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풍 12

병풍 39 - 금강산도

보지도 못한 중국의 산수를 흉내 내고 상상 속의 이상적 풍경만 그리던 조선에서 우리 강토의 풍경을 조선적 화풍으로 그리는 진경산수화의 물꼬를 튼 것은 겸재 정선이다. 더욱이 그의 금강산 그림은 이후 문인이나 전문적인 화원을 막론하고 금강산 그리기 열풍에 빠져들게 하면서 한 시대를 풍미했다. 그러한 열기는 민간으로도 확대되면서 금강산을 주제로 한 많은 민화들이 제작되었다. 문인이나 전문 화원들의 그림이 감상을 목적으로 첩(帖)이나 축(軸)의 형태로 제작된 반면, 민간에서는 장식을 목적으로 한 병풍으로의 제작이 활발하였다. 민화 금강산도는 처음에는 정선이나 김홍도의 진경산수화를 모방하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는 도상의 변용과 자유로운 표현 양식을 통하여 창의적으로 다양하게 발전하였다. 또한 내용면..

우리 옛 병풍 2021.10.10

병풍 23 - 무이구곡도

병풍 제작의 확산과 함께 두루마리 형식으로 제작되던 무이구곡도도 병풍으로 제작되었다. 병풍으로 제작되는 무이구곡도는 두루마리 형식에서 옆으로 펼쳐지던 풍경들이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구성이 변하게 된다. 허련(許鍊)이 남종화풍으로 그린 이 병풍은 마지막 폭에 무인(戊寅)과 소치칠십일지년(小癡七十一之年)이라는 관지가 있어 1878년 작품임을 알 수 있다. 무과에 급제하여 수군첨절제사, 정산군수(定山郡守) 등을 지냈지만 구한말의 독보적인 초상화가로 더 잘 알려진 석지(石芝) 채용신(蔡龍臣)도 여러 점의 무이구곡도를 남겼다. 위 은 제일 처음에 무이구곡 총도를 배치한 점이 특이하다. 아래의 병풍 또한 특이하게 무이도가 10수를 거꾸로 써넣었다. 관직을 그만둔 이후 직업화가로 살면서 항일지사 최익현(崔益鉉)과 김..

우리 옛 병풍 2020.12.26

병풍 18 - 기명절지도(器皿折枝圖)

기명절지화(器皿折枝畵)는 중국의 고동기(古銅器)나 자기(磁器)를 꽃가지, 과일, 문방구류 등과 함께 그리는 그림으로 동양의 정물화 형식이라 할 수 있다. 기명(器皿)은 살림살이에 쓰이는 그릇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절지(折枝)는 나뭇가지를 꺾는다는 뜻인데, 꽃을 그릴 때 가지만 그리고 뿌리는 그리지 않는 화법(畫法)을 말한다. ▶고동기(古銅器) : 구리로 만든 옛날 그릇이나 물건. 기명절지화는 중국에서 처음에는 그릇에 꽃을 꽂는 병화도(甁花圖)에서 시작하여 고동기가 그림의 중심이 되는 그림으로 발전한 화목(畵目)이다. 기명절지도는 특히 북송(北宋)대에 금석학(金石學)에 심취한 문인과 사대부들의 복고적 취향으로 인하여 큰 발전을 보게 되었다. 북송의 사대부들은 중국 상(商)나라, 주(周)나라 시대의 제사에 ..

우리 옛 병풍 2020.12.19

병풍 17 - 백납도(百納圖)

한 병풍에 가능한 다양하고 많은 것을 담고 싶어 하는 욕구의 절정을 보여주는 것이 백납도(百納圖) 병풍이다. ‘백납(百納)’은 ‘백가지를 꿰맨다’는 의미인데 그야말로 온갖 종류를 소재로 한 그림들을 모아 병풍으로 만들었다. 그림에는 산수, 화조, 고사(古事) 인물, 영모, 초충, 어해 등 다양한 화재가 동원되었다. 두산(斗山) 정술원(鄭述源, 1885 ~ 1955)의 작품으로 알려진 이 병풍은 각 폭에 5 ~ 6점씩, 12폭에 64점의 그림이 들어있다. 이런 백납병은 꾸미는 품이 많이 들어 민화로 선호되던 장르는 아니었으나,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전반까지 상당히 많이 제작되었다고 한다. 백납도 병풍은 여러 사람의 그림을 모아서 꾸미기도 하지만, 위의 병풍은 한 화가가 화폭에 원, 팔각형, 부채꼴, 사..

우리 옛 병풍 2020.12.18

병풍 16 - 민화(民畵)

1891년 흥선대원군이 자신의 에 쓴 제발에는 병풍에 대한 당시의 풍습을 유추해볼 수 있는 내용이 들어있다. 【…… 병풍이라는 것은 대개 주련(珠聯) 두 쌍을 일러 병풍이라 하는데, 이것은 옛날에 일컫던 것이다. 근래에 와서 우리나라의 풍습이 어그러져 6첩을 소병(小屛)이라 하고 8첩을 대병(大屛)이라 하는데, 요사이 또 악습이 더욱 심해져 12첩을 병풍이라 하고 그것을 나 누어 6첩 2병(二屛)을 만들고는 스스로 ‘기이하고 환상적인 묘계가 나보다 나은 자 누구인가’라고 한다 하니 그렇게 말하는 자의 면목(面目)이 가증스럽다. 무릇 병풍이라고 하는 것은 산수, 영모, 절지로 그린 것은 많지만 혜란(蕙蘭)으로 병풍을 만든 것은 드물다. 지금 12첩을 무엇 때문에 적다고 하는가? 그림을 구하는 자의 욕심 때..

우리 옛 병풍 2020.12.17

병풍 15 - 모란도(牡丹圖)

모란도는 중국에서 당나라 때부터 그려졌는데, 크게 두 가지 흐름을 보였다고 한다. 하나는 모란이 상서로운 꽃이자 성군(聖君)의 상징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왕실에서 서상화(瑞相畵)로 제작되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북송(北宋)의 유학자(儒學者) 주돈이(周敦頤)가 자신이 연꽃을 사랑하는 이유를 적은 「애련설(愛蓮說)」에서 ‘모란은 꽃 가운데 부귀한 자[牡丹 花之富貴者]’라고 하면서부터 모란이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꽃이 되어 화조화로서의 모란도가 등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징성 때문에 모란은 북송 때부터 여러 예술품의 주요 의장문양으로도 사용되었으며, 주돈이가 ‘모란을 사랑하는 이들은 마땅히 많을 것이다[牡丹之愛 宜乎衆矣]’라고 한 대로, 여러 양식의 변화를 거치며 모란 그림이 기복화로 자리 잡게 ..

우리 옛 병풍 2020.12.16

병풍 14 - 화조영모도(花鳥翎毛圖) 2

학, 사슴, 봉황, 나비, 모란, 석류 등이 민화로 그려진 병풍이다. 아래 는 홍세섭이라는 사대부가 그린 것이다. 홍세섭(洪世燮, 1832 ~ 1884)은 정3품의 상계(上階)인 통정대부(通政大夫)로 당상관에까지 올랐던 인물이다. 종조부 홍대연(洪大淵)이 선비화가로 알려져 있었고 공조판서를 지낸 부친 홍병희도 그림을 잘 그려 그림을 구하는 이가 있으면 부자가 합작을 하곤 하였다고 한다. 홍세섭은 산수와 영모를 잘 그렸고, 특히 영모화에서 독특한 감각의 구도와 묵법을 구사하였다고 한다. 이 는 원래 병풍으로 제작된 것으로 보이나, 현재는 여덟 개의 내리닫이 족자로 꾸며져 있다. 오리, 백로, 따오기, 기러기, 까치 등을 소재로 하여 각각 두 마리씩 갈대, 수초, 매화 등과 함께 그려졌다. 소재는 전통적이지..

우리 옛 병풍 2020.12.15

병풍 13 - 화조영모도(花鳥翎毛圖) 1

영(翎)은 새 깃, 모(毛)는 짐승 털이라는 의미 때문에 지금 영모(翎毛)는 날짐승과 길짐승을 가리키는 것으로 일반화되어 있다. 그러나 그림의 분류 명칭으로 영모가 쓰이기 시작한 중국 북송 때에는 화훼와 결합되어 조류의 의미로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그러다 화훼(花卉)와 영모가 화조(花鳥)로 통합되면서 화조의 의미에 길짐승인 축수(畜獸)를 포함시키기도 하고 제외하기도 하는 혼란을 거치기도 하였다가, 이후 중국에서 영모는 주로 금조류(禽鳥類)를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영향으로 조선에서도 영모도(翎毛圖)를 새만을 가리키는 의미로 받아들인 때도 있었다. 하지만 중기부터는 금조류와 축수류 전반의 그림을 영모도로 지칭하게 되었다. 『경국대전』에는 산수, 인물, 화초와 함께 영모가 4대 화문(畵..

우리 옛 병풍 2020.12.14

병풍 12 - 한궁도(漢宮圖) 2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은 누각도(樓閣圖)라는 이름이지만 역시 한궁도(漢宮圖)이다. 국립민속박물관에도 각각 궁궐도와 한궁도라는 이름의 병풍들이 있다. 아래 두 병풍은 모두 그림을 액자처럼 보이게 하기 위하여 바깥쪽에 여유를 두느라 병풍 양끝 폭이 안쪽 폭보다 크게 제작되었다. 참고 및 인용 :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우리 옛 병풍 2020.12.13

병풍 11 - 한궁도(漢宮圖) 1

조선 후기의 학자였던 이이순(李頤淳)의 『후계집(後溪集)』 5권에 들어있는 에는 1802년 당시의 창덕궁 대조전에 장식된 벽화와 편액, 병풍 등에 대하여 기술한 내용이 있다. 그 가운데 병풍에 대한 구절만 추려보면 이렇다. “ 당(堂)의 북벽 한 가운데 금전병(金箋屛) 두 쪽을 두었는데 대갈못으로 고정시켰다. 그 앞에는 10첩의 요지연도 병풍을 쳤다......동쪽 벽에는 모란도 병풍을 세우고........정중간의 한 칸 방 서쪽 벽에는 매화도 병풍을 세우고, 북쪽 벽에는 죽엽도 병풍을 세우고.......병풍이 무릇 십 여 부가 있는데, 금병(金屛) 하나는 일곱 마리의 학을 그렸고, 그 나머지는 신선이나 비룡, 또는 진기한 금수나 특이한 화초를 그렸는데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이 글로 미루어보면 병풍을..

우리 옛 병풍 2020.12.12