자(荀子)」에도 ‘추운 계절이 아니면 송백을 알 수 없고 어려운 일이 없으면 군자를 알 수 없다(歲不寒無以知松柏 事不難無以知君子)’는 구절이 있고「예기」에는 ‘소나무와 잣나무는 깊은 뜻이 있어 사시절 내내 가지가 변함이 없다(松柏之有心也 貫四時而不改柯易)’는 구절..

우리 옛 그림 2018.09.21

문인화 2

문인화는 시(誇)와 서화(書畵)가 일치되는 것을 이상(理想)으로 여기는 중국 사대부와 문인들의 전통이 그 기틀이 되었다. 특히 북송(北宋) 중기에 이르러 시화(詩畵)일치의 주장과 서화(書畵)일치의 생각, 그리고 인품이 높고 학식이 풍부한 사람의 작품을 숭상하는 풍조를 바탕으로 예술적으로 세련된 당시의 문인들이 전문화가의 지나칠 정도로 정교한 화기(畵技)를 경멸·배격하고 자기의 의사를 솔직 간명하게 표출하는 그림을 이상으로 하여 조방한 형식의 수묵화로서 그 이상을 실천하게 된 것이다. 즉, 문인화는 정신 우위의 사고를 대변하는 그림이다. 따라서 그리는 사람의 의취(意趣)가 얼마나 품격이 있는지 또 그 의취가 얼마나 그림에 잘 반영되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고상한 의취에 감흥을 일으키게 하는지가 핵심이다..

우리 옛 그림 2018.09.12

문인화 1

작품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아래 두 그림을 보게 된다면 사람들은 어떠한 반응을 보일까? 아마도 십중팔구는 보기 드문 풍경을 멋지게 그려낸 첫 번째 그림에 더 많은 눈길을 줄 것이다. 잘 그린 그림을 고르라면, 질문에 무슨 함정이 있나 의심을 하지 않는 한 대부분 주저 없이 그림을 고를 것이다. 어쩌면 집 거실에 걸어두고 싶다는 생각까지 할 지 모른다. 반면 에 대해서는 그림의 분위기부터 시작해서 과 비교까지 해가며 여러 가지 트집도 잡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김정희의 는 국보 180호로 지정되고 조선왕조 500년의 걸작으로 꼽힐만하다는 평가를 받는 반면, 겸재 정선과 현재 심사정의 화풍에 서양화풍까지 가미된 걸작이라고 평가받는 이인문의 그림은 아는 사람조차 드물다. 아래 그림은 각각 중국 원말(元末..

우리 옛 그림 2018.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